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종전해도 완전 정상화까진 넘을 산 많다

파이낸셜뉴스       2026.06.14 18:47   수정 : 2026.06.14 18:47기사원문
물동량 회복은 내년 상반기나 가능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 등 계속해야

미국과 이란 전쟁이 마침내 출구를 찾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이란과)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할 예정이며, 서명 직후 호르무즈해협은 모두에게 개방된다"고 밝혔다. 수개월째 이어진 전쟁이 종전의 문턱에 다가섰다는 기대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종전 가능성이 수차례 제기됐지만 번번이 결렬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자방식의 서명 절차까지 공개됐고,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도 "협상의 최종 단계가 완료되는 대로 서명·발표될 것"이라고 밝혀 종전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 고유가와 공급망 불안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한국 경제에도 반가운 소식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아직 안도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번 합의는 우선 원칙에 합의한 뒤 세부 사항을 추후 협의하는 방식이다. 호르무즈해협은 서명 직후 개방될 수 있지만 이란 핵문제와 동결자산 해제, 호르무즈해협 통행료 부과 등 핵심 현안은 향후 60일 동안 추가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워싱턴 일각에서 이번 합의를 '60일짜리 휴전 연장' 또는 '다음 협상의 시작'으로 보는 이유다.

무엇보다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20%, 국내 원유 수입량의 70%가 지나가는 호르무즈해협의 통행료 부과 문제는 여전히 불안요인이다.

통행료가 부과될 경우 결국 국제유가와 국내 에너지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아라그치 장관은 최근 이란 국영TV에서 "호르무즈해협 관리 문제는 전쟁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레바논 주둔 이스라엘군 철수 문제와 미국·이란 내부 강경파의 반발도 변수다. 분쟁 재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것이다.

또 호르무즈해협 재개방에 합의하더라도 선박 통행과 물류 시스템이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는 "선박 이동뿐 아니라 생산·저장·수송·보험·금융·물류 전반이 함께 복구돼야 한다"며 물동량이 전쟁 이전의 80% 수준을 회복하는 데 최소 4개월, 완전 정상화는 2027년 상반기 이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뉴욕 증시 주요 지수는 일제히 상승했고 국제유가도 급락했다. 호르무즈해협이 정상적으로 개방된다면 글로벌 에너지 가격 안정과 증시 회복에 대한 기대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 역시 그 수혜를 입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합의가 어디까지나 원칙적 수준의 합의에 가깝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완전한 종전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고 글로벌 공급망이 정상화되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와 산업계는 유가 하락을 일시적 호재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인플레이션 안정에 적극 활용하되 MOU 이후 협상이 결렬될 경우 유가가 다시 급등하는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호르무즈 통행료 등 새로운 비용 구조가 고착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와 전략비축유 확충, 공급망 재편을 멈추지 말고 더 속도를 내야 한다. 재생에너지와 원전 등 에너지 자립 기반 강화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종전 기대감에 취하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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