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이야? 이 정도면 메달도.." 신지아, 첫 올림픽 소름 돋는 '클린 연기'
파이낸셜뉴스
2026.02.07 08:01
수정 : 2026.02.07 08:01기사원문
“떨림은 없었다”... 첫 과제부터 완벽했던 ‘배짱 점프’
사카모토-리우와 진검승부... 세계 톱랭커 증명한 ‘클래스’
아쉬운 팀 순위, 빛난 신지아... 8일 차준환의 ‘대역전극’ 기다린다
팀 이벤트는 예고편일 뿐... 진짜 승부는 ‘개인전’이다
[파이낸셜뉴스] 쇼팽의 ‘녹턴’이 흘러나오는 순간, 밀라노의 빙판은 거대한 숨죽임 속으로 빠져들었다. 생애 첫 올림픽이라는 중압감? 18세 소녀의 어깨를 짓누를 법한 긴장감? 그런 것은 애초에 없었다는 듯했다.
‘포스트 김연아’를 넘어, 이제는 당당한 ‘대한민국의 신지아’였다.
신지아는 6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팀 이벤트(단체전)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37.93점, 예술점수(PCS) 30.87점을 합쳐 총점 68.80점을 기록, 전체 4위에 올랐다.
단순한 순위 이상의 ‘품격’을 증명한 무대였다.
전체 4번째 순서. 은반 위에 선 신지아의 눈빛은 차분했다. 첫 과제이자 가장 배점이 높은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 신지아는 보란 듯이 비상했고, 깃털처럼 가볍게 착지했다. 기본 점수 10.10점에 수행점수(GOE) 1.10점. 완벽한 스타트였다.
이어지는 더블 악셀도 깔끔했다. 플라잉 카멜 스핀은 최고 난도인 레벨 4를 찍으며 우아함의 절정을 보여줬다. 체력이 떨어질 수 있는 후반부, 가산점 10%가 붙는 트리플 플립마저 흔들림 없이 성공시키자 관중석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마지막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레벨 4)까지. 음악이 멈추는 순간, 신지아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자신의 연기에 확신을 가진 선수만이 보여줄 수 있는 세리머니였다.
이날 신지아의 위에는 단 3명뿐이었다. ‘세계 최강’ 사카모토 가오리(일본·1위), 돌아온 천재 알리사 리우(미국·2위), 그리고 홈 이점의 라라 나키 구트만(이탈리아·3위).
내로라하는 베테랑들 사이에서, 올림픽 데뷔전을 치른 신지아가 4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팀 이벤트 특성상 낯선 환경과 분위기 속에서도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했다는 점은 다가올 개인전 메달 가능성을 밝히기에 충분했다.
신지아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한국 팀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아이스 댄스 임해나-권예 조가 7위(4포인트)로 선전했지만, 페어 종목 불참으로 0점을 기록한 탓에 중간 합계 11포인트, 7위에 머물러 있다.
프리스케이팅 진출 마지노선인 5위 캐나다(19포인트)와는 8점 차. 사실상 ‘기적’이 필요한 상황이다. 운명은 8일 남자 싱글 쇼트에 나서는 ‘캡틴’ 차준환(서울시청)의 어깨에 달려 있다.
하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신지아는 자신의 몫을 200% 해냈다. 팀 이벤트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밀라노의 밤하늘을 수놓은 신지아의 ‘녹턴’은 이제 막 1악장을 마쳤을 뿐이다. 전 세계가 ‘새로운 여왕’의 탄생을 예감하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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