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 선생님이 77연승 신치용인데 게임이 돼?"... 박철우 매직, V리그 판을 흔들다
파이낸셜뉴스
2026.01.10 08:30
수정 : 2026.01.10 08:30기사원문
거함 대한항공 3-0 완파! 장충체육관에 휘몰아친 '박철우 매직'
"77연승 신화의 노하우 전수"... 장인 신치용의 특급 과외 효과?
위기의 팀 구해낸 초보 사령탑, '대행' 꼬리표 떼고 정식 감독 가나
[파이낸셜뉴스] 우리카드의 '초보 운전자' 박철우가 사고를 쳤다. 그것도 대형 사고다. V리그의 절대 1강이자 통합 우승 5연패를 노리는 대한항공이라는 거함을 단 3세트 만에 침몰시켰다.
8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 대한항공의 경기 스코어보드는 3-0(25-23, 25-22, 25-22) 우리카드의 완승을 가리키고 있었다.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표류하던 우리카드 호(號)가 박철우라는 젊은 선장을 만나자마자 믿기 힘든 속도로 질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발언의 무게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신치용 전 감독은 삼성화재 창단 감독으로 부임해 실업배구 77연승이라는 전설적인 기록을 세웠고, V리그 출범 후에도 챔피언결정전 8회 우승을 일궈내며 '삼성 왕조'를 구축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박 대행은 "장인어른께서 전략 전술에 관해 도움을 많이 주신다. 무엇보다 '지도자가 솔선수범해야 한다', '조심하고 겸손하게 매일 준비하라'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고 덧붙이며 매일 밤 '배구학개론' 심화 과정을 밟고 있음을 시사했다.
사실 박 대행에게 이번 자리는 독이 든 성배와도 같았다. 그는 인터뷰에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솔직히 피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고 털어놓으며 감독 대행직을 수락하기까지의 고뇌를 전했다. 하지만 그는 "과연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내가 책임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되든 안 되든 안고 가자고 마음먹었다"고 덧붙여 위기의 팀을 위해 자신을 던진 승부사적 기질을 드러냈다.
이날 경기에서 우리카드는 외국인 쌍포 하파엘 아라우조(20점)와 알리 하그파라스트(17점)의 활약을 앞세워 대한항공을 압도했다. 박 대행은 "아라우조가 타점이 워낙 좋았고, 세터 한태준이 그쪽을 잘 공략했다. 알리도 좋은 공격으로 활로를 뚫어줬다"고 선수들을 칭찬하면서, "오늘 지더라도 즐겁게 하는 모습을 원했는데 선수들이 잘해줬다"고 선수단에게 공을 돌렸다. 특히 3세트 상대 주전 세터 한선수 대신 신인 김관우가 투입된 변수에 대해서도 "데이터가 부족해 '우리 내실을 다지자'고 주문했다. 사이드아웃만 잘 돌려도 지지 않는 배구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해 초보답지 않은 침착한 대응 능력을 보여주었다.
이제 배구계의 시선은 한 곳으로 쏠린다. 과연 박철우는 '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 감독이 될 수 있을까? 그는 앞으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목표를 말하는 것 자체가 건방지다고 생각한다"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신치용 감독은 삼성 스포츠단에서 유일무이하게 '자랑스러운 삼성인상'을 받은 체육인이자 임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의 사위인 박철우가 그 '우승 DNA'를 물려받아 우리카드의 새로운 왕조를 열지 말라는 법은 없다. 지금 장충체육관에는 '금수저 과외'를 받은 준비된 초보, 박철우가 일으킨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불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