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농가 지킬 ‘스마트 방역’ 울타리

파이낸셜뉴스       2026.01.21 18:10   수정 : 2026.01.21 20:25기사원문

2026년 희망찬 새해를 맞았지만 축산농가는 설렘을 느낄 틈도 없이 알림 문자를 먼저 살핀다. 어느 지역, 어떤 농장에서 가축전염병이 발생했는지 확인하는 일이 일상이 된 것이다. 최근에도 강원 강릉 돼지농장과 전남 곡성 오리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정부는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동중지 명령 등 긴급 조치와 일대일 전담관을 통한 가금농장 관리, 위험지역 집중점검 등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제는 이런 비상대응이 이제 예외적 상황이 아니라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겨울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유형이 세 종류로 늘고, 감염력도 크게 높아져 방역 여건이 한층 엄중해졌다. 기후변화 영향으로 신종 전염병 유입 위험도 커지고 있다. 축산 현장의 고령화, 인력 부족까지 고려하면 방역전략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앞으로의 방역은 제도·기술·현장 실행력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첫째, 바이러스 감염력이 높아지고 변이가 잦아지는 만큼 농장 방역수준을 끌어올릴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정부는 방역 우수농장을 기준으로 전체 방역수준 향상을 유도하기 위해 2026년부터 산란계 농장에 '질병관리등급제'를 도입하고, 이후 대규모 돼지농장 등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수농가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방역을 소홀히 한 농가에는 페널티를 적용, 방역을 단순 '규제'가 아닌 농가 경쟁력을 높이는 '투자'로 인식하도록 방역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자 한다.

둘째,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 방역기술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그동안 방역관리는 사람 의존도가 크고 숙련도에 좌우되는 측면이 있었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자동화 설비를 적용해 차량·사람 출입을 자동 감지, 소독설비와 연동하거나 축사 내 카메라·센서로 이상징후를 조기 포착하는 기술은 전염병 발생과 확산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는 인공지능 기반 예측모델을 활용해 위험지역 예찰·소독을 선제적으로 실시하고, 거점소독시설·소독차량 등 방역설비 자동화 연구를 추진하는 등 첨단기술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셋째, 방역은 결국 현장에서 이를 실행하는 사람의 역량으로 완성된다. 최근 발생 농장을 보면 출입자·차량 소독, 전용 장화·작업복 착용, 농장 출입통제 등 기본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사례가 많다. 기본수칙이 자연스럽게 이행되는 '생활방역'으로 정착되도록 정부는 농장주와 상시 근로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교육을 확대하고, 농장 종사자 다수를 차지하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서도 다국어 교육자료와 동영상, 실습 중심 교육프로그램 등을 통해 실천역량을 체계적으로 높여 나갈 계획이다.

현장 여건이 어려워질수록 기본수칙 준수의 중요성은 커진다.
농가는 종사자 방역 교육·기술 도입 등으로 방역역량을 강화하고, 정부는 등급제·스마트 기술·재정 지원으로 방역수준을 끌어올리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의 어려움은 가축전염병 예방체계를 고도화할 기회다. 농가의 땀방울을 지키는 스마트 방역이 평온한 겨울을 돌려줄 든든한 울타리가 될 것이다.

김종구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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