"이렇게 끝나나"... 박지성이 열고 손흥민이 꽃피운 '코리안 EPL' 20년 역사, 허무한 '셧다운' 위기

파이낸셜뉴스       2025.12.31 22:30   수정 : 2025.12.31 22:30기사원문
2005년 박지성, 맨유 진입때부터 시작된 한국의 EPL 역사
손흥민 떠나면서 사실상 명맥 끊겨
황희찬의 울버햄튼, 강등 유력... 내년 시즌에는 코리안리거 0명



[파이낸셜뉴스] 2005년, 앳된 얼굴의 청년 박지성이 올드 트래포드 잔디를 밟았을 때 대한민국은 열광했다. 그로부터 20년. 우리는 주말 밤마다 습관처럼 TV 앞을 지켰다. 토요일 밤에는 치킨을 시켰고, 일요일 새벽에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산소탱크' 박지성과 '초롱이' 이영표가 잉글랜드 무대를 누빌 때의 벅참은, '쌍용' 기성용과 이청용의 투혼으로 이어졌고, 세계적인 슈퍼스타로 거듭난 손흥민의 '찰칵 세리머니'를 보며 정점에 달했다. 그렇게 EPL은 단순한 해외 축구가 아닌, 대한민국 국민들의 주말을 책임지는 '삶의 일부'였다.

하지만 2026년을 목전에 둔 지금, 그 화려했던 20년의 파티가 허무하게 막을 내릴 위기에 처했다.

토트넘에서 10년간 월드클래스로 군림했던 손흥민이 MLS로 떠난 직후, 우려했던 'EPL 공동화' 현상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그리고 잔인하게 찾아왔다





마지막 보루였던 황희찬의 상황은 처참하다. 지난 시즌 13골을 터뜨리며 '코리안 가이' 돌풍을 일으켰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올 시즌 절반이 지난 현재 성적표는 고작 1골 1도움. 잦은 부상과 사령탑 교체라는 악재가 겹치며 영국 현지 매체 기브미스포츠 선정 '올 시즌 가장 부진한 선수 3위'라는 불명예까지 안았다.

더 큰 문제는 소속팀 울버햄튼의 상황이다. 개막 후 19경기 동안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는(3무 16패) 충격적인 행보다. 17위 노팅엄과의 승점 차는 이미 15점. 사실상 강등이 예약된 수순이다.



황희찬이 챔피언십(2부)으로 강등될 경우,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 그라운드 위에서 한국 선수를 볼 수 있는 확률은 '0%'에 수렴한다.

양민혁, 윤도영 등 차세대 유망주들이 잉글랜드 무대 문을 두드렸지만, 냉정히 말해 당장 1군 무대인 EPL에서 활약하기엔 시기상조다.
대부분 임대를 떠나거나 2군에서 경험을 쌓아야 하는 단계다.

박지성-이영표를 시작으로 기성용-이청용을 거쳐 손흥민-황희찬까지. 20년간 쉼 없이 이어져 온 코리안리거의 계보가 2026년, 허무하게 마침표를 찍을 위기에 처했다. 주말 밤 우리를 설레게 했던 EPL 중계석이 내년엔 텅 비게 될지도 모른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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