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인' 머스크, 나스닥 안착… 전 지구인이 베팅하다
파이낸셜뉴스
2026.06.14 18:42
수정 : 2026.06.14 18:54기사원문
주당 공모가 135달러 스페이스X 상장
첫날 시총 2조1040억달러 '세계 6위'
머스크, 인류 역사상 첫 조만장자 등극
전·현직원 4400명도 백만장자 반열에
의결권 82.4% 머스크가 절대적 행사
'머스크의 꿈' 동행하는 투자자들
"인류를 다행성 종족으로 만들겠다"
달 탐사 이어 '화성 개척' 비전 제시
흑자 없이 작년에만 49억달러 순손실
스타링크가 번 돈, xAI에 퍼붓는 구조
그럼에도 투자금 750억달러 끌어모아
인류 최초의 조만장자가 된 머스크에게 이번 상장은 단순한 부의 확대가 아니다. 달 탐사와 화성 정착, 그리고 인류를 '다행성 종족(multiplanetary species)'으로 만들겠다는 24년간의 꿈을 현실로 옮길 자금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월가 역시 로켓 제조업체가 아닌 '인류의 다음 100년'에 투자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35→160.95→166.75
■1조7700억달러→2조1040억달러
하루 만에 '빅6' 클럽 입성. 공모가 135달러 기준 스페이스X의 시가총액은 1조7700억달러였다. 하지만 종가가 160.95달러로 확정되면서 시가총액은 2조1040억달러로 불어났다. 시총 1위는 엔비디아(4조9600억달러)이며 그 뒤를 알파벳(4조3800억달러), 애플(4조2700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MS·2조8700억달러), 아마존(2조5400억달러)이 잇고 있다. 머스크의 테슬라는 1조5000억달러로 시총 8위다.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한 차고에서 시작한 민간 우주기업이 세계 최대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750억달러, 아람코의 3배
이번 IPO의 조달 규모는 750억달러다. 이는 2019년 사우디 아람코가 기록한 역대 최대 IPO 조달액(약 260억달러)의 거의 3배에 달한다. 스페이스X는 총 5억5555만5555주를 주당 135달러에 매각해 막대한 자금을 확보했다. 5억5555만5555주는 우연처럼 보이지만 계산된 숫자다. 주당 135달러를 곱하면 조달액이 정확히 750억달러에 수렴한다. 머스크 특유의 상징적 연출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조달 자금은 차세대 우주선 스타십 개발과 스타링크 인프라 확충, NASA 달 탐사 지원 사업, 그리고 머스크가 평생의 목표로 제시해온 '인류의 다행성 종족화(making life multiplanetary)' 비전 실현에 투입될 전망이다. 머스크는 텍사스주 스타베이스 본사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 영상을 보고 있는 여러분이 누구든, 스페이스X는 여러분을 달로, 화성으로, 궁극적으로는 그 너머까지 데려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창업 초기 시절을 떠올리며 "스페이스X가 성공할 가능성은 10%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7946억달러→1조달러
이날 가장 극적인 숫자는 주가가 아니었다. IPO 직전 머스크의 순자산은 포브스 기준 약 7946억달러였다. 스페이스X 상장으로 그의 스페이스X 지분 가치가 재평가되면서 순자산은 1조달러를 돌파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조만장자(trillionaire)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실물 1달러 지폐로 1조달러를 환산하면 총 1조장의 지폐가 필요하다. 미국 1달러 지폐의 길이는 약 6.14인치(15.6㎝)다. 이를 일렬로 늘어놓을 경우 총 길이는 약 9700만마일(약 1억5600만㎞)에 달한다. 이는 지구와 달 사이 평균 거리인 23만8855마일(약 38만4400㎞)을 200회 이상 왕복할 수 있는 수준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지구와 태양 사이 거리는 약 9300만마일(약 1억5000만㎞)로, 1조달러 지폐를 늘어놓은 길이가 이를 넘어선다. 이를 인류 전체로 나눠보면 또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미국 인구조사국과 유엔(UN) 추계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인구는 약 82억명이다. 1조달러를 전 인류에게 균등하게 배분할 경우 1인당 약 122달러(약 17만원)를 나눠줄 수 있는 규모다. 머스크의 재산 규모는 다른 억만장자들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포브스 집계에 따르면 머스크 다음으로 부유한 인물인 구글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의 순자산은 약 2940억달러다. 조만장자의 기준선인 1조달러와 비교하면 여전히 7060억달러의 격차가 존재한다.
■82.4%…흔들리지 않는 '머스크 제국'
82.4%는 스페이스X 상장 이후에도 일론 머스크가 행사하게 될 의결권 비율이다. 스페이스X는 차등의결권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머스크는 1주당 10개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클래스 B 주식의 90%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1주당 1개의 의결권을 가진 클래스 A 주식도 12.3% 소유하고 있다. 그 결과 IPO를 통해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고도 회사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은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 이는 이번 상장의 또 다른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상장하면 창업자의 지분율과 영향력은 점차 약해진다. 그러나 머스크는 전체 지분의 일부만 시장에 공개하면서도 경영권을 확고히 지키는 방식을 택했다. 실제로 이번 IPO를 통해 시장에 풀린 지분은 전체 기업가치 대비 약 4% 수준에 불과하다. 결국 투자자들은 머스크의 비전에 자금을 댄 것이지, 머스크를 견제할 권한을 얻은 것은 아니다. 로켓 발사 일정부터 스타십 개발, 스타링크 확장, 인공지능(AI) 사업 투자, 나아가 화성 정착 계획에 이르기까지 스페이스X의 미래를 결정하는 최종 권한은 여전히 머스크 한 사람에게 집중돼 있다.
■4400명의 백만장자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스페이스X 현직 및 전직 직원 약 4400명이 이번 상장으로 백만장자 반열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고운영책임자(COO) 그윈 쇼트웰과 최고재무책임자(CFO) 브렛 존슨은 각각 10억달러 이상의 지분 가치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임원이 아니다. 2015년 시급 28달러를 받으며 입사한 멕시코 출신 용접공 후안 에르난데스는 공모가 135달러 기준으로 약 88만달러 상당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80억달러 매출, 그러나 49억달러 손실
화려한 IPO 뒤에 가려진 재무 성적표는 복잡하다. 스페이스X의 2025년 연간 매출은 180억달러로 전년 대비 33%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해 순손실은 49억달러를 기록했고,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65억8000만달러였다. 수익의 엔진은 단연 스타링크다. 스타링크는 2025년 114억달러의 매출을 올려 전체 매출의 61%를 차지했고, 영업이익은 44억달러를 기록했다. 가입자 수는 155개국에서 1030만명을 넘어섰으며, 2년 연속 가입자 기반이 두 배씩 늘었다. 문제는 xAI다. 스페이스X가 2026년 2월 인수한 xAI 부문은 2025년 한 해에만 63억5000만달러의 영업손실을 냈다. 스타링크가 창출한 현금흐름이 AI 투자 재원으로 활용되는 구조다. 우주 산업의 수익이 인공지능 경쟁의 실탄으로 쓰이고 있는 셈이다.
■숫자 너머의 질문
2조달러짜리 회사, 1조달러짜리 인간, 4400명의 백만장자. 6월 12일 하루가 만들어낸 숫자들이다. 스페이스X는 이제 단순한 로켓 회사가 아니다. 위성 인터넷과 인공지능, 우주 데이터센터, 그리고 달과 화성까지 머스크가 그리는 제국의 지도는 지구 밖으로 뻗어 있다. 그리고 그 거대한 비전에 월가가 처음으로 가격을 매긴 날이 바로 6월 12일이었다. 문제는 49억달러의 적자와 109배의 PSR(주가매출비율·시가총액을 연간 매출로 나눈 값)이 보여주듯 이 모든 것이 아직 '약속'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나스닥 투자자들은 그 약속에 750억달러를 걸었다. 투자자들이 산 것은 로켓 회사의 주식이 아니라 인류를 다행성 종족으로 만들겠다는 머스크의 꿈이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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