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징계, 그리고 귀화… 헝가리 국기 단 김민석의 '불편한 질주'
파이낸셜뉴스
2026.02.08 09:00
수정 : 2026.02.08 09:00기사원문
'최초'의 영웅, 술 한 잔에 무너지다
린샤오쥔과는 다르다? 비난과 동정 사이
3연속 메달? 냉정히 말해 '글쎄'
"메달 따도 환영못받고, 못따면 잊혀진다"... 김민석의 마지막 질주는?
[파이낸셜뉴스] 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스케이팅 스타디움. 익숙한 얼굴이 빙판 위를 가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가슴에 박힌 것은 태극기가 아니었다.
'빙속 괴물'에서 '음주 파문'의 주인공으로, 그리고 이제는 '헝가리 국가대표'가 된 김민석(26). 그가 낯선 유니폼을 입고 자신의 세 번째 올림픽 무대에 섰다.
김민석의 추락은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었다. 2018 평창, 2022 베이징에서 연달아 1500m 메달을 목에 걸며 '아시아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탄탄대로였다. 하지만 2022년 진천선수촌에서의 음주운전 사고는 모든 것을 앗아갔다.
징계는 가혹했고, 현실은 냉정했다. 1년 6개월 자격정지에 이어 추가 징계까지. 사실상 한국에서의 선수 생명은 끝난 셈이었다. 그때 헝가리가 손을 내밀었고, 그는 "스케이트를 계속 타고 싶다"며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그의 행보는 쇼트트랙 린샤오쥔(임효준)과 자주 비교되지만, 결은 조금 다르다. 린샤오쥔이 성추행 논란과 법적 공방 끝에 '도피성 귀화'라는 비난을 받았다면, 김민석은 자신의 명백한 실수(음주)로 벼랑 끝에 몰린 케이스다.
그래서일까.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하다. "음주운전하고 도망가서 국적 세탁했냐"는 싸늘한 비난과 "오죽했으면 그랬겠냐, 재능이 아깝다"는 동정론이 엇갈린다. 김민석 본인도 이를 의식한 듯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경기가 끝나고 말하겠다"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감정을 배제하고 실력만 놓고 보자. 전망은 어둡다. 김민석은 이번 대회 1000m와 1500m에 출전하지만, 올 시즌 월드컵 성적은 처참하다. 최고 성적이 9위, 나머지는 모두 10위권 밖이었다.
본인 스스로도 "욕심이 과했다. 과유불급이었다"고 인정했다. 새로운 훈련 방식을 시도하다 밸런스가 무너졌고, 급하게 예전 루틴으로 돌아갔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게다가 처음 경험하는 밀라노의 빙질(무른 얼음)도 변수다.
그럼에도 김민석은 "메달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며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어쩌면 이번 올림픽은 그에게 가장 잔인한 무대가 될지 모른다. 메달을 따도 환영받지 못하고, 못 따면 조용히 잊혀질 운명.
헝가리 국기를 단 김민석의 질주가 시작됐다. 그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 속죄일지, 아니면 또 다른 비난일지.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도 편치만은 않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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