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해양굴기, 이제는 우리가 배울 때

파이낸셜뉴스       2026.01.04 19:53   수정 : 2026.01.04 19:53기사원문
우리나라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모방해 무서운 속도로 큰 중국
세계 해양경제 총부가가치 3조弗
중국 작년 1.5조弗로 절반 넘어서
거대자본·기술로 해양굴기 현실화
이제는 우리가 중국의 정책 배워야

한국공학한림원과 중국공정원은 오랜 시간 민간교류의 가교 역할을 하며 '한중공학기술발전포럼'을 정기적으로 개최해왔다. 올해는 해양과학기술을 주제로 중국 푸저우에서 양국의 지혜를 모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세계 해양경제의 총부가가치(GVA)는 1995년부터 2020년까지 두 배 가까이 성장했으며, 2030년에는 3조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해양경제는 단순한 어업·해운업을 넘어 해상풍력, 해양바이오, 인공지능(AI) 스마트물류를 아우르는 핵심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행보는 가히 위협적이다. 지난해 중국의 해양경제 규모는 최초로 10조위안(약 1조5000억달러)을 넘어섰다. 이는 중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7.8%에 달하며, 해양을 국가전략의 핵심축으로 세운 결과다. 식량과 에너지가 절실한 중국은 해양 원유와 천연가스 채굴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동시에 재생에너지인 해상풍력에 주력하여 에너지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또한 14억 인구의 단백질 공급원 확보를 위해 대규모 '해양목장' 사업을 국가적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추진 중이다.

중국은 글로벌 공급망의 주도권 확보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포럼에 앞서 방문한 푸젠성 항만그룹 로비에는 "해상 실크로드의 해운·항구·무역의 통합발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자"는 시진핑 주석의 발언이 적혀 있었다. 이는 제3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서 천명된 비전으로, 해양강국으로 도약하려는 중국의 총력을 상징한다.

중국 정부는 '14차 5개년 계획'과 '2035 중장기 비전'을 통해 현대적 해양산업 시스템 구축과 글로벌 거버넌스 참여 확대라는 명확한 목표를 일관성 있게 추진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대한민국의 의지도 강력하다. 국제교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 정부 역시 글로벌 거점항만 조성, K조선업 도약, 해양산업 혁신, 해양생태계 보전을 골자로 하는 해양수산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특히 대미 관세협정의 숨은 공로자인 1500억달러 규모의 마스가 프로젝트,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 1조원 규모의 글로벌 컨테이너 터미널 투자펀드 조성, 그리고 피지컬 AI 기반의 K스마트항만 표준모델 수출 등은 해양강국 건설을 향한 대한민국의 강력한 의지를 대변한다. 양국의 표현방식은 다를지라도 해양산업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역점 사업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번 포럼은 기조연설부터 양국의 해양 과학기술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중국의 우밍홍 푸저우대 총장은 중국공정원 원사로서 중국의 정책적 일관성을 강조하며 2040년까지의 해양경제 발전 로드맵을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이희승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원장이 기술원에서 수행 중인 첨단 연구개발 프로젝트들을 상세히 소개하여 우리 기술의 우수성을 알렸다. 이어 진행된 전문세션은 탄소저장, 해양바이오, 항만물류 기술이라는 세 가지 핵심 주제로 구성되어 양국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발표와 토론으로 채워졌다.

이번 교류를 통해 우리는 중국 정부와 중국공정원의 협력에 의한 장기계획 수립능력, 그리고 중앙과 지방 정부가 보여주는 강력한 실행력을 다시금 체감할 수 있었다. 해양산업의 발전과 지속가능한 해양생태계 조성은 결코 뗄 수 없는 관계다. 포럼에서 다뤄진 해양생태, 탄소저감, 해양생명공학, AI 항만물류, 친환경선박 등의 기술은 양국이 직면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해양경제 성장을 이끄는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서해를 사이에 둔 이웃인 한국과 중국은 해양경제 분야에서 필연적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 정책을 연구하는 국내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들은 과거 대한민국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벤치마킹하여 지금의 중국 발전을 이룩했다고 말한다. 실제로 중국은 이를 올해 14차 계획까지 지속하며 일관된 국가 성장을 일궈냈다. 무서운 속도로 한국을 따라잡은 중국과 경쟁한다는 것이 부담스럽게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가 중국의 경제정책과 추진력을 벤치마킹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거대자본과 기술을 결합해 해양굴기를 현실화하는 중국의 전략은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준다.
해양강국으로 가는 길에 '골든타임'은 길지 않다. 우리도 이제는 단기적인 성과를 넘어 긴 호흡으로 해양과학기술의 혁신정책과 실행방안을 재정립해야 한다. 중국의 10조위안 거친 파도가 밀려오는 지금, 우리만의 정교하고 강력한 해양경제 전략이 절실한 때다.

윤의준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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