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관중도 외웠다 "누나! 누나! 누나!"…밀라노 홀린 컬링 연하남의 '50번 외침'

파이낸셜뉴스       2026.02.07 20:00   수정 : 2026.02.07 20:42기사원문
선영석 듀오 4연패 수렁? 아니, '성장통' 겪는 중입니다
"속옷 3일 입고 딴 티켓인데"… 그들의 땀방울은 배신하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주문 "누나! 누나! 누나!"
오늘 밤 4연패 탈출 첫 승 도전!





[파이낸셜뉴스] "누나! 여기로 지나가기만 하면 돼!"

"아… 물리긴 힘들다, 누나."

차갑고 냉정한 승부의 세계, 이탈리아 코르티나의 빙판 위에서 애타게 '누나'를 찾는 연하남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비록 스코어보드는 야속하게도 '4전 전패'를 가리키고 있지만, 지켜보는 팬들의 입가에는 왠지 모를 미소가 번진다.

성적보다 더 뜨거운 '케미'로 알프스를 녹이고 있는 주인공, 바로 컬링 믹스더블 국가대표 김선영(강릉시청)과 정영석(강원도청), 합쳐서 '선영석' 듀오다.

6일(한국시간) 열린 영국과의 4차전. 세계 최강의 벽은 높았다. 2-8 완패.



앞선 스웨덴, 이탈리아, 스위스전에 이은 4연패다. 냉정하게 말해 4강 토너먼트 진출은 희박해졌다. 하지만 이들을 향해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들이 여기까지 온 과정 자체가 한 편의 '시트콤'이자 '인간 승리'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팀의 탄생 비화는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다. 김선영의 말마따나 "다들 짝을 찾아 떠나고 남은 둘"이 뭉쳤다.

소위 말해 '떨이(?)' 조합이었다. 하지만 그 우연은 운명이 됐다. 팀 킴의 일원으로 영광을 맛봤던 '누나' 김선영과 패기 넘치는 '동생' 정영석은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한국 컬링 믹스더블 사상 최초로 '자력 올림픽 티켓'을 따냈다.



시련도 예능처럼 찾아왔다. 올림픽 최종 예선 당시 짐이 도착하지 않아 경기 당일 새벽에야 장비를 받았다.

정영석은 "같은 속옷을 3일 연속 입었다"고 고백했다. 보통 멘탈이라면 무너졌을 법도 한데, 이들은 "이 얼마나 큰 액땜이냐"며 긍정 회로를 돌렸다. 그리고 보란 듯이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2018 평창에 "영미~"가 있었다면, 2026 밀라노엔 "누나!"가 있다.

정영석은 경기 내내 쉴 새 없이 김선영을 부른다. 본인 피셜로 "한 게임당 50번 이상"이란다. "누나 가!", "누나 닦아!", "누나 미안!".

단순한 호칭이 아니다. 거기엔 베테랑 파트너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의지가 담겨있다.

김선영 역시 "영석이가 착하고 차분해서 오히려 내가 의지한다"며 꿀 떨어지는 눈빛을 보낸다. 4연패의 수렁 속에서도 두 사람이 서로를 탓하거나 얼굴을 붉히지 않는 이유다.



물론 아쉬움은 남는다. 영국전 5엔드 파워플레이 찬스에서 나온 실수는 뼈아팠고, 세계의 높은 벽은 실감 났다.

하지만 승패를 떠나 이들이 보여주는 '꺾이지 않는 마음'과 유쾌한 호흡은 올림픽이라는 무거운 무대를 즐기는 법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이제 한국은 7일 밤 체코를 상대로 첫 승 사냥에 나선다. 메달 색깔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이미 '선영석'이라는 사랑스러운 팀을 얻었으니까.

오늘 밤에도 알프스 산맥엔 정영석의 "누나!"가 메아리칠 것이다.

그러면 TV 앞의 우리도 같이 외쳐주자. "괜찮아, 선영석! 그냥 즐기고 와!"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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