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동력’ 바이오헬스, 무엇이 가로막고 있나
파이낸셜뉴스
2026.02.09 12:00
수정 : 2026.02.09 12:00기사원문
한국은행, ‘BoK 이슈노트: 첨단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방안’ 발표
‘데이터 제공-수집-활용 주체 간 보상 불일치’가 근본 원인
‘국가 승인형 바이오 데이터 개발 체계’ 대안으로 제시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첨단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방안: 바이오 데이터 활용 기반 구축을 중심으로’를 보면 국내 바이오헬스 활용이 힘든 점이 바이오헬스 시장 실패를 야기하고 있다.
성원 한은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과장은 ‘인센티브 불일치’를 그 근본 원인으로 지목했다. 데이터 활용의 위험·비용은 정보주체인 개인과 수집관리자(병원)가 부담하는 반면 이익은 활용자(기업·연구자)와 사회 전체로 분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 설문 조사 결과 데이터 제공 의향이 있는 개인은 26.9%에 그쳤다. 거부자의 52.5%는 해킹·유출로 인한 개인정보 침해를, 20.9%는 고용차별·보험 가입 거부 등 실질적 피해를 우려했다.
성 과장은 “개인들은 공익적 활용 가치엔 공감하지만 개인정보 침해를 걱정했다”며 “현행 사전 동의 및 비식별화 중심의 개인정보보호 체계는 실질적 통제권을 담보하지 못해 신뢰를 구축하지 못 하고 있다”고 짚었다.
병원 입장에선 데이터 정제 비용, 법적·평판 리스크 등은 떠안지만 보상은 미미하다. 때문에 정보 공유 기피 및 독점은 합리적 선택이 된다. 데이터를 쓰는 기업이나 연구자 역시 복잡한 접근·결합 절차, 법적 불확실성 탓에 적극적 활용이 어렵다. 실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10월~2023년 10월 3년 간 보건의료 분야 데이터 결합·활용은 78건뿐이었다.
성 과장은 “사전 심의·승인을 통해 법에서 정한 공익적 활용을 보장하고 정보주체에게 언제든 활용을 거부 혹은 재허용할 수 있는 통제권을 부여해 신뢰 기반 자발적 데이터 제공을 유도한다”며 “공익성이 인정된 활용에 대해선 사전 동의 면제, 포괄적 동의 허용 등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연구자의 법적·행정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데이터 탐색부터 결합, 심의, 제공까지 일괄 지원하는 통합 중개 허브를 구축하고 데이터 중개사를 육성하는 등 유통 생태계를 활성화함으로써 데이터 접근 비용은 낮추고 민간 병원 등의 고품질 데이터 생산·공유에는 합리적 보상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체계를 만들기 위해선 유럽연합(EU)의 ‘Health Data Access Bodies’ 같은 별도 전담 기구 설립을 제시했다. 이 기구는 독립성, 전문성, 재정적 지속가능성이 확보돼야 한다.
기본적으로 제약·의료기기 등 바이오헬스는 산업은 저성장 위기 속 신성장동력이라는 게 한은 인식이다. 성 과장은 “고령화로 인한 의료 수요 증가, 생명공학-AI 융합 가속화로 글로벌 바이오헬스 시장은 향후 5년 간 연평균 5.0% 성장할 것”이라며 “글로벌 생명공학 AI 시장은 이 기간 연평균 19%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국내의 경우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위탁생산개발(CDMO) 등 틈새시장을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성장하긴 했으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혁신 신약과 첨단 의료기기 분야에선 뒤처졌다는 점이다.
실제 해당 분야에서 세계 매출 상위 30위권에 이름을 올린 국내 기업은 없으며, 국내 1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매출(28억달러)도 글로벌 상위 3개 제약사 평균(578억달러)의 5%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제약 12개, 의료기기 19개), 일본(5개, 2개), 독일(3개, 3개) 등 주요 선진국이 상위권을 잠식하고 있다.
자금 공급, 기초연구, 전문인력 양성 측면에서 열위에 있어 원천기술 경쟁력에서도 밀리고 있다. ‘2024년 보건의료·산업 기술수준조사’에서 우리나라 의약품과 의료기기 개발 기술은 미국 대비 각각 3.6년, 2.8년 늦다.
핵심은 ‘데이터’다. 우리나라는 활용 정도는 떨어지지만 데이터 수집·연계 인프라는 우수해 AI를 기반으로 바이오헬스 산업을 부흥시킬 잠재력은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성 과장은 “단일 건강보험제도를 기반으로 수집하는 5000만 인구의 건강보험 및 병원 임상 데이터는 ‘AI 시대의 다이아몬드’로 불릴 만큼 세계적으로도 희소성이 높다”며 “AI는 신약 개발 기간을 30~50% 단축하는 등 연구개발(R&D)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고 정밀 의료, 수술 보조 로봇 등 신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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