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분산에너지 실증 거점으로 간다… 전기차·ESS로 도민 참여형 전력시장 추진

파이낸셜뉴스       2026.04.27 10:07   수정 : 2026.04.27 10:07기사원문
98억원 규모 V2G 공모 대응
5월부터 도민 35명 실증 참여
표선 가시리에 40㎿급 ESS 구축
수요입찰제·전기예보제 도입 추진
5월말 도민 대토론회 열어 의견 수렴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특별자치도가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2년차를 맞아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활용한 도민 참여형 전력시장 실증에 나선다. 전력망 부담을 줄이고 도민이 에너지 전환의 혜택을 직접 체감하도록 하는 실험이 본격화한다.

제주도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원사업' 공모에 총 98억원 규모의 가상발전소(VPP) 기반 '전기차 양방향 충전(V2G) 모델'을 대표 사업으로 제안하고 선정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사업비는 국비 49억원과 자부담 49억원으로 구성됐다.

분산에너지는 대형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멀리 보내는 기존 방식과 달리 전기를 쓰는 지역 가까이에서 생산·저장·소비하는 에너지 체계다. 제주처럼 태양광과 풍력 발전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는 전력 생산이 날씨와 시간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전기가 남는 시간에는 저장하고 부족한 시간에는 다시 쓰는 유연한 전력 관리가 중요하다.

제주도가 공모에 제안한 V2G는 전기차를 이동수단이자 작은 배터리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전기가 남을 때 전기차에 충전하고 전력이 필요한 시간에는 전기차 배터리 전력을 전력망으로 되돌려 보내는 구조다. 가상발전소는 여러 전기차와 ESS, 태양광 설비 같은 분산 자원을 하나의 발전소처럼 묶어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공모에 선정되면 제주도는 오는 6월부터 사업에 착수한다. 전력도매시장과 소매시장을 연계한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실증할 계획이다. 전력도매시장은 전력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시간마다 달라지는 시장이다. 전력소매시장은 일반 소비자가 한국전력 요금제로 전기를 쓰는 시장이다. 두 시장을 연결하면 전기요금 절감과 전력계통 안정 효과를 함께 검증할 수 있다.

전기차 양방향 충전 실증도 도민 참여형으로 확대된다. 제주도는 지난해 12월부터 렌터카를 대상으로 진행해 온 V2G 시범사업을 오는 5월 둘째 주부터 도민 35명으로 넓힌다. 도민이 보유한 전기차가 전력망 안정에 직접 참여하는 구조를 시험하는 단계다.

전력계통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대형 저장 인프라도 구축한다. 제주도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장주기 ESS 120㎿ 가운데 40㎿를 올해 안에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 개발사업 시행 승인을 마쳤다. 연내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장주기 ESS는 전기를 비교적 긴 시간 저장했다가 필요한 때 공급하는 장치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은 낮 시간이나 바람이 강한 시간에 남는 전기를 저장하고 전력 수요가 높은 시간에 활용할 수 있다. 출력 변동이 큰 재생에너지의 약점을 보완하는 핵심 설비다.

배전망 연계 ESS를 활용한 전력설비 건설 억제 시범운영도 추진된다. 제주도는 기존에 설치된 ESS 유연성 자원을 활용해 4개 선로를 대상으로 NWAs 보상편익 시범운영을 오는 7월부터 시작한다.

NWAs는 변전소나 전력망을 새로 짓지 않고 ESS 같은 유연성 자원으로 전력망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전력망이 부족할 때 무조건 새 송전설비를 짓는 대신 저장장치와 수요 조절로 문제를 풀어보는 접근이다. 설비 건설비를 줄인 만큼 참여자에게 보상하는 구조를 만들면 민간투자 수익모델도 가능해진다.



전력 거래 제도 개선도 병행한다. 제주도는 전기를 시장가격(SMP)에 따라 직접 거래하는 수요입찰제도 시행을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협의하고 있다. 기존에는 소비자가 대부분 고정된 전기요금 체계 안에서 전기를 썼지만 수요입찰제가 도입되면 전기 가격이 낮은 시간대에 사용을 늘리고 비싼 시간대에는 줄이는 방식으로 요금 절감과 계통 안정에 참여할 수 있다.

'탐라는 전기예보제'도 추진된다. 재생에너지 초과발전이 예상되는 전날 저녁에 다음 날 전기요금 절감 시간대를 예보하고 도민이 그 시간에 전기차 충전이나 세탁기·건조기 예약 사용 등을 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제주도는 올해 일부 자가소비용 전기차 충전기와 주택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한 뒤 내년 전면 도입을 추진한다.

전기예보제가 자리 잡으면 도민 생활도 달라질 수 있다. 전기가 남는 시간에 전기차를 충전하거나 가전제품을 예약 사용하면 전기요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동시에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를 줄이고 전력망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출력제어는 전기가 너무 많이 생산돼 전력망이 감당하기 어려울 때 발전을 줄이는 조치다.


제주도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도민 의견도 수렴한다. 5월 말 '분산에너지 도민 대토론회'를 열어 제도 도입 방향과 참여 방식, 예상 혜택과 우려 사항을 논의하고 사회적 합의를 넓힐 계획이다.

김남진 제주도 혁신산업국장은 "제주를 분산에너지 실증의 핵심 현장으로 만들겠다"며 "전기차와 ESS, 전기예보제 등 인프라와 제도 개선을 함께 추진해 도민이 에너지 전환의 혜택을 직접 체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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