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스트링? 이제 말도 꺼내지마" 김도영, 10년 짜리 국대 붙박이 리드오프 찾았다

파이낸셜뉴스       2026.03.10 09:37   수정 : 2026.03.10 09:37기사원문
김도영, 대표팀서 부상 악령 씻어낸 만점 활약
대만전 역전 투런포, 8회에는 동점포
호주전에서도 1타점 적시타에 9회 결정적인 볼넷
미국서 주목하는 선수... 이제 마이애미에서 MLB 쇼케이스





[파이낸셜뉴스] 절체절명의 9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스물세 살의 청년은 1루로 걸어 나가며 도쿄돔 천장이 떠나갈 듯 포효했다.

안타도, 홈런도 아닌 평범한 '볼넷'에 터져 나온 격렬한 세리머니. 그것은 벼랑 끝에 몰렸던 한국 야구를 지옥에서 건져 올려 미국 마이애미로 이끄는 가장 극적이고 위대한 포효였다. 지독하게 그를 괴롭히던 햄스트링의 악몽마저 도쿄돔 허공으로 완벽하게 날려버린 완벽한 부활의 신호탄이기도 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이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C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호주를 7-2로 꺾고 기적 같은 8강 진출을 이뤄냈다. '5점 차 승리'라는 가혹한 전제 조건표 앞에서, 6-2로 앞선 9회초 공격은 1점이 간절했던 벼랑 끝 승부처였다.



그리고 그 숨 막히는 압박감의 선봉에 선 1번 타자 김도영(KIA 타이거즈)은 침착하게 공을 골라내며 출루에 성공, 마이애미행의 결정적인 7점째 징검다리를 놓았다.

평소 그라운드 위에서 감정 표현을 크게 하지 않는 김도영이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김도영은 경기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사실 예전에는 '볼넷에 왜 저렇게 포효하나' 싶었는데, 막상 그 상황이 되니 나도 모르게 뜨거운 감정이 터져 나왔다"며 "나만 출루하면 내 뒤의 타자들이 워낙 좋기 때문에 무조건 추가 득점을 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대주자 박해민과 교체되어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그는 이내 터진 안현민의 희생플라이에 누구보다 크게 환호하며 한국의 8강 진출을 온몸으로 만끽했다.

이번 도쿄 라운드 내내 김도영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그야말로 '대체 불가'의 완벽함 그 자체였다. 그간 그를 지독하게 괴롭히며 팬들의 가슴을 졸이게 했던 햄스트링 부상 우려는 온데간데없었다.

숙적 일본전에서는 1회부터 선취 안타를 치고 나가 득점까지 올리며 쾌조의 컨디션을 알렸고, 타선이 꽉 막혀있던 대만전에서는 천금 같은 역전 투런 홈런에 이어 8회 극적인 동점 2루타까지 터뜨리며 혈투를 이끌었다.

운명의 호주전 역시 6회초 1타점 적시타에 이어 9회 기적의 볼넷까지 골라내며 타석에서의 집중력을 과시했다.

공수주 모든 면에서 단 하나의 흠집도 찾을 수 없는, 국가대표 부동의 리드오프다운 무결점의 맹활약이었다.



국제무대의 엄청난 중압감을 이겨낸 김도영은 "솔직히 말하면 소속팀에서 겪었던 2024년 한국시리즈 우승 때보다 오늘이 훨씬 더 짜릿한 감정이었다"고 고백하며 "대한민국의 끈끈한 힘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우리 선수들도, 목 터져라 응원해주신 팬들도 모두가 아름다웠다"며 감격스러운 속내를 전했다.

전날 대만전 패배에도 기죽지 않고 "할 수 있다"며 하나로 뭉친 대표팀의 투지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라는 점도 잊지 않고 강조했다.



햄스트링의 족쇄를 완전히 끊어내고 완벽한 비상에 성공한 김도영의 시선은 이제 야구의 본고장, 미국을 향한다.

11일 전세기를 타고 결전의 땅 마이애미로 넘어가는 대표팀은 D조 1위가 유력한 도미니카공화국 혹은 베네수엘라의 메이저리그 스타들과 정면승부를 펼친다.

김도영은 "대회 초반 오타니 쇼헤이 선수의 플레이를 직접 보며 참 많은 여운과 자극을 느꼈다. 미국에 가서 더 많은 세계적인 스타 선수들을 직접 보고 부딪혀보고 싶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그의 목표는 이제 8강을 넘어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다. "일단 8강 진출이라는 첫 번째 목표를 이뤘으니, 이제는 무조건 우승을 새로운 목표로 잡아야 한다. 매 경기 간절하게 승수를 쌓아 올리겠다"고 다짐하는 그의 목소리 그 이면에는, 대한민국 야구의 미래를 짊어진 젊은 피의 자신감이 가득 차 있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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