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이 안돼도 살 수 있는 사회
파이낸셜뉴스
2026.03.17 18:28
수정 : 2026.03.17 18:28기사원문
소득백분위 기울기(RRS) 0.25라는 숫자가 이를 나타낸다. 부모 소득순위가 100명 중 10위 상승하면 자녀 등수는 평균 2.5위 올라간다는 뜻이다. 자산백분위 기울기는 0.38로 그보다 더 강했다.
결국 '부모 빽' 없이는 소득을 높이기도, 자산을 키우기도 힘들다. 세대 간의 대물림은 지역 간 경제격차와도 관련돼 있다. 수도권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튕겨나가지 않아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지역에서 출생했다면 수도권과 가까운 곳으로 이주해야 타고난 한계를 벗어날 수 있다. 실제 인구와 기업은 지방을 떠나고 있다. 교육 인프라, 양질의 노동시장을 좇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제2의 도시 부산에서조차 은행원이나 공무원·교사밖에 만날 수 없다는 우스갯소리도 들었다. 필수직군을 제외한 일반 회사원이 증발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의 의제는 어떻게 지방에 박혀 있는 인재들을 서울로 끌어올려 엘리트를 만들고, 혹은 지역을 활성화시켜 그들을 고향에서 장원급제시킬지에 집중돼 있다. 1%를 위한 얘기다. 여기에 모든 에너지를 쏟게 되면 1% 사이 경쟁은 과열되고 나머지 99%는 열패감에 몸무림치게 된다.
이제는 용은 용대로 비상할 수 있게 두되, 개천을 넓히고 다양한 생물들이 공존할 방안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는 일찍이 저서 '개천에서 용 나면 안 된다'에서 "용이 되지 못한 실패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좌절과 패배감을 맛봐야 하는지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용이 되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은 사회가 필요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고학력자와 저학력자, 중장년과 청년, 수도권과 지방 등 과도한 위와 아래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 동시에 특히 후자들에게 주어지지 않는 두 번째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 한 번쯤 떨어져도 받아줄 수 있는 안전망이 그것이다. 그래야 '성공하지 않으면 곧 실패'라는 공식을 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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