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태양광 늘린 獨, 전력 병목 시달려… 스페인도 저장설비 부족

파이낸셜뉴스       2025.12.31 18:21   수정 : 2025.12.31 18:20기사원문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내는 유럽
저장능력·계통 안정성 과제 직면
日, 바이오·태양광 확대 이어
원전 재가동으로 전력 확보나서

전 세계가 탄소배출 감축·에너지 안보 강화·경제성 확보를 목표로 에너지 믹스 전환에 속도를 내왔다.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안정적 저탄소 발전원 통합을 통해 대량의 재생에너지 설치용량을 확보해 왔다. 다만 재생에너지를 늘린 대가로 계통 안정성·저장 능력 확보·전기요금 등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에 선행지표를 제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독일은 2025년 4월 전력 생산에서 태양광이 석탄·풍력을 제치고 최대 발전원으로 올라섰다. 특히 2024~2025년을 거치며 재생발전 비중이 절반을 넘겼고, 기후목표 이행을 위한 실체적 성과까지 확보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하지만 독일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은 날씨와 계절에 따라 생산량이 극단적으로 출렁이는 간헐성을 갖는다. 장시간에 걸쳐 바람·햇빛이 약한 '둥켈플라우테(Dunkelflaute)' 현상이 나타나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급감할 수 있다. 이 경우 전력 계통 안정성이 흔들리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저장장치·가스 발전·수소 인프라가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재생 확대 속도에 비해 전력망 확충이 늦어지면서 북부에 쌓이는 풍력 전력을 남부 산업지로 보내지 못하는 병목도 여전하다.

스페인은 재생 전환의 속도 면에서 유럽 최상위권에 오른 나라다.

지난 2025년 봄에는 평일 전력 수요를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100% 충당하는 기록을 세웠다. 에너지 의존도가 높았던 국가가 재생으로 수급의 안정성을 실험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상징이 컸다.

그러나 스페인 역시 '출력 감축(curtailment)'이라는 딜레마를 겪고 있다. 바람과 햇빛이 넘치면 전기는 과잉이 되지만 저장능력은 충분하지 않다. 급증하는 재생발전을 모두 흡수하지 못해 계통에서 발전기를 강제로 멈추는 사례는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가정·산업용 전기요금 구조에도 압박이 된다.

덴마크·네덜란드를 포함한 북해 연안국은 해상풍력의 선도국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덴마크는 오는 2050년 전체 에너지를 100% 재생으로 만들겠다는 국가 전략을 유지하며, 전력·열·수송 부문을 통합적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러나 해상풍력은 최근 설비 가격 상승, 공급망 인플레이션, 금융비용 증가라는 '3중 압박'을 받고 있다. 재생의 경쟁력은 유지되지만, 비용이 높아지면 전환 속도는 둔화될 수밖에 없다.

일본은 다른 선택지를 택했다. 재생 확대에 더해 후쿠시마 이후 중단됐던 원전을 순차적으로 재가동해 기저전원을 회복하는 전략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원전 발전량은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고, 바이오·태양광 출력도 확대되면서 화석연료 발전 비중은 최근 10년 사이 최저치로 내려갔다.


공급·가격·안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하이브리드 전환'이 작동한 셈이다. 그러나 일본 역시 송전망 보강, 지역 수용성, 원전 리스크 정치화를 해결해야 한다. 에너지 비용구조가 변하지만, 사회적 합의가 뒤따르지 않으면 정책 속도는 쉽게 둔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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