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감정평가' 은행-감평업계 협상 교착
파이낸셜뉴스
2026.03.15 17:56
수정 : 2026.03.15 17:55기사원문
국토부 '위법' 판단에도 팽팽
銀 "효율적" 업계 "LTV 무력화"
금융당국 개선방안은 늦어져
은행의 부동산 담보 '자체 감정평가'를 둘러싼 논란이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감정평가 업계는 전면 중단을 요구하는 반면 은행권은 규모를 줄여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해당 행위를 위법이라고 판단했지만 금융당국의 대응이 늦어지며 업계간 갈등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15일 감정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감정평가사협회와 은행권은 지난 1월 금융위원회 중재로 열린 연석회의 이후 추가 협의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당시 협회는 은행의 자체 감정평가 중단 시점을 최대 3년까지 유예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은행권은 2030년 이후에도 현행 물량의 50%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는 은행의 자체 감정평가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이를 인정할 경우 지금까지 자체 감정평가를 하지 않았던 다른 시중은행도 같은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고 형평성 문제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권은 금융감독원의 '은행업 감독업무 시행세칙'을 근거로 일부 담보에 대해서는 내부 평가가 허용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거래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된 아파트와 같은 표준화된 담보는 내부 평가 모델이나 시세 시스템을 활용해 산정하는 방식이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더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감정평가 업계는 대출을 실행하는 은행이 동시에 담보 가치를 평가하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평가 결과가 은행 판단에 따라 조정될 여지가 생길 수 있고, 이 경우 정부가 설정한 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사실상 무력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갈등이 장기화하는 배경에는 제도 정비 지연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감독 규정과 제재 기준을 명확히 정리하지 않으면서 법 해석의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2022년부터 국정감사에서 관련 지적을 받아왔으며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혀왔다. 지난해 10월에는 국회에 '감정평가법 위반 소지 해소' 원칙에 합의하고 관계기관 공동 개선 방안을 2025년 말까지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이행하지 않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출 소비자 입장을 고려해 양측 의견을 중재해 왔다"며 "원만한 협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협회는 협의가 진전되지 않을 경우 은행권의 자체 감정평가 관행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고, 금융위원회의 감독 부작위에 대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등 단계적인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going@fnnews.com 최가영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