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시절 MVP만 4번' 우승 기운을 타고난 천재... 서울고 김동수 감독이 논문까지 써야 했던 이유

파이낸셜뉴스       2026.01.07 13:00   수정 : 2026.01.07 18:30기사원문
"MVP만 4회+전국 제패 4회"… 전설로 남은 1980년대 '고교야구의 신'
프로서도 신인왕 + 4회 우승+ 골든글러브 수상 7회
"프로는 잘 가는데 우승은 못 해?"… 서울고 오랜 징크스를 깨부수다
최민석부터 1R 김동현·이호범, 전체 1번 후보 김지우까지… '화수분' 터졌다
"감을 데이터로 증명했다"… 50대에 펜 잡고 논문까지 쓴 이유는



[파이낸셜뉴스] 야구계에는 설명할 수 없는 '기운'이라는 게 존재한다. 가는 곳마다 팀을 정상에 올려놓는 사람, 우리는 그들을 일컬어 ‘우승 청부사’라 부른다. 그리고 여기, 그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한 남자가 있다.

1990년,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로 신인왕과 골든글러브를 동시에 거머쥔 괴물 신인. 양의지(두산) 이전까지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 최다 수상(7회·역대 2위) 기록을 지켰던 전설. 바로 김동수(57) 서울고 감독이다.

화려했던 선수 시절을 뒤로하고 모교의 지휘봉을 잡은 그가 이번에는 서울고의 오랜 ‘징크스’마저 깨뜨렸다. 2025년 신세계 이마트배와 노브랜드배를 연달아 제패하며 '우승 못 하는 명문'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낸 것이다.



◆ 고교 MVP 4회, 신인왕+골든글러브… ‘이기는 습관’을 이식하다

김동수 감독의 이력은 그야말로 ‘승리’ 그 자체다. 그는 “운이 참 좋았다”며 겸손해했지만, 기록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서울고 시절인 1984~85년, 그는 팀을 4번이나 전국대회 정상에 올려놓았고, 4개 대회에서 모두 MVP를 휩쓰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이어진 프로 생활에서도 LG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끄는 등 우승 반지만 4개를 수집했다.

그런 그가 2024년 모교로 돌아왔을 때, 서울고는 묘한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프로 선수는 꾸준히 배출하지만, 정작 전국대회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던 것. 자유분방한 학풍 탓에 조직력이 헐겁다는 평가도 있었다.

김 감독은 부임과 동시에 팀의 체질을 뜯어고쳤다. 그는 “서울고 선수들이 재능은 뛰어나지만, 팀으로서 뭉치는 힘이 부족해 보였다”라면서 “자유로움 속에 규율을 세우고, 이기는 맛을 알려주는 데 주력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의 ‘위닝 멘탈리티’는 2년 만에 결실을 보았다. 서울고는 지난 4월 신세계 이마트배에서 7년 만에 전국대회 트로피를 들어 올리더니, 연말 왕중왕전 격인 노브랜드배까지 석권했다.

김 감독은 “프로 배출과 성적,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었다. 이제 아이들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게 가장 큰 수확”이라며 껄껄 웃었다.







◆ 최민석·김동현·이호범·김지우… 김동수 감독이 길러낸 ‘괴물들’

김 감독의 조련 아래 서울고 유망주들은 기량이 만개했다. 단순히 우승만 한 것이 아니라, 프로 무대에서도 즉시 전력감을 쏟아내고 있다.

가장 돋보이는 건 두산 베어스의 선발 로테이션 한 축을 꿰찬 루키 최민석이다. 김 감독은 “(최)민석이는 고교 시절부터 싸울 줄 아는 투수였다. 프로에서도 통할 배짱을 갖췄다”라고 제자를 치켜세웠다.

여기에 재작년 1라운드 지명을 받은 김동현 역시 김 감독의 지도 아래 기량이 급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년 삼성 라이온즈에 1R 지명을 받은 이호범도 마찬가지다. 역시 무명이었지만, 김동수 감독을 만나고 3학년때 기량이 급성장 했다.

내년은 더 기대된다.

김 감독은 “올해 3학년인 김지우는 내년(2026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 후보로 손색이 없다. 공수주를 갖춘 대형 3루수 재목”이라고 귀띔하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우승도 하고, 제자들도 프로에서 승승장구하니 스승으로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 50대에 쓴 논문, 그리고 ‘포수 김동수’의 철학

현장 지도자로 승승장구하는 와중에도 그는 배움을 놓지 않았다. 쉰이 훌쩍 넘은 나이에 대학원 석사 과정을 밟으며 ‘포수의 볼 배합’에 관한 논문을 썼다. 수십 년간 안방마님으로 체득한 ‘감(Feeling)’을 데이터로 증명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프로야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위기 상황에서 A급 포수와 그 이하 포수들의 볼 배합 패턴을 분석했다”라며 “확실히 수준급 포수들은 승부처에서 과감한 변화구 구사나 허를 찌르는 패턴을 보여주는 반면, 경험이 부족한 포수들은 단순한 직구 승부를 고집하는 경향이 뚜렷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박사급 포수’ 김동수 감독이 생각하는 좋은 포수의 조건은 무엇일까.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 시대에도 그의 철학은 확고했다. 바로 ‘캐칭’이다.



김 감독은 “요즘 어린 친구들이 팝타임이나 강한 어깨 같은 보여지는 기술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지적하면서 “하지만 포수의 기본은 무조건 ‘잡는 것’이다. 공을 정확하게 내 것으로 만드는 캐칭 능력이 없으면 투수에게 신뢰를 줄 수 없다.
기본이 안 된 기술은 사상누각”이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고교 시절 MVP를 휩쓸던 야구 천재 소년은 이제 백발이 성성한 명장이 되어 후배들에게 승리의 길을 안내하고 있다. “그라운드에 서면 여전히 가슴이 뛴다”는 천생 야구쟁이 김동수. 그의 손끝에서 서울고의 새로운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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