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혁신이 양극화 줄인다

파이낸셜뉴스       2026.03.15 18:35   수정 : 2026.03.15 20:32기사원문

한 사회가 일정 수준 이상의 사회적·경제적 이동성을 갖는다는 것은 중요하다. 어쩌면 그것은 불평등을 직접 낮추는 것보다 불평등 문제에 대응하는 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사회적·경제적 지위의 이동성이 있다면 당장의 불평등은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개인 간 소득의 격차가 존재하더라도 소득 이동성이 충분하다면 생애 전체로 볼 때는 소득의 격차가 크지 않을 수 있다. 한 세대 내에서는 가구 간 경제적 지위의 격차가 크다 하더라도 세대 간 이동성이 충분하다면 여러 세대를 통합해서 볼 때에는 가구 간 격차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세대 간 이동성에 관한 연구들은 대체로 이동성이 높지 않다는 결론을 내고 있다. 하지만 이동성의 높고 낮음도 결국 상대적일 수밖에 없는 개념이기에 다른 나라나 다른 시기와의 비교를 통해서만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세대 간 이동성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 위치에 있을까. 또한 우리나라의 세대 간 이동성은 어떻게 변하고 있을까.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된 한 연구에서 OECD 29개 국가의 세대 간 이동성을 조사하여 비교한 바 있다. 부모와 자녀 세대 사이에 교육수준과 소득의 대물림 정도가 클수록 세대 간 이동성이 낮은 것이다. 이 연구에서 우리나라의 세대 간 이동성은 높은 편이었다. 자녀가 고등교육을 받을 확률이 부모의 교육수준에 따라 높아지는 폭이 작을수록 세대 간 이동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이 기준에서는 우리나라가 29개국 중에서 8번째로 세대 간 이동성이 높았다. 또한 부모의 소득과 자녀의 소득의 상관성이 낮을수록 세대 간 이동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등과 함께 세대 간 소득 이동성이 가장 높은 그룹에 속했다. 이 결과는 2023년의 국제비교 자료를 분석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세대 간 이동성을 2006년과 2019년 사이에 비교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두 시기 사이에 세대 간 이동성이 비슷하거나 소폭 증가했다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

세대 간 이동성이 현저히 낮아지고 있거나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수준은 아니라는 점은 다행스럽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이 확대되는 추세는 세대 간 이동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세대 간 이동성은 불평등이 낮은 나라에서 더 높은 경향이 관찰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OECD 연구에서 특히 흥미로운 점은 한 나라의 세대 간 이동성과 연관성을 보이는 두 가지 특징에 대한 분석 결과이다. 즉 상품시장에서 규제가 적은 나라일수록, 혁신기업 비율이 높은 나라일수록 세대 간 이동성이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혁신기업이 많이 생기고 성공하는 과정에서 자연히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상승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상품시장의 규제완화는 혁신적인 상품의 발명, 생산과 판매를 촉진하여 더 많은 혁신기업을 키울 것이다.


불평등과 양극화를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은 사회적·경제적 이동성을 높이는 것이다. 청년들이 혁신하고 창업하면서 새로운 부를 축적할 기회가 많아질수록 사회는 더 역동적으로 되고 양극화도 줄어든다. 걸림돌이 되는 규제들을 과감히 완화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김민성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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