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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국정감사] 의원 200여명 찬성한 '단통법' 여론 나빠지자 "네 책임"

양형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0.13 15:54

수정 2014.10.13 18:21

[2014 국정감사] 의원 200여명 찬성한 '단통법' 여론 나빠지자

"누가 누굴 욕하나?"

13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가 미래창조과학부를 상대로 진행한 국정감사를 지켜본 이동통신분야 전문가들의 관전평이다.

이날 미방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줄줄이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시행 후 부작용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타했다. 이들은 이날 시종일관 미래부를 상대로 지난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단통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집중포화를 가했다.

그러나 입법기관인 국회가 스스로 법을 만들어 놓고는 시행된 지 보름도 지나지 않아 자신들이 만든 법에 대해 일방적인 비판을 가하는 행태는 '자가당착'이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단통법이 지난 5월 200여명의 국회의원 찬성으로 통과된 법안이기 때문이다.

결국 국회가 자신이 동의해 탄생한 '신생아'를 보름도 되지 않아 '사생아'로 낙인 찍어 '산모'격인 미래부에만 책임을 돌리고, 입법 기관의 무책임을 공인하는 형국이란 것.

이처럼 국회가 가계통신비 경감 차원에서 통과시킨 단통법에 대해 실효성을 판단할 충분한 시간도 없이 '악법' 취급하는 것은 여론을 의식한 보여주기식 국감 행태이자 전후가 맞지 않는 모순 행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이날 국감에서는 미방위 위원들은 여야 의원 구분 없이 단통법의 부작용에 대해 이어달리기식 비판을 펼쳤다. 이날 피국감기관 수장인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단통법에 대한 해명을 하느라 시종일관 진땀을 흘려야 했다.

먼저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단통법 시행 이후 가계통신비 부담이 더욱 커졌다"면서 포문을 열었다.

권 의원은 "단통법 시행 이후 국민이 느끼는 가계통신부담이 더욱 커졌다"면서 "시행 이후 달라질 보조금 변화에 대한 시뮬레이션이나 시장상황의 변화 가능성을 더 면밀하게 살폈어야 했다"고 질타했다. 권 의원은 또 "단통법 시행 전후 단말기 보조금 지원 규모 차이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야당 의원들도 단통법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였다.

우상호 새정민주치연합 의원은 "단통법 시행 후 시장이 부분 정상화 효과가 있었지만 가계통신비 인하는 관철되고 있지 않다"며 "휴대폰 제조사가 휴대폰을 이통사에 납품할 때 최저가 70만원을 보장받고, 이통사는 고가의 소비자 요금제에 연동해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 유통구조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우 의원은 이어 "이런 유통구조를 무너뜨리지 않는 한 단통법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의 경우 "단통법은 단지 통신사를 위한 법이라는 말이 나온다"며 "소비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제조사는 괴롭고 이통사는 무통 중에 즐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송호창 의원은 "단통법 시행 이후 서울 서초동 일대에서는 휴대폰 상점 5곳 이상이 폐업상태인 데다 고객들은 '호갱'으로 전락하고 휴대폰 제조사도 판매실적이 60% 이상 감소했다"며 "좋은 취지를 가지고 시작했지만 국민적 분노와 저항 폐지 운동까지 일고 있다"고 힐난했다.


한편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킨 장본인인 국회의원들이 되레 국감에서 시행 초기 단편적인 부작용을 이유로 단통법을 악법으로 낙인 찍는 행태는 모순"이라며 "좀 더 이통시장 상황을 살펴가면서 정부와 국회가 보완해나가는 인내와 지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hwyang@fnnews.com 양형욱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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