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다카이치, 개헌 시계 다시 돌린다…헌법심사회 회장직부터 탈환

파이낸셜뉴스       2026.02.10 14:35   수정 : 2026.02.10 14:35기사원문
총리·방위상 잇단 발언 “국민투표 환경 조성 속도”
자민당, 헌법심사회 주도권 회복에 총력
중의원 3분의 2 확보에도 참의원·야당·유신 변수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이 지난 8일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이후 헌법 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자민당은 먼저 개헌안을 심의하는 헌법심사회 회장직을 되찾아 개헌 논의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참패한 야당은 자민당이 '숫자'로 개헌을 밀어붙이는 시나리오를 경계하고 있다.

■총리 이어 방위상도 "개헌 국민투표 서두를 것"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중의원 선거 이후 다카이치 내각에서 잇따라 개헌에 대한 국민투표를 서두르겠다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10일 기자회견에서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기회를 가능한 한 빨리 국민에게 제공해야 한다"며 국민 투표 실시를 향한 환경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개헌에 찬성하는 사람도, 반대하는 사람도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다. 절차를 밟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신속히 실현을 향해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실질적 군대인 자위대의 헌법 명기 같은 구체적인 개헌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자민당은 개헌을 통해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할 것 등을 주장해왔으며 총선 공약에도 개헌을 포함했다.

전날 다카이치 총리도 중의원 선거 이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헌법 개정을 향한 도전도 진행할 것"이라며 개헌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밝혔다.

그는 "그동안의 논점 정리와 논의 축적에 기반해 각 정당의 협력을 얻으면서 조금이라도 빠르게 개헌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가 이뤄질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각오"라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선거 유세 기간 "헌법에 왜 자위대를 적으면 안 되는가"라며 "그들의 긍지를 지키고 (자위대를) 확실한 실력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당연히 헌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자민당은 각 교섭단체에 개헌과 관련해 협력을 요청할 방침이다.

일본 헌법 개정 절차는 각 당이 개헌 원안을 국회에 제출한 뒤 중의원과 참의원의 헌법심사회에서 심의한다. 양원에서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되면 국민 투표에 부칠 수 있다. 이후 60~180일 이내에 국민투표를 실시하고 찬성이 투표 총수의 절반을 넘으면 개헌이 확정된다.

■자민당, 주도권 쥔 헌법심사회 회장직 탈환 집중

다카이치 내각과 집권 자민당은 국민투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먼저 헌법심사회 회장직 탈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헌법심사회란 중의원·참의원에 각각 설치된 상설 기구로 헌법 개정안 심사, 국민투표법 관련 논의, 헌법 해석·운용 전반을 다룬다. 개헌 발의의 출발점이 되는 공식 무대라고 할 수 있다.

헌법심사회 회장은 회의 개최 여부와 의제 설정권, 심의 속도 조절, 여야 조율 창구 등의 역할을 맡는다. 표결권보다 운영권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개헌 논의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인물이다. 누가 맡느냐에 따라 일본의 개헌 논의는 전진도, 정지도 가능하다.

헌법심사회 회장직은 관행상 각 당 협의로 결정하는데 일반적으로 다수당 또는 다수 연합이 차지한다.

자민당이 지난 2024년 중의원 선거에서 대패해 소수 여당으로 전락하자 당시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가 헌법심사회 회장을 맡았다. 그는 임시국회 소집 기한 명문화, 내각의 중의원 해산권 제한 등의 의제를 중심으로 논의를 이끌었다.

자민당이 중시하는 '자위대 명기'와 유사시 국회의원 임기를 연장하는 '긴급사태 조항' 추가는 우선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다.

이에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선거 유세에서 야당 주도의 헌법 논의에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니가타현 조에쓰시 유세에서 "헌법심사회 회장이 유감스럽게도 야당"이라고 언급했다. 여당이 이번 선거에서 의석을 늘려 회장직을 되찾아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이 중의원 3분의 2(310석)를 넘는 316석을 확보하면서 단독 개헌 발의와 헌법심사회 회장직 탈환 가능성은 높아졌다.

■아베도 실패한 개헌..다카이치는 가능할까

다만 참의원에서 여전히 여소야대 국면이라는 점은 한계다. 현재 자민당과 일본유신회 등 여당은 참의원(정원 247석)에서 3분의 2(165석)에 미치지 못한다. 개헌에 우호적인 국민민주당·참정당·일본보수당을 더하더라도 162석에 그친다. 무소속 의원 등의 지지를 얻으면 양원에서 3분의 2 의석을 충족할 가능성도 있다.

과거 아베 신조 정권도 헌법 개정을 중대 과제로 삼았다. 지난 2016년 참의원 선거 당시 개헌에 전향적인 세력이 양원에서 3분의 2를 넘었다. 이에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7년 자위대 명기를 제안하고 2020년 새 헌법 시행을 목표로 한다며 개헌 논의에 불을 붙였다.

자민당은 2018년 3월 당대회에서 개헌안을 공개했다. 자위대 명기, 긴급사태 대응, 선거구 통합 해소 및 지방자치, 교육 충실 등이었다.

그러나 여야 간 논의는 깊어지지 못했다. 국회에서는 아베 전 총리의 모리토모·가케학원 문제 등으로 야당이 심의를 거부하며 헌법심사회 개최에 응하지 않았다. 연립 파트너인 공명당도 헌법 9조의 '전수방위' 원칙은 유지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결국 개헌 논의는 속도를 내지 못한 채 사그라 들었다.

닛케이는 "개헌에는 여전히 많은 장벽이 있다. 우선해야 할 의제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점도 문제"라며 "다카이치 정권 내부에서는 개헌 발의 시점이 2027년 참의원 선거 이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고 전했다.

■유신, 자민당보다 더 강경

다카이치 내각이 개헌을 단독으로 밀어부치는데 야당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야당은 이번 선거 참패 이후 '다카이치 1강' 구도에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중도개혁연합의 노다 요시히코 공동대표는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여당이 너무 큰 덩어리가 됐기 때문에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역할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특히 자민당과 연립을 구성한 일본유신회는 야당의 경계심을 더욱 키우고 있다. 유신회는 '전력 보유 금지'를 명시한 헌법 9조 2항을 삭제하고,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전면 허용하자는 입장이다. 자민당보다 한층 더 강경한 내용이다.


국민투표를 위한 환경 정비도 과제다. 국민투표법은 투표일 전 2주 동안 개헌 찬반을 둘러싼 TV·라디오 광고를 규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 광고가 확산되면서 이 규제 방식은 검토 과제로 남아 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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