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남편 하늘나라 가니 해방 아닌 나눔이 먼저 떠올랐죠"
파이낸셜뉴스
2026.02.01 18:43
수정 : 2026.02.01 18:43기사원문
"정신 미약한 이 돕는데 써달라"
80대 아내 온요양병원에 기부금
숭고한 뜻 기려 휠체어 4대구입
최근 10년간 알츠하이머를 앓던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이모씨(80). 이 씨에게 병원 로비의 소란은 남의 일이 아니었다.
정년퇴직 후 10여 년 쯤 지났을까. 남편은 뜻밖에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으며, 그때부터 최근까지 그녀는 남편의 '기억 저장소'가 되어 살아왔다. 신발도 신지 않은 채 집을 나선 남편을 찾아 온 동네를 헤매고, 길 위에서 실수하는 남편을 향한 따가운 시선을 온몸으로 막아내던 고통의 세월이었다.
주변의 만류에도 이 씨의 뜻은 단단했다. 그녀는 "남편이 병마와 싸우며 잃어버렸던 기억의 조각들이, 이제는 다른 환자들에게 희망의 씨앗이 되길 바란다"며 "정신이 미약해진 이들을 돕는 데 써달라"고 전했다.
온요양병원과 같은 의료법인 온그룹의료재단의 온병원에서 운영하는 한국건강대학을 졸업한 이씨는 또 "평소 어르신 건강증진 교육, 무료급식 봉사,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의료봉사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온병원 관계자들을 늘 응원해왔고, 그들을 통해 기부의 의미도 알게 됐다"고 말해 이같은 남다른 기부의 뜻을 이해하게 했다.
온요양병원 측은 이 귀한 기부금을 어떻게 사용할지 고심한 끝에 거동이 불편한 장기 입원 환자들을 위해 '이동용 휠체어'가 필요하다고 보고, 모두 4대를 구입했다. 병원 안에서 점점 희미해져 가는 가족의 기억을 붙들고 있는 환자들이 이 휠체어를 타고 병원 근처를 산책하며, 잠시나마 살아있음의 온기를 느끼게 하겠다는 취지다.
온요양병원 김동헌 병원장(전 부산대병원 병원장)은 "초고령화 사회인 부산에서 치매는 이제 한 개인의 비극이 아닌 우리 이웃 모두의 아픔"이라며, "기부자의 숭고한 뜻을 담아 환자들이 세상 밖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소중히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변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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