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레벨3'가 피눈물 불렀다... 차준환의 0.98점 차, 외신은 "도둑맞은 동메달"

파이낸셜뉴스       2026.02.17 11:00   수정 : 2026.02.17 13:45기사원문
부상·장비 악재 딛고 한국 男 피겨 최고 성적 냈지만...
쇼트 '오심 논란' 속 0.98점 차로 4위... "심판이 뺏어간 메달" 분통
전 세계가 지적했던 '쇼트 저평가'가 결국 발목 잡았다



[파이낸셜뉴스] 결국 그날의 '석연치않은 판정'이 차준환의 목에서 메달을 앗아갔다. 점수 차는 고작 0.98점. 피겨 스케이팅에서 1점도 안 되는 이 미세한 차이가 4년의 피땀을 '4위'라는 이름으로 가둬버렸다.

대한민국 피겨의 간판 차준환(25·서울시청)이 14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혼신의 연기를 펼쳤다. 기술점수(TES) 95.16점, 예술점수(PCS) 87.04점, 감점 1점을 더해 181.20점을 기록했다.



쇼트프로그램 점수(92.72점)를 합친 총점은 273.92점.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최고 순위인 4위다. 평창 15위, 베이징 5위에 이은 놀라운 성장세다. 하지만 박수만 치기엔 속이 너무 쓰리다.

동메달을 차지한 3위와의 격차가 단 0.98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0.98점이 가리키는 손가락은 명확하게 지난 11일 쇼트프로그램의 심판석을 향한다. 당시 차준환은 완벽한 클린 연기를 펼치고도 이해할 수 없는 점수를 받았다.

당시 일본의 피겨 레전드 오다 노부나리는 "거짓말이지? 저게 어떻게 레벨 3인가. 내가 한국 연맹 이사가 돼서 항의하고 싶다"라며 생방송 중 격분했다. 독일 ZDF 중계진 역시 "예술적 완성도가 최고인데 왜 8점대를 주나. 9점 이상 받을 자격이 있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평소 받던 레벨 4가 아닌 레벨 3. 거기서 깎인 점수, 그리고 인색했던 구성점수(PCS).

그때 잃어버린 점수들이 정확히 오늘 부족했던 0.98점이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차준환의 팬들이 2일 동안 분노를 삭이지 못할 것"이라고 예언했던 그 '오심 논란'이 현실의 비극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이날 차준환은 '광인을 위한 발라드' 선율 위에서 말 그대로 미친 연기를 보여줬다.

첫 점프인 쿼드러플 토루프에서 넘어지는 실수가 있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독하게 몰입했다. 개최국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가수 밀바의 노래에 맞춰 쏟아낸 그의 열정은 관중들을 압도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손'은 끝내 그를 외면했다. 주최국 이탈리아와 피겨 강국들의 틈바구니에서, 동양의 스케이터가 넘어야 할 벽은 기술이 아닌 '판정'이었다.

경기 후 만난 차준환의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품격을 지켰다.

차준환은 "실수 하나가 아쉽긴 하지만, 개의치 않고 나머지 요소에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쇼트 점수 논란에 대해서도 "점수는 당연히 아쉽지만, 그 순간만큼은 온전히 제 것이었기에 후회는 남지 않는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발에 맞지 않는 부츠, 발목 부상, 그리고 편파 판정의 의혹까지. 차준환은 이 모든 악재와 싸워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한국 남자 피겨 역사를 또 한 번 새로 썼다.


하지만 역사는 기록할 것이다. 2026년 밀라노의 겨울, 차준환은 4위를 한 것이 아니라 '3위를 놓친 것'이 아니라,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던 것 뿐이다. 0.98점. 이 잔인한 숫자가 증명하는 것은 차준환의 부족함이 아니라, 피겨 스케이팅이라는 종목이 가진 서글픈 불공정함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