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총리 "공무원들 줌 접속 금지"…유럽, 미 빅테크 결별 본격화하나

파이낸셜뉴스       2026.02.01 03:11   수정 : 2026.02.01 03:1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유럽이 미국 빅테크와 디커플링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공무원 수백만명에게 줌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팀스 대신 토종 프로그램을 쓸 것을 지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에 다시 들어선 뒤 동맹들을 압박하는 가운데 유럽이 ‘탈 미국화’에 나서고 있다.

“줌 끊어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는 각 부처에 보낸 서한에서 부처 공무원들이 연말까지 미 화상 회의 플랫폼인 줌 대신 프랑스 토종 플랫폼 비지오(Visio)로 갈아타도록 하라고 지시하는 서한을 보냈다.

서한에서 르코르뉘 총리는 “공공 전기 통신의 보안, 기밀성, 내성을 담보하기 위해 국내 기반 기술로 국가가 통제하는 단일화된 화상회의 솔루션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튿날인 30일 프랑스 정부는 위성통신사 ‘유텔샛(Eutelsat)’에 지상 중개소 사업을 사모펀드인 EQT에 매각하는 것도 금지했다. 유텔샛은 EU 회원국들이 만든 정부간 국제기구로 출범해 2001년 민영화된 곳으로 프랑스 국영 투자은행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기술 디커플링


유럽 각국은 오랫동안 MS, 구글, 아마존 등 미 빅테크의 유럽 내 영업에 제동을 걸고, 견제해왔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에 들어선 뒤 내부에서 이른바 ‘테크 디커플링’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통신 애플리케이션부터 인공지능(AI) 핵심 인프라인 클라우드에 이르기까지 유럽 각국 정부가 미 빅테크 의존의 위험성을 깨닫고 토종 업체로 갈아타도록 독려하고 있다.

유럽의회도 지난주 미 빅테크의 영향력에서 유럽이 벗어나자는 결의안을 긴급 채택했다. 결의안은 EU 각 회원국이 “유럽 기술 주권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가능하다면 정부 조달에서 유럽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를 권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쟁력 밀려 토종 기술 생태계 위축


유럽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EU는 비 EU, 주로 미국에 기술을 의존하고 있다. 디지털 서비스와 인프라의 80% 이상을 미국 등에 의존한다.

유럽에서도 지난 수십년 동안 토종 클라우드, 메시지 애플리케이션, 기업용 소프트웨어가 출시됐지만 성능이 떨어지거나 불편하다는 이유로 미 빅테크에 시장을 빼앗겼다.

이들과 경쟁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소수이고, 시장 영향력도 보잘것 없다. 지난해 10월 독일 슐레스비그-홀슈타인주는 약 4만명의 주 공무원 이메일 메일박스를 MS 익스체인지와 아웃룩에서 오픈소스 대안으로 이동한 것을 자축하며 이를 “디지털 주권의 이정표”로 기념했다.

돈만 날리나


덴마크령인 그린란드를 트럼프가 미국 땅으로 만들겠다고 위협하면서 디커플링 흐름이 탄력을 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기술부터 무기 체계에 이르기까지 미국 의존도를 줄여 유럽이 독립해야 한다고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자국 클라우드 서비스, 파리에 기반한 AI 스타트업 미스트랄로 미국과 중국이 지배하고 있는 AI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의 이런 자존심 싸움은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구호는 거창했지만 실속은 없었다.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부터 시작해 마크롱에 이르기까지 프랑스의 기술 주권 구호는 대대적인 세금 낭비로 귀결됐다.

대표적인 예가 2008년 프랑스와 독일 합작의 유럽 검색엔진 추진 계획인 ‘퀘로(Quaero)’다. 양국은 구글, 야후에 대적하는 소버린 검색 엔진을 개발한다며 수억유로를 쏟아부었지만 5년 뒤 이 사업을 접었다. 구글의 유럽 검색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약 90%에 이른다.

퀘로 실패 이후 나온 것은 ‘소버린 클라우드’였다.

프랑스는 통신사 오랑주(Orange)와 SFR이 이끄는 프로그램 두 개를 경쟁시켰다. 미 클라우드 업체들이 프랑스 사용자 데이터를 유럽에 둔다는 보장이 없어 미 법집행 당국이나 간첩활동에 취약하다는 것이 토종 클라우드 장려책 배경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기대한 성과는 없다. 서비스 품질이 낮아 사용이 저조하다.
프랑스는 대신 미국과 외국 클라우드 업체들에 보안을 강화하도록 규제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편 유럽 기업들은 각국 정부의 토종 기술 장려책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투자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유럽 기업들은 2024년 클라우드 인프라에 모두 250억달러를 투자했고, 이 가운데 약 80%가 미 5대 하이퍼스케일러에 투입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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