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파'마저 "인하 어렵다"···금리 인상 이제 코앞

파이낸셜뉴스       2026.05.11 15:00   수정 : 2026.05.11 15:00기사원문
신성환 금융통화위원 기자간담회

[파이낸셜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내 대표 '비둘기파(통화정책 완화 선호)' 입에서도 현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는 어렵다는 발언이 나왔다. 중동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이 물가에 상당한 상방 압력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금리 인상 시 반도체 이외 취약 부문에 대한 타격은 우려했다.

금리 인상은 불가피

신성환 금통위원은 11일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금리 인하를 논하기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물가에 대한 우려가 꽤 있고, 만일 점도표를 찍는다고 하면 이 같은 생각이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 금통위원은 금통위 내 대표적 비둘기파로, 지난 2022년 7월 취임한 이후 지난 4월까지 총 30차례 통화정책방향 결정 금통위 중 7번 인하 소수의견을 냈다. 하지만 그 역시 지난 2월말 중동 사태 발발 이후 물가 상향 고압박 환경이 형성됐다고 판단한 셈이다.

특히 유가가 물가를 띄우는 핵심 재료로 봤다. 앞서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올해 평균 국제유가가 배럴당 96달러를 유지한다면 한국 경제성장률 추정치(1.9%)가 0.9%p 깎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 금통위원은 "반도체 이익 창출에 따른 물가 충격도 있긴 하지만 문제는 유가"라며 "100달러 수준에서 고공행진을 한다면 경제가 고통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2차 충격을 최소화하는 게 한은에 주어진 과업"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신 금통위원 걱정은 취약 부문으로 향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0%이지만 반도체 호황에 기댄 숫자이고, 그 이외 하향 국면에 처해있는 산업도 다수인 이른바 'K자형' 경제라는 게 그의 인식이다. 금리를 올린다면 이곳부터 자금 조달이나 차입 부담 측면에서 타격을 받게 된다.

신 금통위원은 "우리 경제는 10% 정도, 고용 측면에서는 그보다 낮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등) 부문이 전체 헤드라인 넘버(대표 지표)를 결정하고 있다"며 "나머지 70~80%는 금리를 올리면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짚었다.

그럼에도 금리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금리 인상을 고민할 때가 됐다"고 통화정책 방향 수정을 시사했고 신 금통위원은 비록 이달 금통위 때 의결권은 없으나 "통화당국 입장에서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물가 잡는 데 전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환시장 쏠림 과도

원·달러 환율을 두고는 레벨(수준)에 대한 평가는 내리지 않았으나 금융시장에서의 쏠림이 환율을 위쪽으로 띄우고 있다고 봤다. 신 금통위원은 "과거 경상수지 흑자가 나면 환율이 떨어지고 했는데, 지금은 금융시장에서 외환 유출입 규모가 압도적으로 많다"며 "국제 금융시장과 연결고리가 강해지면 쏠림 강도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신 금통위원은 그 연장선에서 "국제 금융시장에서 대중의 지혜(집단지성)가 군중의 광기로 변하는 순간들이 간혹 있다"며 "이때 선제적으로 대응하거나, 일이 터졌을 때 즉각 반응할 수 있는 비상대책(컨틴전시 플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한은은 여태껏 국내 거주자의 해외투자,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 등을 환율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분석해왔다. 신 금통위원은 "한미금리차 역전이 기본 원인이지만 이를 감안해도 (원화가) 평가 절하돼있다"며 "세계국채지수(WGBI) 등을 통해 해외 투자금이 들어오지만 이를 상쇄할 정도의 해외 투자가 상존하는 상태"라고 평가했다.

신 금통위원은 우리나라 저축률도 언급했다. 적정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이는 결국 민간소비 부진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경제 활성화제약 요인이다. 실제 지난해 4·4분기 말 기준 가계 총저축률은 35.9%, 순저축률은 8.8%를 가리켰다.

신 금통위원은 "경제 성장률이 높은 상황에서도 민간소비는 지지부진하다"며 "집 사려고 가난하게 살다가 부자로 죽는 시스템을 보다 효율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정책 방안을 제시하진 않았다.


신 위원 임기는 이달 12일까지다. 오늘 28일 열리는 금통위엔 후임자가 참석할 전망이다. 이번 금통위원 추천 기관은 은행연합회인 만큼 학계나 시장 전문가가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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