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가상자산법 입법 지연… 韓, RWA 규제 강화로 선회하나

파이낸셜뉴스       2026.01.19 18:10   수정 : 2026.01.19 18:09기사원문
美상원 '클래리티 액트' 심사 연기
스테이블코인 이자수익 범위 이견
금융권·가상자산업계 대리전 비화
RWA·디파이시장 전반 위축 우려

미국 의회가 추진 중인 '가상자산 시장 구조화 법안(클래리티 액트)'의 입법 시계가 제동이 걸렸다. 미 백악관과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스테이블코인 이자 수익' 허용 범위를 놓고 이견이 커지면서 이달 중 예정된 미 상원의 법안심의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실물자산토큰화(RWA) 주도권을 둘러싼 은행 등 전통 금융권과 가상자산 업계 간의 '대리전' 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다.

19일 외신 및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미 상원 은행위원회가 당초 이달 중 예정했던 클래리티 액트의 조문심사(마크업) 일정이 연기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핵심 쟁점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보유한 국채 등 준비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을 이용자에게 분배할 수 있느냐 여부다.

코인베이스 브라이언 암스트롱 최고경영자(CEO)는 미 상원의 법안 초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지를 철회했다. 수정안이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에 대한 이자지급 등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전통 금융권 입장은 강경하다. 규제 밖에서 은행과 유사한 기능을 하며 수익을 지급하는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높다. 은행 고유영역인 '예대마진(예금·대출의 금리 차이) 모델'을 침범하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규제 장벽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NH투자증권 홍성욱 연구원은 "코인베이스의 반발은 향후 스테이블코인 비즈니스모델(BM)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한편으로 코인베이스라는 개별기업이 법안 일정에 영향을 줄 정도의 핵심 플레이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코인베이스 반발이 협상 과정의 일환일 수 있으며, 미국 중간선거 이전인 상반기 내 법안 처리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이번 수정안이 스테이블코인을 넘어 실물자산토큰화(RWA)와 디파이(DeFi·탈중앙화금융) 시장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클래리티 액트 수정안은 토큰화 증권(주식·채권·펀드 등)의 발행 및 유통 구조를 기존 증권법 체계로 편입하고, 실물청구권과 법적 소유권은 블록체인이 아닌 별도 장부(오프체인)에 기록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공개 블록체인(온체인) 기반의 24시간 글로벌 거래와 온체인 소유권 이전 등 토큰화의 실질적 효용이 사라지는 규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토큰의 분류 권한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폭넓게 부여하는 조항은 RWA 시장의 가장 큰 리스크로 꼽힌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모든 RWA를 기존 SEC 중심의 증권법 규제로 편입할 경우, 블록체인의 장점인 24시간 거래와 중개인 없는 유통 혁신이 불가능해진다"면서 "이 법안은 명확성(Clarity)이 아니라 시장을 위축시키는 규제 만능주의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입법 지연은 국내 금융당국의 정책 시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미국의 규제 프레임워크를 참고해 토큰증권(STO) 등 RWA 가이드라인을 설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RWA에 대해 '증권 규제 우선 적용' 기조를 확고히 할 경우, 국내 역시 토큰증권의 장외거래 규제를 강화하는 보수적인 방향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이는 내년 초 본격 개화를 앞둔 국내 토큰증권 시장의 유동성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쟁글리서치 관계자는 "암스트롱 CEO가 토큰화 주식 제한, 디파이 접근권한 확대에 따른 프라이버시 침해, 스테이블코인 보상 축소 가능성 등을 이유로 클래리티 액트 지지를 철회하면서 마크업 연기론이 힘을 얻고 있다"며 "윤리·이해충돌 조항을 둘러싼 합의도 미진한 만큼 관련 논의가 크립토 규제 방향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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