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더이상 안전자산 아니다"… 美서 돈 빼 금 사는 투자자들
파이낸셜뉴스
2026.02.11 18:14
수정 : 2026.02.11 18:14기사원문
트럼프 정책發 변동성 리스크 우려
세계 기관투자자 40% "美비중↓"
엔화·금 등 대체 자산으로 떠올라
■"자산 매각, 민간으로 번지면 美 타격"
미 조사기관 모닝스타는 지난해 연기금·재단·패밀리오피스 등 전세계 기관 투자자 약 500명을 대상으로 미국 자산 배분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유럽과 캐나다 투자자를 중심으로 응답자의 40%가 미 자산 비중을 줄였거나 줄일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들이 운용하는 자금은 약 19조달러(약 2경7652조6000억원)다.
그린란드를 둘러싸고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덴마크에서 대학 교직원 등의 연금을 운용하는 아카데미카펜션은 최근 1억달러(약 1445억4000만원) 규모의 미 국채를 매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안데르스 셸데 아카데미카펜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유동성과 리스크 관리를 위해 미 국채를 활용해 왔지만 미 정부의 재정 상황 악화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북유럽 최대 민간 연기금인 스웨덴 아렉타 역시 "미국의 정책 예측 가능성 저하와 막대한 재정 적자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며 미 국채 보유를 2025년 이후 대부분 매각했다고 밝혔다.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아문디의 발레리 보드송 최고경영자(CEO)도 "달러 표시 자산을 줄이고 유럽과 신흥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각한 달러 자산은 금, 스위스프랑, 신흥국 자산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 캐나다 공적연금을 운용하는 온타리오투자관리공사(IMCO)는 지난달 말 달러 대체 자산으로 엔화와 금, 스위스프랑을 제시했다. 실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지수는 지난해 1월 이후 10% 이상 하락했다. 같은 기간 스위스프랑은 달러 대비 약 20% 가까이 상승했다. IMCO는 "최근 달러의 움직임은 미국이 더 이상 안정적인 파트너가 아니라는 인식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지수는 작년 1월 이후 10%↓
해외 투자자의 미 국채 보유 감소도 확인된다. 미 조사기관 EPFR에 따르면 해외 자금이 운용하는 글로벌 채권펀드에서 미 국채·회사채·정부기관채 등 미 채권의 평균 비중은 2021년 말 50%로 정점을 찍었다가 점차 하락해 현재는 42%까지 낮아졌다. 중국과 인도 등의 미 국채 매도가 두드러진다. 국제금융협회(IIF)가 미 재무부 자금 흐름 데이터를 바탕으로 집계한 결과 지난해 1~11월 전세계 투자자(중앙은행 등 공공기관과 연기금 등 민간기관 포함) 가운데 미 국채를 가장 많이 순매도한 국가는 중국으로 1167억달러(약 169조8802억원)어치를 팔아 치웠다. 이어 인도, 브라질 순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이 러시아의 달러 자산을 동결하는 등 광범위한 금융 제재를 가하자 이들 정부들은 '러시아의 전철'을 피하기 위해 달러 자산 보유를 줄이고 있다. 미 재무부 통계에 따르면 미국 외 공공기관이 보유한 미 국채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약 5700억달러(약 829조5780억원) 감소했다. 닛케이는 "연기금 등 해외 공공기관 중심의 미 국채 매도가 민간으로 확산되면 세계적인 탈미국 현상은 더 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jmary@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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