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비둘기파'마저 "인하 어렵다"···금리 인상 이제 코앞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신성환 금융통화위원 기자간담회

신성환 금융통화위원이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은 제공
신성환 금융통화위원이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은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내 대표 '비둘기파(통화정책 완화 선호)' 입에서도 현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는 어렵다는 발언이 나왔다. 중동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이 물가에 상당한 상방 압력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금리 인상 시 반도체 이외 취약 부문에 대한 타격은 우려했다.

■금리 인상은 불가피
신성환 금통위원은 11일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금리 인하를 논하기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물가에 대한 우려가 꽤 있고, 만일 점도표를 찍는다고 하면 이 같은 생각이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 금통위원은 금통위 내 대표적 비둘기파로, 지난 2022년 7월 취임한 이후 지난 4월까지 총 30차례 통화정책방향 결정 금통위 중 7번 인하 소수의견을 냈다. 하지만 그 역시 지난 2월말 중동 사태 발발 이후 물가 상향 고압박 환경이 형성됐다고 판단한 셈이다.

특히 유가가 물가를 띄우는 핵심 재료로 봤다. 앞서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올해 평균 국제유가가 배럴당 96달러를 유지한다면 한국 경제성장률 추정치(1.9%)가 0.9%p 깎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 금통위원은 "반도체 이익 창출에 따른 물가 충격도 있긴 하지만 문제는 유가"라며 "100달러 수준에서 고공행진을 한다면 경제가 고통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2차 충격을 최소화하는 게 한은에 주어진 과업"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신 금통위원 걱정은 취약 부문으로 향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0%이지만 반도체 호황에 기댄 숫자이고, 그 이외 하향 국면에 처해있는 산업도 다수인 이른바 'K자형' 경제라는 게 그의 인식이다. 금리를 올린다면 이곳부터 자금 조달이나 차입 부담 측면에서 타격을 받게 된다.

신 금통위원은 "우리 경제는 10% 정도, 고용 측면에서는 그보다 낮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등) 부문이 전체 헤드라인 넘버(대표 지표)를 결정하고 있다"며 "나머지 70~80%는 금리를 올리면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짚었다.

그럼에도 금리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금리 인상을 고민할 때가 됐다"고 통화정책 방향 수정을 시사했고 신 금통위원은 비록 이달 금통위 때 의결권은 없으나 "통화당국 입장에서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물가 잡는 데 전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환시장 쏠림 과도
원·달러 환율을 두고는 레벨(수준)에 대한 평가는 내리지 않았으나 금융시장에서의 쏠림이 환율을 위쪽으로 띄우고 있다고 봤다. 신 금통위원은 "과거 경상수지 흑자가 나면 환율이 떨어지고 했는데, 지금은 금융시장에서 외환 유출입 규모가 압도적으로 많다"며 "국제 금융시장과 연결고리가 강해지면 쏠림 강도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신 금통위원은 그 연장선에서 "국제 금융시장에서 대중의 지혜(집단지성)가 군중의 광기로 변하는 순간들이 간혹 있다"며 "이때 선제적으로 대응하거나, 일이 터졌을 때 즉각 반응할 수 있는 비상대책(컨틴전시 플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한은은 여태껏 국내 거주자의 해외투자,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 등을 환율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분석해왔다. 신 금통위원은 "한미금리차 역전이 기본 원인이지만 이를 감안해도 (원화가) 평가 절하돼있다"며 "세계국채지수(WGBI) 등을 통해 해외 투자금이 들어오지만 이를 상쇄할 정도의 해외 투자가 상존하는 상태"라고 평가했다.

신 금통위원은 우리나라 저축률도 언급했다. 적정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이는 결국 민간소비 부진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경제 활성화제약 요인이다. 실제 지난해 4·4분기 말 기준 가계 총저축률은 35.9%, 순저축률은 8.8%를 가리켰다.

신 금통위원은 "경제 성장률이 높은 상황에서도 민간소비는 지지부진하다"며 "집 사려고 가난하게 살다가 부자로 죽는 시스템을 보다 효율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정책 방안을 제시하진 않았다.
신 위원 임기는 이달 12일까지다. 오늘 28일 열리는 금통위엔 후임자가 참석할 전망이다. 이번 금통위원 추천 기관은 은행연합회인 만큼 학계나 시장 전문가가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email protected]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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