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의 희망 보여준 SK하이닉스
파이낸셜뉴스
2025.12.31 19:15
수정 : 2025.12.31 19:53기사원문
"국문과를 지원하라고 했더니 부모님과 학생이 동시에 '국문과 가서 먹고살 수 있나요'라고 물어보더라구요. 제가 국문과 나왔는데, 쩝."
한 입시연구소 소장이 최근 진행됐던 입시설명회에서 들려준 에피소드다. 그는 "국문과 동기들도 다 가정을 이루고 잘살고 있다"며 씁쓸해했다.
의대가 수년째 광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의대만 진학하면 취업·정년 걱정 없이 고소득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요즘은 대기업들도 대졸 신입사원을 많이 뽑지 않다 보니 대학에 진학하지도 않은 고등학생들도 취업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하다. 역사를 좋아하는 아들에게 '사학 전공'을 추천하자 아들은 "사학과 가서 취업 안되면 책임 질 거냐"고 따져 물었다. "내가 왜 책임지냐. 좋아하는 분야를 열심히 공부하면 길이 생기는 거니 니가 열심히 해야지"라고 하면서도 머쓱해졌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아들은 "엄마 때랑 지금은 상황이 아예 다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 원서를 쓰다가 부모 자식 관계가 나빠진다더니 이런 경우인가 싶었다.
상위권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어렵다는 기사가 취업시즌마다 쏟아지니 수험생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니 수년째 의대, 치대, 약대 등 메디컬 계열 쏠림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일 테다.
한편으로는 공대에서도 우수한 인재를 많이 뽑을 수 있게 될 것 같다는 희망도 봤다. 올해 SK하이닉스가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면서 엄청난 성과급을 지급하자 관련 학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게 입시학원가의 분석이었다.
수차례 가봤던 입시설명회에서 들은 바로는 올해는 메디컬(의대·치의대·한의대·수의대·약대) 쏠림이 그나마 나아질 것이라고 한다. 올해 SK하이닉스가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엄청난 성과급을 지급하자 반도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지방국립대 위상이 예년만 못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대기업 계약학과는 인기학과로 꼽히고 있었다.
입시의 세계란 고여 있는 분야 같지만 세간의 관심을 가장 먼저 반영하는 곳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SK하이닉스가 높은 성과급을 지급한 것이 이렇게 금방 학과 입결에 영향을 끼칠 줄이야. 이렇게 즉각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라면 앞으로 공대를 살리기 위해서는 대기업들의 성과급 지급 소식을 더 크게 보도를 해야 하지 않나 싶기도 했다. 유명 입시 전문가는 "공대 가운데 반도체계약학과로 고득점 수험생이 몰리면서 약대쪽 커트라인이 좀 내려갈 것"이라고도 했다. 재밌는 점은 아무리 반도체 업황이 좋다 해도 의대쪽 수요를 잠식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대기업이 아무리 성과급을 줘봐야 의사 연봉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결국 우수한 인재를 뽑기 위해서는 그들이 원하는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은 증명된다.
2025년 마지막 날인 오늘, 현대자동차그룹에서 만 5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공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평균 초혼연령은 남자 33.9세, 여자 31.9세였다. 결혼하자마자 아이를 낳는다 해도 50세면 아직 아이가 10대에 불과하다. 그나마 현대차그룹은 대기업이라 이들에게 억대 퇴직금을 지급하고 자녀학자금도 지원해준다. 이 같은 지원을 받지도 못한 채 회사를 떠나야 하는 50대 가장들이 훨씬 많다.
이들에게 수험생 자녀가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할까. 취업 걱정 없고 정년제한도 없는 메디컬 계열로 가야 한다고 어쩔 수 없이 조언하게 되지 않을까. 결국 우수한 인재들이 의대만이 아닌 다양한 분야로 분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보상시스템을 정교하게 만드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