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1724원 묶었다…석유 최고가격제 효과는

파이낸셜뉴스       2026.03.12 19:56   수정 : 2026.03.12 20:3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휘발유 리터당 1724원,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을 상한으로 하는 ‘석유 최고가격제’가 13일 0시부터 시행된다.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에 상한선을 두는 방식으로 정부가 30년 만에 석유 가격 통제에 나서는 조치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물가 안정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시장 가격 신호를 왜곡해 공급 감소 등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12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석유 최고가격은 ‘기준가격×국제가격 변동률+제세금’ 방식으로 산정된다. 기준가격은 중동 사태 이전 형성된 정유사의 주간 공급가격을 활용하고, 싱가포르 석유제품 가격(MOPS) 변동률을 반영하는 구조다.

이번에 설정된 1차 최고가격은 3월 11일 기준 정유사가 제출한 평균 공급가격(휘발유 1833원·경유 1931원·등유 1728원)보다 각각 109원, 218원, 408원 낮은 수준이다. 해당 가격은 26일까지 2주간 적용된다.

가격은 2주 단위로 재조정된다. 국제유가 반영 시차와 가격 안정 효과 등을 고려해 조정 주기를 설정했다. 정부는 3월 27일 국내외 유가 상황을 반영해 최고가격을 다시 조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최근 급등한 공급가격을 그대로 기준으로 삼지 않도록 가격 산정 방식을 설계했다. 중동 정세 악화 이후 3월 첫째 주 정유사 공급가격이 크게 상승했지만 둘째 주에는 상승 폭이 크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 2월 마지막 주 공급가격을 기준가격으로 설정했다.

정부는 이번 제도가 가격을 인위적으로 억누르기 위한 정책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최근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가격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을 완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설명이다.

산업부 양기욱 산업자원안보실장은 “가격을 오르지 못하게 압박하겠다는 취지보다는 매일 변동폭이 커 소비자들이 가격을 예측하기 어렵고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가격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을 공개해 소비자들이 가격이 적정한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제도는 정유사 공급가격만 규제하고 주유소 판매가격은 직접 규제하지 않는다. 주유소 판매가격은 지역별 경쟁 상황이나 운영 방식에 따라 차이가 커 일률적으로 규제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정부는 전국 주유소 가격을 모니터링하고 공급가격 대비 판매가격 상승 폭이 과도한 주유소를 공개하거나 조사하는 방식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공급 축소와 판매 기피를 막기 위한 보완 장치도 마련했다. 재경부는 13일부터 5월 12일까지 휘발유·경유·등유를 대상으로 매점매석 행위 금지 고시를 시행하고 필요 시 연장하기로 했다.

고시에 따르면 정유사는 휘발유·경유·등유의 월간 반출량을 지난해 같은 기간의 90% 이상 유지해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석유판매업자에 대한 판매를 기피하거나 특정 업체에 과다 공급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판매업자 역시 폭리를 목적으로 석유류를 과다하게 구입하거나 보유해서는 안 되며 정당한 이유 없이 소비자 판매를 기피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정유업계는 정부 정책 취지에는 협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장 왜곡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방침에는 적극 협조할 생각이지만 1997년 석유시장 자유화 이후 한 번도 시행된 적 없는 제도여서 실제 시장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단기적으로 물가 안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석유시장 공급이나 수요 구조를 왜곡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시장 개입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과학기술대 유승훈 교수는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는 자동차 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한데,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방식은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유류세 인하에 비해 행정 비용 부담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국제유가 변동과 중동 정세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한 뒤 유가 불안정이 해소됐다고 판단될 경우 제도를 해제할 방침이다.

aber@fnnews.com 박지영 구자윤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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