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시대, 사랑은 살아가는 힘

파이낸셜뉴스       2026.01.08 18:08   수정 : 2026.01.09 12:41기사원문

2026년 병오년, 붉은 말의 해가 밝았다. 올해 우리는 또 얼마나 많은 변화의 순간과 마주하게 될까. 지난해 교수신문이 선정한 사자성어는 '변동불거(變動不居)'였다. 움직이고 변해 머물러 있지 않는다는 뜻이다.

몇 해 전만 해도 코딩을 배우면 앞날이 열릴 것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인공지능(AI)에 질문을 잘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주목받는다. 하루가 다르게 일의 기준과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기술은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변화를 따라잡아야 한다는 마음은 오히려 더 바빠졌다. 직업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역시 일상처럼 따라다닌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현대사회만의 특징은 아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인류는 언제나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왔다. 그러나 지금이 특별한 이유는 변화의 속도와 밀도다. AI와 기후위기, 지정학적 재편이라는 거대한 변화가 숨 가쁘게 한꺼번에 밀려온다.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가파른 변화의 국면에 서 있으며, 우리는 이 거센 물결 앞에서 더욱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를 요구받고 있다.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한 부자가 구두장이 시몬에게 1년은 거뜬히 신을 수 있는 튼튼한 장화를 주문한다. 그러나 그는 그날 저녁 세상을 떠난다. 내일의 일을 알지 못한 채 오늘의 계획을 세우는 것, 그것이 인생이다. 그렇다면 더 가파른 변화가 예견되는 올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톨스토이가 들려주는 답은 단순하지만 명징하다. 하나는 사람 안에 있는 사랑을 믿는 것이다. 시몬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얼어 죽어가던 낯선 사내를 발견하고 그를 집으로 데려온다. 양가죽을 살 돈도 없어 빈손으로 돌아가던 길이었지만, 그는 눈앞의 사람을 외면하지 않았다. AI가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을 대신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이 연민과 사랑일 것이다. 변화가 클수록 우리는 이해타산에 따라 부화뇌동하기 쉽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욱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 필요하다. '이 선택이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가.' '공동체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가.' 이 질문을 놓치지 않는 것. 변화를 따라가되, 인간으로서의 중심을 지키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지금에 집중하며 내면을 단단히 하는 것이다. 톨스토이의 '세 가지 질문'에서 은수자는 황제에게 이렇게 말한다. "가장 중요한 시간은 바로 지금이네.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만나고 있는 그 사람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그에게 선을 행하는 것이네." 변화가 빠를수록 우리는 미래를 앞당겨 살아가려 한다. 그러나 미래에 대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지금의 선택을 책임 있게 살아내는 일이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지금 만난 사람을 온전히 대하는 것. 그것이 변화의 시대를 건너는 힘이다.


세상만사가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 이치라면, 우리의 과제는 분명하다. 변화를 피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마주하되, 사랑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의 가치를 지켜내는 것이다. 서로를 헤아리고, 지금에 머물며, 내면을 다지는 삶. 2026년, 우리 모두가 변화의 흐름을 이끌면서도 흔들림 없이 이 순간을 살아가기를 소망해 본다.

문애리 한국여성과학기술인 육성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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