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간 적 없는데 보험금을 받았다”···AI 보험사기의 서막
파이낸셜뉴스
2026.02.03 05:00
수정 : 2026.02.03 07:16기사원문
AI 활용한 병원 진단서 등 위·변조 사례 등장
몇몇 보험사들 적발 시스템에서 확인되는 중
하지만 기술적으로 차단할 방안 마땅히 없어
병원 기록 조회할 수도 없어..금융당국도 뒷짐
생성형 AI가 보험사기의 새로운 도구로 떠오르면서 보험업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진단서나 영수증의 일부 내용을 바꾸는 수준이었지만, 없던 치료 기록을 통째로 만들어내는 단계로 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제는 보험사들이 이를 걸러낼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AI를 활용해 병원 진단서, 영수증, 입·퇴원 확인서, 진료비 세부내역서 등을 조작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례가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2월에는 이런 수법으로 11차례에 걸쳐 총 1억5000만원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나왔다.
기록은 너무도 정교했다. 개별 진료 내역만 놓고 보면 의심할 만한 흔적이 거의 없었다. 보험사가 같은 병원의 전체 데이터를 교차 검증한 끝에야 고유식별번호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그제서야 AI 조작 사실이 드러났다.
보험업계가 느끼는 위기감은 여기서 시작된다. 지금은 일부 서류를 조작하는 수준이지만 AI 기술이 더 발전하면 ‘없던 질병’, ‘존재하지 않는 입원’, ‘가짜 치료 과정’까지 자연스럽게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당장 대응 수단이 없다. 개인정보 보호 문제로 보험사가 고객의 병원 진료 기록을 임의로 조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보험금 청구인이 제출한 서류만을 놓고 진위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치료 기간이나 횟수, 금액이 비정상적으로 과도할 경우 추가 조사를 진행할 수는 있지만, 그 서류 자체가 AI로 만들어진 것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며 “결국 보험사기특별조사팀(SIU)이 직접 현장조사에 나서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종 수법인 만큼 통계조차 없다. 보험업계나 보험협회 차원에서 AI 기반 보험사기를 별도로 집계하지 않고 있고, 금융감독원이 매년 발표하는 ‘보험사기 적발 실적’에서도 AI 보험사기는 독립된 유형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금감원 역시 아직은 조심스럽다. 조직적 범죄 정황이 뚜렷해지면 본격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이제 시작’이라는 말이 나온다. AI가 서류를 꾸미는 수준을 넘어 ‘사실 자체를 만들어내는 단계’로 가는 순간, 보험사기의 판도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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