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준비됐나… 재정·올버니·폭설, 맘다니 앞에 쌓인 시험대

파이낸셜뉴스       2026.01.01 07:32   수정 : 2026.01.01 07:32기사원문
최연소·민주사회주의 시장의 파격적 실험
재정 적자·정체성 논란·연방정부 변수까지
뉴욕은 또 한 번의 리더십 실험을 시작했다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조란 맘다니가 뉴욕시장이 1일(현지시간) 취임한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어려운 직업’으로 불리는 뉴욕시장은 800만 명이 넘는 다인종 인구가 모여 사는 세계 최대 도시를 책임지는 자리다.

행정 경험이 전무한 34세의 신임 시장을 두고 정치권과 시장에서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개혁보다는 난관이 더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무슬림이자 남아시아계로, 100년 만에 최연소 뉴욕시장에 오른 민주사회주의자 맘다니의 앞에는 임대료 동결에 반대하는 소규모 임대주, 증세에 반대하는 월가, 불안을 표출하는 뉴욕 유대인 사회, 정치적 반대 세력 등 복합적인 저항이 놓여 있다.

뉴욕 정가에서는 맘다니가 크게 두 가지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는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넘어야 할 정치·재정적 장벽이고, 다른 하나는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 능력이다.



공약 재원 확보라는 첫 시험


맘다니는 ‘생활비 부담 완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다. 임대료 동결, 무상 보육 확대, 무료 버스 도입 등 가계 고정비를 직접 낮추는 정책은 내년 미국 중간선거의 핵심 쟁점으로도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이를 성과로 만들려 하고, 공화당과 백악관은 방어에 나설 수밖에 없는 구도다.

문제는 재원이다. 맘다니 선거 캠프 추산에 따르면 0~5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보육 프로그램에는 연간 60억 달러가 필요하다. 무료 버스 정책 역시 연간 약 8억 달러의 예산이 소요된다.

그러나 현재 뉴욕시 재정은 여유가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신임 시장이 향후 수년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재정 적자에 직면해 있으며, 1,180억 달러 규모의 시 지출 계획에도 추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넘어야 할 산은 ‘올버니’


맘다니는 기업과 고소득층 증세를 해법으로 제시했지만, 이는 뉴욕주 의회와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의 동의가 필요하다. 2026년 재선을 앞둔 호컬 주지사는 소득세 인상에는 선을 긋고 있어, 실제 정책화까지는 상당한 정치적 협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뉴욕 정가에서는 “전면 시행보다는 보육 정책 일부를 우선 관철시키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주 의회는 과거에도 뉴욕시장의 정책을 번번이 가로막아 온 ‘최종 관문’이었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시장의 웨스트사이드 경기장 계획은 주의회에서 좌초됐고, 앤드루 쿠오모 전 주지사와 빌 드블라지오 전 시장 간 갈등은 백신 확보 등 시정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학교 운영권 역시 시장이 매년 주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사안이다.

전임 시장 에릭 애덤스 행정부에서 활동했던 로리 웨일런은 “올버니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며 “주의회는 그를 시험하듯 다룰 것이고, 그의 공약을 그대로 실현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을 얻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확장성과 정체성의 시험


뉴욕시장의 재선과 이후 정치적 성장을 위해서는 불안을 느끼는 반대 세력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그동안 맘다니의 친(親)팔레스타인 성향과 이스라엘 비판 발언은 뉴욕 유대인 사회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그는 ‘자유 팔레스타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해 왔고, 이스라엘을 유대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유대계 지도자들은 “뉴욕 역사상 이런 입장을 가진 시장은 처음”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맘다니는 최근 “시장이 되면 모든 유대인 뉴욕 시민의 안전을 지키겠다”고 밝혔지만, 이스라엘 관련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최근 유대인 종교 지도자인 랍비들과 만나고, 유대교 명절인 하누카에 유대인 가정을 방문하는 등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트럼프와의 불안한 동행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역시 변수다.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 워싱턴DC 백악관 회동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향후 이민·치안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뉴욕시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연방 지원금에 의존하고 있어, 연방정부와의 충돌이 발생할 경우 시 재정에 직접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맘다니 지지층 상당수는 ‘반(反)트럼프 전선’ 구축을 기대하고 있어 긴장 수위는 뉴욕 정국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예측 불가능한 위기의 시험대


문제는 예측 가능한 난관보다 예기치 못한 변수다. 맘다니는 행정 경험이 부족해, 수많은 돌발 변수가 상존하는 세계 최대 도시 뉴욕을 이끌 역량이 있는지를 두고 지속적인 의문이 제기돼 왔다.

앤드루 쿠오모 전 주지사 시절 주정부 관료를 지냈던 스티븐 코헨은 “그런 직책을 직접 수행해 보기 전까지는 일상 업무의 규모와 시스템의 복잡성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드블라지오 전 시장은 취임 초반 예상치 못한 폭설로 곤욕을 치렀고, 두 번째 임기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위기에 직면했다. 애덤스 전 시장은 남부 국경을 통해 유입된 이민자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신규 이민자는 20만 명을 넘었고, 뉴욕시는 약 70억 달러의 비용을 부담하면서 바이든 행정부와 갈등을 빚었다.

맘다니는 지난 4년간 뉴욕주 하원의원으로 퀸즈 일부 지역을 대표했을 뿐, 그 이전 경력은 래퍼 활동과 주택 압류 방지 상담원에 그친다.
뉴욕 정가에서는 “취임 초반 폭설이나 교통·청소 대란이 발생할 경우, 신임 시장의 리더십은 단기간에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미국읽기]는 뉴욕 현장에서 미국의 정치·경제·산업 변화를 구조적으로 해석하는 분석 코너입니다. 숫자와 발언 너머에 있는 미국의 선택과 방향을 짚어, 한국 독자가 이해해야 할 핵심만 전달합니다. [미국읽기]를 편하게 받아보시려면 기자페이지를 구독해주세요.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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