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법왜곡죄 공포·시행…'사법3법' 사법체계 대변화

연합뉴스       2026.03.12 00:09   수정 : 2026.03.12 00:09기사원문
확정판결도 헌재서 다시 판단…법왜곡하는 판·검사 처벌 가능 대법관은 2028년부터 3년간 연 4명씩 증원…2030년엔 26명으로 시행 초기 혼란·부작용 불가피 전망…"제도 안착 지혜 모아야"

재판소원·법왜곡죄 공포·시행…'사법3법' 사법체계 대변화

확정판결도 헌재서 다시 판단…법왜곡하는 판·검사 처벌 가능

대법관은 2028년부터 3년간 연 4명씩 증원…2030년엔 26명으로

시행 초기 혼란·부작용 불가피 전망…"제도 안착 지혜 모아야"

대법원 모습 (출처=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법왜곡죄와 재판소원제 도입, 대법관 증원을 뼈대로 하는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이 12일 0시 전자 관보를 통해 정식 공포됐다.

'최종심'인 대법원의 판결을 헌법재판소에서 다툴 수 있고, 고의적으로 법을 왜곡해 적용한 판·검사는 처벌받게 된다. 또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가 2028년부터 3년에 걸쳐 매년 4명씩 26명까지 늘어나는 등 사법 체계가 대대적 변화를 맞았다.

제헌 헌법에 따라 사법부가 설치된 1948년을 기준으로는 약 80년(78년), 1987년 개헌 이후 현행 헌법 체계에서는 약 40년(39년)간 유지돼온 사법 기능의 대개편이다.

입법 과정에서 제기된 '4심제' 우려나 하급심 부실화, 법관 직무수행 위축 등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할지, 세부 설계 없이 법이 시행되며 발생할 혼란을 어떻게 막을지는 풀어야 할 숙제다.

대법원 (출처=연합뉴스)


◇ 법원 확정판결도 헌재 재판단…'4심제' 우려·'개문발차' 혼란 최소화 과제

정부는 이날 전자관보에 법원조직법(대법관 증원)·형법(법왜곡죄)·헌법재판소법(재판소원제) 일부개정법률을 공포한다고 게시했다.

재판소원제와 법왜곡죄는 법률 공포 즉시 시행되고, 대법관 증원은 2년 후인 2028년 3월부터 3년에 걸쳐 진행된다.

재판소원 시행에 따라 기존 헌법소원 심판 대상에서 제외됐던 '법원의 재판'에 대해서도 앞으로는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다.

확정된 재판이 ▲ 헌재 결정에 반하거나 ▲ 헌법·법률이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 헌법·법률을 명백히 위반해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재판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 청구할 수 있다.

헌재는 심리를 거쳐 법원의 재판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경우 해당 재판을 취소하고, 법원은 헌재의 결정 취지에 따라 다시 재판해야 한다.

법원의 재판 역시 사법권의 행사로 공권력의 일종이므로 입법권, 행정권 행사와 마찬가지로 헌법소원 심판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게 입법 취지다.

이에 재판소원이 사실상 '4심제'에 해당해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정한 우리 헌법 체계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만 헌재는 "법원은 법률심, 헌재는 헌법심"이라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선 제도 시행으로 재판 당사자 대부분이 사건을 헌재로 가져가 분쟁이 장기화하고 소송 당사자의 고통과 비용이 늘어나며, 헌재의 업무처리에 과부하가 걸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재판소원 관련해 발언하는 손인혁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출처=연합뉴스)


헌재는 1년에 재판소원 1만∼1만5천건이 접수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접수된 헌법소원 사건 수(약 3천건)의 무려 3∼5배에 달하는 전망치다. 이는 헌재의 현재 사건 처리 역량을 넘어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다만, 헌재는 이 가운데 상당수가 지정재판부 단계에서 각하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헌법적 구제'를 명분으로 재판소원을 하겠다고 내걸고 실제로는 대다수를 걸러내겠다는 것이어서, 보다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헌재는 최근 헌법소원을 수백건씩 접수하는 청구인의 전자계정을 정지하는 등 남소 방지 대책 마련에도 나섰다.

헌재의 재판 취소 결정 이후 절차 마련은 시급히 해결할 과제로 꼽힌다. 헌재는 '기본권 침해가 이뤄진 재판'을 취소하면 해당 재판의 효력이 상실되므로 그 단계에서 다시 재판하면 될 일이라는 입장이지만, 당장 법원 내부에 '헌재에서 취소된 재판'을 다시 다루는 법적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확정판결이 소급해 취소되는 경우 그사이 이뤄진 행위의 법적 효력 여부도 문제다. 헌재도 이와 관련해 재판소원 사후 발생하는 법적 문제를 어떻게 정비하느냐의 문제가 남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에 대한 구체적 방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법원으로 떠넘기는 모양새다.

일단 '개문발차'한 상태에서 후속 보완 조처를 강구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법원장회의 (출처=연합뉴스)


◇ 법왜곡 판사 등 처벌…대법, 직무수행 위축 우려에 '법관 지원' 고심

법왜곡죄는 형사법관, 검사 또는 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가 타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법을 왜곡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법왜곡 행위는 ▲ 법령의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않음을 알면서도 적용하거나, 적용돼야 할 법령임을 알면서도 적용하지 않아 의도적으로 재판·수사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 ▲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변조하거나 위조·변조된 증거를 사용한 경우 ▲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하거나, 적법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음을 알면서도 범죄사실을 인정한 경우 해당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법왜곡이 의심되는 법관 등을 수사기관에 고소·고발할 수 있다. 수사 결과 특정 법관이 고의로 법을 왜곡했다고 판단해 재판에 넘기면 다른 법관이 해당 법관의 법왜곡 여부를 살피게 된다.

여권에선 법왜곡죄 도입으로 법관이나 검사가 임의로 법리를 왜곡해 판결·수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법조계 안팎에선 사법 3법 중에서도 법왜곡죄에 대한 부작용 우려가 강하게 제기됐다.

재판 업무에선 법관에게 사실인정에 대한 폭넓은 재량권이 주어지는데, 그 본질적 특성상 어디까지 법왜곡 행위로 볼 것인지 판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내심의 의사를 추측해 '의도'를 판단한다는 것도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자칫 자의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관이 고소·고발, 형사 처벌을 우려해 기존 선례에 따르는 안전한 선택을 하도록 만들고, 결국 새로운 시대상을 반영한 전향적 판결을 내놓기도 어려워질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이에 법원행정처도 법왜곡죄 적용 대상이 되는 형사법관 지원방안 마련에 나서는 등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이날 열리는 정기 전국 법원장 간담회에서도 법왜곡죄 관련 법관 지원 방안이 별도 안건에 올랐다.

대법 들어서는 조희대 대법원장 (출처=연합뉴스)


◇ 대법관 14명→26명…소부·전원합의체 구성 재조정 필요

대법관 증원법은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26명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2년 후인 2028년 3월부터 3년간 매년 4명씩 순차적으로 증원한다.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해 앞으로 모든 대통령은 임기 내 21∼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한다.

대법관 수는 박정희·전두환 정권 시기 여러 차례 조정되다가 1987년 개헌 이후 14명으로 정해졌다.

2005년 법원행정처장을 대법관이 아닌 정무직 공무원이 맡도록 해 일시적으로 13명으로 줄었다가 2년 만에 14명으로 돌아온 뒤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당시 대법관이 아닌 법원장급 고위 법관이 맡자 오히려 정치권이 소통에 불편을 느끼고 국회에 대응하는 대법관급 처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복원됐다.

이번 개편은 대법관 증원으로 상고심 적체를 해소하자는 게 입법 취지다. 현재 대법관 1인당 연간 평균 3천478건을 처리하는데, 사건 부담을 줄이면 사건 처리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법 자원이 한정된 현실에서 대법관을 대폭 늘리면 하급심 약화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대법관 업무를 보조하는 법관 재판연구관(현재 총 101명)도 대법관 증원에 따라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법적 분쟁에서 사실관계를 다루고 판단하는 1, 2심에 투입될 판사가 줄어든다는 것으로, 소송의 신속한 해결을 바라는 국민의 불편이 초래될 수 있는 지점이다.

작년 판사정원법 개정으로 2024년 3천214명이던 법관 정원은 5년간 370명 늘어 2029년 3천584명이 된다. 충원되는 법관은 1심에 집중 배치한다는 게 조희대 사법부의 목표였으나 상당수가 대법원 인력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재판 업무에 대한 대대적 조정도 필요하다.

현재 대부분 사건이 대법관 4인으로 구성된 소부(3개)에서 심리되지만 파급 효과가 큰 중요 사건은 대법관 13명(법원행정처장 제외)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서 다뤄진다.

대법관 수가 3년간 4명씩 12명 증가하므로 소부 수를 3년에 걸쳐 1개씩 늘려 총 6개로 만드는 방안이 예상된다.

전합 기능을 어떻게 유지할지도 논란거리다. 전합은 대법관 전원이 설득과 토론을 거쳐 새로운 사회적 갈등과 분쟁 해결의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구성원이 증가할수록 설득과 토론이 어려워지고 결국 '다수결 기구'로 전락하면 대법원 본연의 기능을 잃게 된다는 우려가 사법부 안팎에서 나왔다.

지난해 활동한 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13명 규모의 연합부 2개·전원합의체 1개'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방식을 적용할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계할지는 법원이 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처럼 연합부 2개를 각각 민·형사로 나눠 운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독일은 우리 대법원과 구조가 많이 다르다.

본회의장에서 사법개혁 3법 규탄 시위하는 국민의힘 (출처=연합뉴스)


◇ "사법부 우려 반영 안 돼"…법원장들, 12∼13일 후속조치 논의

사법 3법은 더불어민주당 주도하에 지난달 26∼28일 차례로 국회를 통과해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이 이뤄졌다.

민주당은 지난해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판결 이후 사법불신 여론을 강조하며 '사법개혁'을 추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사법부나 야당, 시민사회의 우려가 반영되지 않고 여당이 일방적으로 법안을 강행 처리한 점은 사법부에 상처로 남게 됐다.

전국 법원장들은 작년 9월 임시 법원장회의를 열고 "사법 독립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며 "제도 개편 논의에 사법부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공식 입장을 냈다.

작년 12월 정기회의에선 당시 내란전담특별재판부 설치와 법왜곡죄 신설에 강한 우려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사법 3법 처리가 임박하자 지난 2월에도 재차 임시회의를 열어 "사법부의 우려 표명에도 공론화와 숙의 없이 본회의에 부의된 현 상황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법원장들이 국회 입법 추진에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었다.

조 대법원장도 출근길에 여러 차례 취재진과 만나 공론화와 숙의를 요청했다.

결국 사법 3법이 처리되자 박영재 대법관은 지난달 27일 책임을 지고 법원행정처장직을 사퇴했다.

법관들 사이에선 "참담한데 할 수 있는 게 없다", "사법부에 대한 존중이 없다" 등의 무력감이나 자괴감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끝내 사법 3법이 공포된 만큼 이제는 시행 초기 부작용과 혼란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기존 사법체계 안에 새로운 제도를 착근시키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런 가운데 이날부터 이틀간 법원행정처 실·국장과 전국 법원장들이 사법 3법 시행에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함에 따라 어떤 결론이 도출될지 주목된다.

첫날 안건은 사법제도 개편에 대한 후속조치 방안과 법왜곡죄에 따른 형사법관 지원 방안 등 2가지다.

대법원은 이날 회의에서 나온 의견 등을 종합해 보도자료 형태로 알릴 예정이다.

alrea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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