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유령코인’ 검사 연장…당국 ‘지분 제한’ vs. 학계 ‘기능 분리’

파이낸셜뉴스       2026.02.20 08:33   수정 : 2026.02.20 08:33기사원문
디지털경제연구원 “지분제한은 책임경영 약화·행위 감독 집중해야”



[파이낸셜뉴스] 금융당국이 ‘비트코인(BTC) 오지급 사태’와 관련해 빗썸에 대한 현장검사 기간을 늘리고 가상자산 사업자의 내부통제 시스템 점검에 나섰다. 내부통제 강화 일환으로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을 제도화하는 방안이 추진 중인 가운데 학계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가 매매·중개·보관·결제를 모두 맡는 기능 독점이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진단을 내놨다.

20일 국회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빗썸의 60조원 규모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에 대한 현장검사 기간을 이달 말까지 연장했다.

앞서 지난 10일부터 빗썸의 이용자 보호 및 자금세탁방지 의무 위반 등을 점검하고 있는 당국은 별도의 긴급대응반도 구성해 빗썸 외 4개 거래소(업비트·코인원·코빗·고팍스)의 보유자산 검증체계와 내부통제 전반을 점검 중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현장점검 및 검사과정에서 파악된 미비점을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에 반영할 예정이다. 당국은 디지털자산기본법상 인가제를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가 공공 인프라 성격을 갖춘다는 판단 아래, 대주주 소유 지분을 15~20%로 제한하는 규제도 기본법에 반영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번 빗썸 사태의 구조적 원인은 거래소의 ‘소유 독점’이 아닌 ‘기능 독점’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정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통 자본시장은 증권사(중개), 한국거래소(체결), 예탁결제원(보관) 등이 교차 검증하지만, 가상자산 거래소는 모든 기능을 혼자 수행해 실질적인 교차 검증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가상자산 거래소의 매매·중개·보관 기능을 분산하는 ‘기능적 분리’가 2차 입법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가상자산 거래소는 한국거래소(KRX)와 같은 공적 시장이 아닌 민간 중개 플랫폼 성격이 강하다는 게 이 교수 설명이다. 이 교수는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사후적 강제 지분 분산은 헌법상 재산권 침해, 소급 규제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누가 소유하느냐’보다 대주주 적격성 상시 심사 등 ‘어떻게 감독 받느냐’가 근본 해법”이라고 덧붙였다.

주요 선진국들도 가상자산 거래소의 소유 지분 상한을 설정하는 대신 대주주의 적격성을 상시 검증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디지털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뉴욕주 금융서비스국의 비트라이선스(BitLicense) 체계는 10% 이상의 의결권 변화가 발생하는 등 지배력 변동이 생길 경우 당국의 사전 승인과 함께 엄격한 적격성 심사를 요구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가상자산시장법(MiCA)을 통해 ‘유의미 지분(Qualifying holding)’ 취득 시 주주 및 경영진의 평판, 내부통제 적정성을 당국이 평가할 수 있는 심사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 역시 대주주 변동 시 사후 통지를 의무화하되, 변경 후 감독당국이 거래소의 거버넌스와 내부통제 적정성을 재점검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디지털경제연구원 권재한 연구위원은 “민간기업 소유 구조를 사후에 강제 재편하는 것은 헌법상 재산권 침해 소지가 크고 책임 경영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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