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선수 많아서 싫다?"... 올림픽 퇴출 위기, 김상겸의 '평행대회전'

파이낸셜뉴스       2026.02.10 13:00   수정 : 2026.02.10 13:00기사원문
한국 통산 400호 메달의 기적... 시상대 뒤엔 '종목 폐지' 그림자
"선수들이 너무 늙었다?"... IOC, 고령화·기후 변화 이유로 퇴출 거론
막노동으로 지킨 12년의 꿈... 종목 사라지면 '강제 은퇴' 위기
"미래를 뺏지 말라"... 김상겸·카를 등 전 세계 선수들의 간절한 호소



[파이낸셜뉴스] "이게 마지막 은메달이 될 수도 있다고요?"

잔인한 농담이 아니다. 8일 밤(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에서 대한민국 올림픽 통산 400호 메달의 기적을 쏘아 올린 김상겸(37·하이원). 그가 시상대에서 내려오자마자 마주한 건 축하 인사가 아닌 '종목 폐지'라는 서늘한 공포였다.

훈련비가 없어 공사판에서 막노동을 하며 지켜온 내 꿈의 무대. 12년을 버텨 기어이 시상대에 섰는데, 이제 그 무대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김상겸이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 "우리 종목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비장하게 말한 이유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계산기는 냉정하다. 현재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PGS)은 올림픽 퇴출 후보 1순위로 거론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너무 나이 든 베테랑이 많다'는 것.



실제로 이번 대회 금메달리스트 벤야민 카를(오스트리아)은 40세, 은메달 김상겸은 37세다. 세계랭킹 1위 롤란드 피슈날러(이탈리아)는 무려 45세다. 0.01초를 다투는 종목 특성상 '피지컬'보다 경험과 노련미가 절대적이라 베테랑들이 장기 집권하고 있다.

하지만 '젊음'과 '트렌드'를 쫓는 IOC 입장에서 '아재들의 리그'는 달갑지 않다.

여기에 기후 변화로 천연 눈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슬로프 관리가 까다로운 알파인 종목을 줄이려는 움직임도 있다. 당장 2030년 프랑스 알프스 올림픽부터 이 종목이 열릴지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김상겸에게 평행대회전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천식을 앓던 소년을 구원했고, 가난한 청년 가장을 지탱해 준 '생명줄'이다.

만약 이 종목이 사라진다면? 한국 스노보드 역사상 첫 은메달(2018 이상호)과 400호 메달(2026 김상겸)을 배출한 효자 종목이 공중분해 된다. 이제 막 전성기를 맞은 37세 김상겸은 타의에 의해 강제 은퇴를 해야 할 수도 있다.

김상겸은 "이건 우리 종목의 미래이자, 어린 선수들의 꿈이 걸린 일"이라며 절박하게 호소했다. 선수들은 SNS에 '#keepPGSolympic'(평행대회전을 지키자) 해시태그를 달며 생존 투쟁에 나섰다.

40세 금메달리스트 벤야민 카를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 종목은 슬로프와 기문만 있으면 된다. 돈도 안 들고, 남녀평등하고, 얼마나 흥미진진한가"라며 IOC를 향해 직격을 날렸다.




'스노보드 여제' 에스터 레데츠카(체코) 역시 "젊은 선수들의 기회를 뺏지 말라"며 경고했다.

다행히 국제스키연맹(FIS)이 IOC를 설득 중이라 '90% 생존'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오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막노동판을 전전하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김상겸의 4전 5기. 그 눈물겨운 은메달이 올림픽 역사책의 '마지막 페이지'가 되지 않기를, 전 세계 스노보더들은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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