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1·2구간 다 이겼는데..." 김상겸, 다잡은 金 놓쳤지만, 한국 설상 영웅됐다
파이낸셜뉴스
2026.02.08 22:57
수정 : 2026.02.08 23:12기사원문
1·2구간 모두 앞서고도... 막판 0.19초에 울어버린 '통한의 역전패'
'세계 1위' 피슈날러 격침... 37세 맏형이 쓴 '밀라노의 기적'
대한민국 올림픽 통산 '400호 메달' 위업... 설상 역사 새로 썼다
'배추보이' 탈락 충격 씻은 투혼... 4전 5기 끝에 생애 첫 포듐
[파이낸셜뉴스] 손만 뻗으면 금메달이 잡힐 듯했다. 아니, 사실상 우리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스노보드의 신’은 마지막 순간 잔인하게 등을 돌렸다.
한국 스노보드 알파인의 ‘맏형’ 김상겸(37·하이원)이 생애 첫 올림픽 결승 무대에서 세계 최강자를 상대로 대등하다 못해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치고도, 피니시 라인 직전 통한의 역전패를 당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전은 그야말로 김상겸의 독무대가 될 뻔했다. 행운의 ‘블루 코스’에서 출발한 김상겸은 초반부터 가벼운 몸놀림으로 설원을 지치고 나갔다.
스타트부터 좋았다. 제1 중간 계측 구간을 카를보다 먼저 통과하며 기세를 올렸다. 중반 이후 카를이 무섭게 쫓아왔지만, 김상겸은 흔들리지 않았다. 제2 중간 계측 구간마저 0.02초 김상겸이 앞섰다.
전광판에는 김상겸의 우위를 알리는 ‘초록불’이 선명하게 들어와 있었다. 현장의 한국 응원단은 이미 우승을 확신하고 환호성을 지를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경기 종료 직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올림픽 2연패’를 노리는 베테랑 카를이 마지막 경사 구간에서 비현실적인 속도로 가속을 붙인 것이다. 결승선을 불과 몇 미터 앞두고 카를의 보드 노즈가 김상겸을 스치듯 추월했고, 결국 0.19초의 간발의 차로 승부가 뒤집혔다. 다 잡았던 금메달이 은메달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비록 마지막 한 끗 차이로 시상대 맨 윗자리는 내줬지만, 이날 김상겸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기적’ 그 자체였다.
예선 8위로 16강에 턱걸이했던 그는 8강에서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인 세계랭킹 1위 롤란드 피슈날러(이탈리아)를 꺾는 대파란을 일으켰다. 이번 대회 최고 파란이라고 할만했다. 거기에 4강에서도 이번 대회 동메달을 차지했던 불가리아의 신예를 가볍게 제치고 결승에 진출했다.
이번 대회 김상겸의 메달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평행대회전에서는 오직 이상호에게만 기대를 걸었다. 그도 그럴 것이 김상겸은 한번도 포듐에 올라선 적이 없기 때문이다.
37세의 나이에 4번째 올림픽 도전.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그는 오직 실력으로 결승까지 올라와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증명했다.
이로써 김상겸은 대한민국 올림픽 역사(하계·동계 합산) 통산 400번째 메달의 주인공으로 영원히 남게 됐다.
간판스타 이상호가 16강에서 탈락하며 침체됐던 분위기를 단숨에 반전시킨 ‘맏형’의 투혼.
1, 2구간을 모두 이기고도 내준 아쉬운 승부였지만, 그가 보여준 땀과 눈물은 금메달보다 값진 감동으로 국민들의 가슴에 남게 됐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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