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잡은 올림픽 티켓인데..." 믹스더블, 4연패에 최하위 추락

파이낸셜뉴스       2026.02.07 07:42   수정 : 2026.02.07 08:05기사원문
초반부터 꼬인 흐름… 넘지 못한 세계 1위의 벽
승부처 5엔드… 독이 되어버린 ‘파워플레이’
‘막차’의 기적 뒤엔… 냉혹했던 올림픽의 무게



[파이낸셜뉴스] 절하게 원했던 무대였지만, 올림픽이라는 전장은 생각보다 훨씬 더 차갑고 가혹했다. '기적의 막차'를 타고 밀라노행 티켓을 거머쥔 한국 컬링 믹스더블이 세계 최정상급 팀들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예선 4연패의 늪에 빠졌다.

김선영(강릉시청)-정영석(강원도청) 조는 6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의 코르티나 컬링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컬링 믹스더블 예선 4차전에서 영국(브루스 모엇-제니퍼 도즈)에 2-8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스웨덴(3-10), 이탈리아(4-8), 스위스(5-8)전에 이어 영국전까지 내리 패하며 4전 전패를 기록했다. 10개국이 출전해 풀리그를 치른 뒤 상위 4개 팀만이 준결승에 오르는 방식임을 감안할 때, 사실상 4강 진출은 험난해졌다.

이날 상대한 영국은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다. 김선영-정영석은 초반부터 고전했다. 후공으로 시작한 1엔드에서 2점을 스틸(선공 팀 득점) 당했고, 2엔드에서도 1점을 내주며 0-3으로 끌려갔다. 3엔드에서 1점을 만회했지만, 4엔드에 다시 2점을 허용하며 스코어는 1-5로 벌어졌다.

승부의 분수령은 5엔드였다. 한국은 후공 기회를 잡아 '파워플레이(방어용 스톤을 치워 다득점을 노리는 작전)'를 신청했다. 대량 득점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겠다는 승부수였다. 하지만 세계의 벽은 견고했다. 영국은 정교한 샷으로 한국의 길목을 차단했고, 김선영의 마지막 회심의 샷마저 빗나가며 오히려 2점을 헌납했다.



스코어 1-7. 사실상 승패가 갈린 순간이었다. 한국은 6엔드 1실점, 7엔드 1득점을 기록한 뒤 2-8 상황에서 먼저 악수를 청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김선영-정영석 조는 지난 12월 올림픽 최종 예선인 퀄리피케이션 플레이오프를 통해 10개 참가국 중 가장 마지막으로 올림픽 티켓을 획득했다. 극적인 승부 끝에 얻어낸 티켓이었기에 국민적 관심도 뜨거웠다.

하지만 본선 무대는 예선과는 차원이 달랐다. 스웨덴, 스위스, 영국 등 전통의 강호들은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다. 한국이 샷 감각을 조율하는 사이 상대는 이미 하우스(표적)를 점령했다.

김선영-정영석 조가 보여준 투지에는 모자람이 없었으나, 디테일과 경기 운영 능력에서 세계 정상권과의 격차는 분명히 존재했다.



4연패라는 성적표는 쓰라리다. 하지만 이들이 올림픽이라는 무대까지 오기 위해 흘린 땀방울의 가치까지 폄하될 수는 없다.

'막차 탑승'이라는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팀들과 맞서 싸우고 있다는 점 자체가 한국 컬링의 저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질책이 아닌, 남은 경기를 완주할 수 있는 격려다. 김선영-정영석은 오는 7일 오후 10시 35분 체코를 상대로 다시 한번 첫 승 사냥에 나선다.

4강 진출 여부를 떠나, 올림픽이라는 무대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한 그들의 샷은 아직 멈추지 않았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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