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침대에 갇힌 가상자산거래소
파이낸셜뉴스
2026.02.08 18:18
수정 : 2026.02.08 18:18기사원문
침대와 키가 같아도 제멋대로 침대 길이가 조절돼 어느 누구도 살아나갈 수 없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는 자기만의 틀로 획일적인 기준이나 주장 등을 강요하는 독선을 대변한다. 금융당국에 다양성이 배제된 쇠침대가 어른거린다. 지난달 금융위원회가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초석을 다지는 여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에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15~20%로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비해 정부와 공모펀드, 은행 등은 최대 30%까지 지분을 보유하는 방안을 포함시켰다. 사실상 국유화다. 당국의 관점은 이렇다. 국민 1000만명이 가상자산 계좌를 보유할 정도로 급격히 성장해 가상자산거래소 플랫폼은 공공 인프라다. 그러나 특정 대주주에게 지배력이 집중돼 사유화, 사금고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따라서 제도권 편입 전 지배구조 개선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 같은 오랜 고민 끝에 눈길이 꽂힌 롤모델이 지난해 3월 출범한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이다. 증권사 등 34개사가 주주로 구성된 민간기업이지만 대주주 지분은 최대 15%를 넘지 못하게 철벽을 쳐놨다. 하지만 바둑 격언에 '장고 끝에 악수(惡手) 나온다'고 했다.
벌써부터 제2의 관치금융 논란이 거세다. 민간기업 대주주 지분 제한은 현행 법규는 물론 전례도 없지만 자본주의 시장의 순리를 거스르기 때문이다. 특히 넥스트레이드는 업체별 출자를 통해 설립된 자회사이고, 가상자산거래소는 엄연히 개인이 창업한 기업이다. 소유구조부터 다르다. 경영권 및 재산권 침해 등 소송전으로 비화될 게 불 보듯 뻔하다. 더구나 길어야 13년에 불과한 업력에도 불구하고 불모지를 개척해 스타트업을 유니콘으로 일궈냈더니 차세대 금융플랫폼 육성은커녕 헐값 지분매각의 막다른 길로 몰아넣고 있다. 장기투자와 창업 생태계의 혁신의지를 꺾는 최악의 사례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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