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비관세로 한미 갈등 확산, 입법부터 서둘러야

파이낸셜뉴스       2026.02.08 18:18   수정 : 2026.02.08 18:18기사원문
美, 핵잠수함 등 추진에 소극적 태도
대미투자특별법 신속히 통과시키길

미국과의 관세협상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산업·통상·외교수장이 미국으로 가서 협상을 벌였지만, 큰 성과 없이 돌아왔다. 미국을 방문한 조현 외교부 장관이 현지에서 "통상 분야든 안보 분야든 한미 간의 합의 이행에 있어 지연이 생기는 것은 미국도 원치 않는 바라고 공감을 표했다"고 했지만, 위성락 안보실장은 다른 말을 했다.

위 실장은 "관세 및 안보 협상 타결이라는 두 개의 필러(기둥) 중 관세라는 한 축이 흔들려 이 상황이 생겼다"며 안보협상 논의에 뭔가 문제가 생겼음을 시사했다.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합의에 이른 것은 관세와 안보가 패키지로 다뤄졌기에 가능했다. 한국이 통상 문제에서 미국에 양보하는 대신 조선과 원자력, 핵추진잠수함 건조라는 안보적 반대급부를 얻어낸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 국회의 입법 지연에 불만을 표시하며 안보 패키지의 이행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이 길지 않은 기간이라도 관세율을 높이면 우리 기업들은 무조건 피해를 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이 밉더라도 우리가 미국의 요구에 최대한 응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물론 국회가 관세협상과 관련한 입법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국회 비준동의 요구를 철회하고 특별법 심사에 협조하기로 해 대미투자특별법을 처리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하루라도 서둘러 협상을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미국에 보여줘야 한다.

다른 문제는 미국이 비관세 분야까지 관세협상과 연관 지어 걸고 넘어지는 것이다. 망 사용료와 디지털 플랫폼, 농산물 검역 등으로 문제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 장관이 방미 당시 만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등이 이런 미국 정부의 분위기를 대놓고 전달했다고 한다.

양국은 관세협상에서 망 사용료와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서 미국 기업이 차별받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부딪히지 않도록 보장하겠다고 명시했다. 미국은 협상문서에 명시한 대로 실질적인 행동을 보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미국 국적 기업인 쿠팡에 대한 정부의 제재조치도 관련된 것은 물론이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사회에서는 우리의 의지대로 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국민 여론을 그대로 따를 수 없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구글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한국에서 사업을 하며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정밀지도를 달라고 요구하는 있는 것을 국민들이 고깝게 여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미국의 요구를 전부 그대로 이행하는 것도 위험이 따른다. 정밀지도를 내주는 것은 우리에게 중장기적으로 큰 피해와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런 점을 종합해서 고려하면서 정부는 최대한 국익을 지키며 협상을 벌여 나가야 한다.

재삼 강조하지만 최후의, 최고의 잣대는 국익이다. 이익은 최대화하면서 손실은 최소화하는 원칙 아래 내줄 것은 내주고 얻을 것은 얻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지난해 대미협상 과정에서 우리 정부 관료들이 익히 보여준 전략이다. 관세협상 '시즌 2'에서도 동일한 전략과 마음가짐으로 미국 측에 설명하고 설득하는 집요함을 보여줘야 한다. 원칙이 반드시 통할 수도 없고, 감정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것이 외교와 통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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