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언 반스의 '문학적 부고'…'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연합뉴스
2026.01.28 07:11
수정 : 2026.01.28 07:11기사원문
반스의 마지막 소설 출간…"나와 당신의 마지막 대화가 될 것"
줄리언 반스의 '문학적 부고'…'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반스의 마지막 소설 출간…"나와 당신의 마지막 대화가 될 것"
"이것이 분명히 나의 마지막 책이 될 것이다. 나는 공식적으로 떠나고, 이 책은 나와 당신의 마지막 대화가 될 것이다.
"
줄리언 반스는 최근 출간된 신작 소설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다산책방)에서 이렇게 선언한다.
그는 앞서 한 인터뷰에서 이 책이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자 '문학적 부고'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1946년 영국 레스터에서 태어난 반스는 옥스퍼드대를 졸업했다.
1980년 '메트로랜드'로 서머싯 몸상을 받으며 등단했으며 '플로베르의 앵무새', '내 말 좀 들어봐',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등의 작품을 내며 영국 현대문학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2011년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부커상을 받았으며, 프랑스 메디치상, 미국의 E. M. 포스터상, 독일 구텐베르크상, 이탈리아 그린차네 카부르상 등 세계 주요 문학상을 석권했다.
반스는 사랑과 상실, 역사와 진실, 기억과 삶이라는 주제를 붙들고 다양한 형식과 문체적 실험을 거듭해왔다. 그런 그의 문학적 탐구는 마지막 작품에서도 계속된다.
소설의 화자는 줄리언. 실제 작가와 많은 것이 겹쳐 보이는 노년의 소설가다. 작품 속 사실과 허구의 경계는 흐리터분하며, 사실상 작가와 화자를 떼어내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작가는 또 소설과 에세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작품을 써 내려간다. 죽음과 노화, 기억과 시간에 대한 자전적이고 철학적인 에세이로도 읽힌다.
작품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줄리언이 1960년대 옥스퍼드 대학 시절 알게 된 두 친구인 스티븐과 진의 사랑과 이별, 재회가 주된 줄거리다.
작품 속 줄리언은 그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약속을 깨고 만다. 이에 관한 서로의 기억은 어긋나고, 진실은 하나로 수렴되지 않는다.
반스의 소설에서 기억은 한 사람의 정체성인 동시에 의심의 대상이다.
그는 불완전한 기억을 통해 우리가 타인뿐 아니라 자신의 삶조차 얼마나 쉽게 오독하며 살아가는지를 보여준다.
또 작품 속 화자는 실제 작가가 그런 것처럼 혈액암을 앓고 있다. 몸은 쇠퇴하고 기억은 흐려지고, 시간은 삶의 마지막으로 흐른다.
작가는 삶의 유한함이란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
자신이 앓고 있는 혈액암이 "치료는 불가능하지만 관리는 가능하다"는 의사의 설명에 반스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건 꼭… 삶을 두고 하는 말처럼 들린다. 안 그런가?"
스스로를 '명랑한 비관주의자'로 부르는 작가 특유의 유머가 작품 곳곳에서 묘한 여운을 남긴다.
삶이란 어쩌면 "비극적 결말이 있는 익살극, 또는 기껏해야 슬픈 결말이 있는 가벼운 희극"이라는 관조적 태도가 성찰과 함께 위로를 전한다.
그리고 마침내 작가는 독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나는 '당신'이 '그리울' 것이다. (중략) 당신이 있어서 나는 즐거웠다. 사실 당신이 없었다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니 당신 팔에 잠깐 손을 얹었다가―아니, 당신은 계속 구경하고 있어라―나는 슬쩍 사라지겠다. 아니, 계속 구경하고 있어라."
이 작품을 읽는 독자들 역시 그가 그리울 것이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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