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강국 韓, 혁신의 '두뇌' 심어라
파이낸셜뉴스
2026.06.14 18:47
수정 : 2026.06.14 18:49기사원문
대기업중심 R&D, 파괴적혁신 한계
서비스산업 낮은 생산성 '발목'잡아
혁신주체, 스타트업 등 다양화하고
AI·데이터, 의료·교육·금융 도입
세계 최고 제조기반 위에 AI 접목
노동규제 철폐, 혁신기반 구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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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대외 격랑 속에서 한국은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가속화되면서 내수시장 축소와 복지비용 폭증이라는 이중고가 현실화되고 있다. 제조 강국으로 쌓아온 기반을 혁신 강국으로 승화시키지 못하면 장기 정체의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다. 추격형 성장 모델의 한계가 명확해진 지금, 혁신으로 돌파해야 이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다.
해답은 조지프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에서 찾을 수 있다. 슘페터는 자본주의의 본질을 기존 질서를 유지하는 데서가 아니라, 그것을 끊임없이 뒤흔드는 혁신에서 찾았다. 새로운 기술과 기업이 기존 산업을 대체하는 과정 자체가 성장의 진정한 원천이다. 여기에 내생적 성장 이론(Endogenous Growth Theory)이 힘을 더한다. 기술과 혁신은 경제 시스템 내부에서 만들어지는 결과물이며 지식 축적, 인적 자본, 강력한 인센티브가 결합될 때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이는 202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필리프 아기옹·피터 하윗의 '창조적 파괴를 통한 지속적 성장'과 직결된다. 한국이 과거 추격형 성장에서 벗어나 선도형 또는 혁신형 성장으로 나가려면 바로 이 혁신 메커니즘을 작동시켜야 한다.
우리의 최대 무역 상대국 가운데 하나인 중국은 '연성 예산 제약'하에서 부채를 동원해 성장을 이어온 결과 지방정부와 부동산 부채가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다. 그럼에도 '중국제조 2025'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AI 등 전략 산업에서 빠르게 기술 경쟁력을 축적하고 있다. 과잉생산과 혁신 역량이 결합되면서 한국에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닌 구조적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을 기술 추격자이자 혁신 경쟁자로 정확히 인식하고 공급망 다변화와 기술 우위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 경제는 대기업 중심 연구개발(R&D)의 한계와 서비스 산업의 낮은 생산성이라는 구조적 제약에 봉착해 있다. 대기업 체계는 기술 추격에는 효과적이었으나 파괴적 혁신에서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또한 서비스업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6위로 최하위권이며, 그 격차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 각종 규제와 아날로그 법체계가 AI와 데이터 활용을 가로막아 전체 생산성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제조업 편중 성장의 잔재로, 서비스 부문의 디지털 전환 지연과 규제 과잉, 중소기업의 투자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결국 한국 경제가 재도약하려면 혁신으로 돌파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혁신 주체를 대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등으로 다변화하고 창업부터 재도전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개방형 혁신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지원정책이 필수다. 둘째, 서비스 산업의 고도화와 스마트 규제 개혁이 시급하다. AI와 데이터를 의료·교육·금융 등에 적극 도입하고, 규제 샌드박스 확대와 데이터 공유 체계를 통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셋째,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기반 위에 AI를 접목한 지능형 제조로 전환하여 기술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 넷째, 창의성과 문제 해결 역량을 중심으로 한 인재 양성 체계로 전환하고, 노동 이동성을 높이며 주 52시간제 같은 불합리한 노동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며, 해외 인재 유입을 확대함으로써 개방적이고 역동적인 혁신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제조라는 강력한 심장에 혁신이라는 뇌를 이식할 때 진정한 혁신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
박기순 한중경제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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