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MLB도 주시했던 187cm..." 프로가 놓친 북일고 거포 노강민, 울산서 뛴다
파이낸셜뉴스
2026.01.17 15:00
수정 : 2026.01.17 15:00기사원문
타율 0.317에도 미지명... '맞히는 타격'에 가려졌던 진짜 거포 본능
"울산행은 기회" 퓨처스 팜과 진배없는 최적의 쇼케이스
대학 1학년 나이의 '확률 높은 로또'... 1년 뒤 프로는 그를 다시 찾을까
[파이낸셜뉴스] 드래프트 장의 차가운 공기는 청춘들에게 시련을 안긴다. 하지만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 시작되듯, 선수의 야구 인생 역시 지명 순번이 전부는 아니다. 여기, 비록 프로 지명장에서는 이름이 불리지 못했으나, 독립구단 울산 웨일즈의 테스트를 당당히 통과하며 극적으로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있다.
북일고의 '거포 유망주' 노강민(19)이다.
187cm의 훌륭한 신장과 강한 어깨. 전형적인 프로 레벨의 3루수 피지컬을 갖췄기 때문이다. 실제로 겨울에는 모 구단 MLB 스카우트 관계자들이 관심을 보였을 정도로 잠재력만큼은 확실했다.
전체적인 기록도 나쁘지 않았다. 올 시즌 타율 0.317, 홈런 1개, 도루 2개. 세부 지표를 뜯어보면 더 인상적이다. 봉황대기에서는 5타수 2안타(0.400), 청룡기 8타수 3안타(0.375), 신세계 이마트배 7타수 3안타(0.429) 등 전국대회마다 꾸준히 안타를 생산해냈다.
하지만 '북일고'라는 팀의 무게와 뒤숭숭했던 내부 분위기가 발목을 잡았다. 팀 전력이 안정되지 못하면서 노강민을 비롯해 윤찬, 주성재 등 주축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쫓기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노강민에게 가장 아쉬웠던 점은 바로 '타격 메커니즘의 변화'였다.
그는 본래 큰 체격과 강한 힘을 바탕으로 장타를 생산해야 하는 '거포 3루수' 유형이다. 하지만 팀 성적에 대한 부담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짓눌려 어느 순간부터 방망이를 짧게 잡고 '맞히는 타격'에 급급했다.
자신의 장점인 파워를 죽이고 컨택에만 집중하다 보니, 스카우트들의 눈에는 이도 저도 아닌 색깔 없는 선수로 비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계속적인 악순환만 계속됐고, 설상가상으로 북일고는 대통령배 조차 나가지 못했다.
결과는 미지명. 노강민 외에도 북일고 내야 트리오가 모두 지명을 받지 못하는 충격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노강민은 포기하지 않았고, 울산 웨일즈 입단 테스트 합격이라는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는 단순히 야구를 계속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냉정하게 말해, 고졸 신인이 프로 1군 무대를 곧바로 밟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1군 즉시 전력감이 아니라면 어차피 퓨처스리그에서 2~3년은 육성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독립구단 울산 웨일즈행은 프로 구단 퓨처스팀 입단과 진배없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오히려 기회는 더 열려 있다.
노강민은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만 19세 자원이다. 대학 1학년 나이에 불과하다. 이미 프로 스카우트들의 관찰 리스트에 있었던 선수인 만큼, 울산에서 자신의 본래 장점인 '호쾌한 스윙'을 되찾는다면 언제든 프로 구단의 부름을 받을 수 있다. 육성선수 입단이나 시즌 중 영입 가능성이 매우 높은 자원이라는 뜻이다.
많은 선수들이 재기를 꿈꾸며 독립구단 문을 두드린다. 하지만 노강민의 케이스는 조금 더 특별하다. 이미 검증된 하드웨어, 고교 무대에서 증명한 컨택 능력, 그리고 아직 긁지 않은 '거포 본능'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나이가 젊다. 어쨌든 스카우트 들이 주목했던 선수라는 점은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일례로 올 시즌 대졸 최대어급으로 평가받는 곽병진도 고교때는 미지명이었지만, 대학에 가서 대성했기때문이다. 키움의 1차지명을 받은 주승우의 사례도 있다. 다시 말해 그는 울산 웨일즈가 쥐게 된 가장 '확률 높은 로또 복권'이다.
스카우트들이 주목했던 그 큰 키와 강한 어깨는 어디 가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멘탈의 회복과 자기 색깔의 정립이다. "쉽게 죽지 않겠다"던 고교 시절의 끈기에, 두려움 없는 풀스윙을 장착한다면 노강민의 야구 인생 2막은 생각보다 빨리 화려한 조명을 받을지도 모른다.
한 차례 거친 파도를 넘은 노강민. 비 온 뒤에 땅이 굳듯, 울산에서 새롭게 다져질 그의 단단한 야구를 기대해 본다.
그의 야구 시계는 멈춘 것이 아니라, 이제 막 새로운 표준시에 맞춰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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