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부모 빽' 없이는 소득을 높이기도, 자산을 키우기도 힘들다. 세대 간의 대물림은 지역 간 경제격차와도 관련돼 있다. 수도권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튕겨나가지 않아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지역에서 출생했다면 수도권과 가까운 곳으로 이주해야 타고난 한계를 벗어날 수 있다. 실제 인구와 기업은 지방을 떠나고 있다. 교육 인프라, 양질의 노동시장을 좇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제2의 도시 부산에서조차 은행원이나 공무원·교사밖에 만날 수 없다는 우스갯소리도 들었다. 필수직군을 제외한 일반 회사원이 증발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논의들의 대전제는 '용이 돼야 한다'는 명제다. 경제·사회적 상승 욕구는 인간의 본성이고, 이를 장려함이 마땅하다. 다만 하나 확실한 건 '모두가 용이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용이 되지 못하는 이무기들, 혹은 미꾸라지들도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의 의제는 어떻게 지방에 박혀 있는 인재들을 서울로 끌어올려 엘리트를 만들고, 혹은 지역을 활성화시켜 그들을 고향에서 장원급제시킬지에 집중돼 있다. 1%를 위한 얘기다. 여기에 모든 에너지를 쏟게 되면 1% 사이 경쟁은 과열되고 나머지 99%는 열패감에 몸무림치게 된다.
이제는 용은 용대로 비상할 수 있게 두되, 개천을 넓히고 다양한 생물들이 공존할 방안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는 일찍이 저서 '개천에서 용 나면 안 된다'에서 "용이 되지 못한 실패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좌절과 패배감을 맛봐야 하는지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용이 되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은 사회가 필요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고학력자와 저학력자, 중장년과 청년, 수도권과 지방 등 과도한 위와 아래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 동시에 특히 후자들에게 주어지지 않는 두 번째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 한 번쯤 떨어져도 받아줄 수 있는 안전망이 그것이다. 그래야 '성공하지 않으면 곧 실패'라는 공식을 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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