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덤핑 관세는 '양날의 검'… 방어적 운용서 현실에 맞게 강화해야"

파이낸셜뉴스       2026.02.08 18:52   수정 : 2026.02.08 18:52기사원문
전문가들이 본 반덤핑 관세
보호무역으로 국내기업 피해 속출
철강·석화 등은 세밀한 대응 필요
통계 데이터 축적·전문성 높여야

반덤핑 관세는 '양날의 검'과 같다. 상대적 제재수단이어서 우리가 '칼'(반덤핑 관세)을 세게 휘두르면 또 다른 경제보복과 교역국 간 갈등, 마찰로 되돌아온다. 세계 최다 자유무역협정(FTA) 국가이자 수출 중심의 한국이 반덤핑 관세율을 최소한의 선에서 방어적으로 집행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촉발한 일방적 보호무역주의로 세계무역기구(WTO) 질서가 위축되고, 주요 국가들이 반덤핑 관세 등을 앞세워 자국 산업과 시장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추세다. 이에 한국도 수십년간 견지해 온 최소 관세율 등 '온건 기조'의 반덤핑 관세제도를 현실에 맞춰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8일 WTO의 국가별 반덤핑 통계에 따르면 지난 1995년부터 2025년 6월 말까지 한국의 조사개시 건수(누적)는 173건으로 집계됐다. 내수시장 크기가 다르긴 하지만 같은 기간 미국(1018건)의 5분의 1, 인도(1297건)의 7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유럽연합(EU) 599건, 중국 306건과도 차이가 난다.

한국은 통상마찰을 우려해 국가안보와 환경규제 목적, 보복관세 등의 이유로는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방어적·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인과 요건(덤핑 사실과 국내 산업 피해)의 엄격한 판정 △수입품으로 인한 실적악화 사실의 자세한 입증 요구 △경영미숙과 경기 불황 등 외부요인 개입 판단 시 기각·불충분 판정 △총덤핑마진보다 낮은 세율을 우선하는 최소부과 원칙 등이 그런 것이다. 이는 한국 정부의 WTO·FTA 규범 준수와도 연관된다.

그러나 최근 몇년 새 WTO 다자무역 체계는 힘을 잃었다. 수출을 지탱하는 주력산업들은 중국에 밀렸고, 이들 국가가 생산하는 저가제품이 대량으로 쏟아져 들어와 국내 시장은 왜곡·교란되고 있다. 이 같은 불공정 무역으로 인한 국내 피해기업들의 무역구제 요구 또한 급증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반덤핑 관세 수단을 강화해 외국 수입상품의 불공정 무역을 차단하고 국내 산업을 정당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데는 정부와 전문가들도 공감한다.

다만 반덤핑 관세율을 올리는 만큼 통상마찰과 보복 위험도 높아진다는 점에서 철강·석유화학 등 위기산업·품목별 '핀셋 정밀대응', 명확한 법적 근거 및 덤핑률 산정 가격데이터 축적과 시스템 고도화, 관계당국의 전문성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반덤핑 조사와 관세율 재산정 사례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면서 "상대국이 납득할 수 있도록 시장가격과 국내 피해액 등에 대해 국가가 정확한 통계 데이터를 축적하고 덤핑마진을 산정하는 무역위원회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도 "반덤핑 조치는 결국 WTO 제소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덤핑 여부와 산업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며 "법 테두리 안에서 관세 수준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진국 수준에 맞춰 일괄 인상하기보다는 저가공세가 심한 철강 등 특정 품목을 중심으로 세밀하게 대응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사안별 조사와 증거를 축적해 단계적으로 관세율을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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