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후 막걸리, 축구 후 삼겹살… 당신의 운동은 '술맛' 위한 에피타이저였나

파이낸셜뉴스       2026.01.21 06:30   수정 : 2026.01.21 06:30기사원문
좋은 운동(Good), 나쁜 습관(Bad), 그래서 이상해진 내 몸(Weird). 스포츠 기자가 당신의 엇나간 건강 상식을 팩트체크합니다.





[파이낸셜뉴스] 주말 등산로 입구의 파전집, 조기축구회가 끝난 뒤의 순대국집. 대한민국 생활체육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땀 흘린 뒤 부딪치는 술잔에는 낭만이 있다. 그리고 이런 믿음이 깔려 있다.

"오늘 빡세게 운동했으니, 이 정도는 먹어도 돼. 어차피 다 빠졌어."

이른바 '보상 심리'다. 하지만 스포츠 생리학적 관점에서 냉정하게 팩트를 짚어보자. 당신이 흘린 땀은 지방이 탄 게 아니라, 그저 '술맛'을 돋우기 위한 에피타이저였을 가능성이 높다. 아니, 오히려 몸을 망치는 '독극물 주입' 과정에 가깝다.

운동 직후 우리 몸은 스펀지 같은 상태다. 고갈된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 무엇이든 빨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이때 알코올이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첫째, '근육 살살 녹는 소리'가 들리게 된다. 힘겹게 찢어가며 자극을 준 근육이 회복하고 성장하려면 단백질 합성이 필수다. 하지만 알코올은 이 합성을 방해하고, 오히려 근육을 분해하는 호르몬(코르티솔) 분비를 촉진한다. 기껏 벤치프레스를 들고 산을 탔는데, 술 한 잔이 그 노력을 '도로 아미타불'로 만드는 셈이다.

둘째, 피를 끈적하게 만든다. 운동으로 땀을 흘려 혈액 점도가 높아진 상태에서, 이뇨 작용을 하는 알코올이 들어오면 탈수는 가속화된다. 심장과 혈관에는 폭탄이 떨어진다. 건강해지려고 축구화 끈을 묶었다가, 통풍과 고혈압이라는 청구서만 받게 되는 이유다.

스포츠 현장의 프로 선수들은 어떨까. 경기가 끝난 뒤 라커룸에서 승리의 축배를 들며 피자를 시켜 먹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그들은 경기 직후를 '골든 타임'이라 부른다. 몸값이 곧 실력인 그들은 운동 직후 30분~1시간 이내에 양질의 탄수화물과 단백질, 그리고 전해질 음료를 섭취한다. 손상된 근육을 '회복'시키는 것까지가 훈련의 연장선이기 때문이다.

술자리를 갖더라도 충분한 수분 섭취와 식사로 몸을 정상화한 뒤, 한참 뒤에나 갖는다. 운동 끝나자마자 유니폼 입은 채로 술집으로 직행하는 건 프로의 세계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운동선수와 직장인은 다르다. 사회생활을 하며 운동 후 뒤풀이를 매번 거절할 수는 없다. 하지만 순서는 바꿔야 한다.

운동 직후에는 물 두 컵 이상을 먼저 마시고, 고기나 밥으로 배를 어느 정도 채운 뒤, 술은 가장 마지막에, 그리고 최소한으로 곁들여야 한다.


땀 흘린 뒤 마시는 맥주 한 잔의 청량함은 달콤하다. 하지만 잊지 말자. 당신의 간과 근육은 지금 비명을 지르고 있다.

운동의 목적이 '건강한 몸'인가, 아니면 '더 맛있는 술'인가.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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