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내 하루치 일당을 불판에 다 구웠어"... 삼겹살 10만 원에 무너진 가장들
파이낸셜뉴스
2026.03.15 09:02
수정 : 2026.03.15 15:47기사원문
"방금 소고기 먹었나?"... 10만 원이 순식간에 증발한 마법
삼겹살 1인분 2만 1천 원 시대... '서민 음식' 타이틀의 반납
"집밥이 더 무섭다"... 마트 물가에 갇힌 밥상
통장 잔고 헐어서 '봄날의 웃음'을 사다
[파이낸셜뉴스] "여보, 날도 풀렸는데 애들 데리고 한강공원 갔다가 저녁으로 삼겹살이나 먹고 올까?"
"삼겹살 4인분에 소주 한 병, 찌개랑 공기밥 추가해서... 10만 5000원입니다.
"
A씨는 떨리는 손으로 카드를 내밀며 속으로 외쳤다. "여보, 우리가 방금 소고기 먹은거야? 소고기도 아니고 무슨 돼지고기 먹는데 비상금을 털어야해?"
우스갯소리 같지만, 새봄을 맞은 대한민국 3040 부모들이 마주한 서늘한 밥상 물가의 현실이다. 6화에서는 가족 나들이조차 두려워지는 고물가 시대, 가장들의 얇아진 지갑을 들여다본다.
◇ "삼겹살 1인분 2.1만원 시대"... 사라진 서민의 위로
A씨의 비명은 엄살이 아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 최신 자료를 분석해 본 결과, 현실은 생각보다 더 가혹했다.
올해 초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서울 기준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외식 메뉴인 삼겹살 1인분(200g) 평균 가격은 2만 1천 원을 훌쩍 넘어섰다.
4인 가족이 식당에 앉아 고기만 정량으로 시켜도 8만 4천 원이다. 여기에 찌개와 밥, 소주 한 병을 곁들이면 10만 원 지폐 한 장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자장면은 평균 7천 원을 넘긴 지 오래고, 칼국수는 1만 원 육박, 간단히 때울 수 있는 김밥 한 줄조차 3천 8백 원 시대에 진입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을 보면, 서민들의 대표 메뉴들이 줄줄이 오름세를 타며 가계 경제를 옥죄고 있다.
"가족끼리 삼겹살에 소주 한잔"이라는 말은 이제 서민의 소박한 위로가 아니라, 큰맘 먹고 치러야 하는 '연례행사'가 되어버렸다.
◇ 엄마의 항변과 전문가의 진단: "이건 사치가 아니라 생존 메뉴다"
그렇다면 아내들은 왜 굳이 비싼 외식을 하려는 걸까. 밥상물가의 최전선에 있는 엄마들의 항변도 처절하다.
주부 C씨(39)는 "식당 물가 비싸다고 집에서 해 먹자고? 마트 가서 장 한 번 보면 숨이 턱 막힌다"고 토로했다.
"대파 한 단, 애호박 하나 집어 들기가 무서운 마당에, 비싼 고기 사다가 쌈 채소 씻고 찌개 끓이고 나면 들이는 수고비나 식당 가는 값이나 매한가지"라는 것이다.
즉, 주말 외식은 허영심의 발로가 아니라, 미쳐버린 고물가와 가사 노동 사이에서 타협한 '생존'이라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단순한 물가 상승을 넘어선 구조적 문제로 진단한다. 한 경제 전문가는 "식자재 원가 상승에 인건비, 임대료 폭등이 겹치면서 자영업자와 소비자 모두가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며 "월급만 빼고 다 오르는 체감 인플레이션이 서민들의 '주말의 여유'마저 앗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 "그래도 어쩌겠어, 봄인데"
결국 A씨는 쓰린 속을 달래며 영수증을 지갑 깊숙이 구겨 넣었다. 비록 통장 잔고는 훅 줄었지만, "아빠, 오늘 고기 진짜 맛있었어!"라며 배를 두드리는 아이들의 웃음으로 위안을 삼기로 했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가성비 최악의 지출이다.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깟 10만 원짜리 영수증보다, 주말 저녁 가족과 마주 앉아 나누는 시간의 가치가 더 크다는 것을 알기에 오늘도 가장들은 지갑을 연다.
"여보, 다음 주말엔 우리 그냥 집에서 김밥 싸서 소풍 갈까?"
봄바람 휘날리는 3월, 무서운 고지서 앞에서 흔들리는 대한민국 모든 가장에게 건투를 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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