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한민국의 빛과 소금, 공복들] 음지를 밝히는 묵묵한 헌신들, 그들이 있어 오늘도 안심합니다

박나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2년 3개월간의 기록, 대단원을 내리며...
생생한 공복들의 일상, 이색 업무 자세히 소개
취재가 부른 변화들.. 공복들 보도 후 사명감 더 가지게 돼
독자들도 묵묵한 희생에 감사의 마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한민국의 빛과 소금 역할을 하고 있는 공복들을 알리는 파이낸셜뉴스의 기획연재물 '공복시리즈'가 2016년 3월 10일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 2014년 1월 2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파출소 경찰관들을 시작으로 대장정에 오른 공복시리즈는 그동안 외딴섬이나 산속 깊은 곳 등 보이지 않거나 음지에서 고생하며 묵묵히 헌신하는 공복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 그들의 일상을 취재했다. 총 90개 이상 팀과 70개가 넘는 기관이 공복시리즈에 참여했다.국민들에게 비교적 익숙한 경찰관, 소방관, 사회복지사 등을 비롯해 유해발굴감식단, 특허심사관, 국가지진센터, 항만청소선, 한우연구실 등 국민에게 익숙지 않은 공복들도 발굴해 적극 알렸다.

그동안 공무원들을 바라보는 국민들 이미지는 대체로 부정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특히 세월호 사고 이후 이런 양상은 더 심화됐다. 그러나 이런 공무원들의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공복은 사회 곳곳에 존재했다. 국민들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불철주야 온몸을 던지면서 일하는 공무원들은 많지만 의외로 이 같은 사실이 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다. 공복시리즈는 바로 이런 공무원을 찾고자 기획됐다. 2년 이상 진행된 공복시리즈에 참여한 공무원들은 취재 이후 더 사명감을 갖게 됐다고 입을 모았고, 독자들도 공복들이 이렇게 땀을 흘리며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줄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환경미화원 체험기에서 기자의 멘토였던 서울 영등포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이황용씨가 거리를 청소하고 있다.
환경미화원 체험기에서 기자의 멘토였던 서울 영등포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이황용씨가 거리를 청소하고 있다.
경상북도 축산기술연구소 한우연구실 정대진 박사가 당대검정을 진행 중인 수소에게 먹이를 준 후 건강상태 등을 확인하고 있다.
경상북도 축산기술연구소 한우연구실 정대진 박사가 당대검정을 진행 중인 수소에게 먹이를 준 후 건강상태 등을 확인하고 있다.

■기자들 직접 체험 통해 생생한 이야기 전달

공복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공복들이 일하는 현장에 기자가 나가 함께 체험하고 기사를 작성한다는 점이다. 전 시리즈에 걸쳐 전문성을 요구하는 업무를 제외하고는 단속현장, 근무현장에 늘 동행했다. 공복시리즈의 생동감은 자료나 인터뷰를 통해 전해 듣기보다는 현장에서 직접 보고 썼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환경미화원 체험기'( '시민의 발' 고치는 지하세계의 닥터들 서울메트로 철도장비팀)다. 새벽 3시에 출근한 기자는 오전 7시까지 초보 환경미화원으로 업무를 수행했다. 기자는 동행한 고참의 지시에 따라 비교적 쉽다는 인도 청소를 맡았지만 보도블록 사이에 낀 명함과 물티슈 등으로 팔이 부러지도록 청소하는 생고생도 마다하지 않았다. 오줌이 담긴 음료수통을 치우고 환경미화원 눈앞에서 담배꽁초를 버리고 달아나는 운전자를 보는 등 그야말로 도시의 민낯을 가감 없이 체험, 보도했다.

119구조대의 실제 출동상황을 보도한 '서울동작소방서 119구조대'(2014년 1월 9일 게재)도 기자가 화재현장에 함께 있었다. 소방서에 화재현장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울려퍼지자 소방관들은 즉시 소방차가 있는 차고로 달려갔다. 출동 명령이 떨어지고 실제 출동하기까지는 채 20초가 걸리지 않았다. 현장으로 이동하는 순간에도 소방관들은 소방복으로 갈아입고 장비를 갖추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동하면서도 현장 상황은 계속 무선으로 전해져왔다. 현장에서 진화 작업을 마치고는 조사팀의 화재원인 조사도 이어졌다. 일상에서는 화재진압 장면만 보기 쉽지만 실제 소방서는 그 전후 상황을 모두 도맡아 처리하고 있었다.

지하철 운행이 끝난 후 새벽부터 아침까지 지하철을 유지·보수하는 철도장비팀의 일상(2016년 1월 7일 게재)도 인상적이었다. 레일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는 '레일 탐상차'에 탑승한 기자는 짧은 시간 동안 레일을 점검하는 철도장비팀의 모습을 목격하고 보도했다. 실제로 지하철 막차와 첫차 시간을 고려하면 작업가능한 시간은 3시간 남짓이다. 출근인파가 몰리기 전에 지하철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 철도장비팀의 가장 큰 임무다.

'SH공사 주거복지상담사'(2015년 7월 23일 게재)편에서는 기자가 현직 사회복지사와 함께 가구들을 누비며 상담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주거복지상담사 조끼를 입은 기자는 직접 가정을 방문해 어르신들의 안부를 묻고 목욕서비스 등 예약을 도왔다.

잘 알려지지 않은 교도관의 일상을 전달한 '교도관 K씨의 하루'(본지 2014년 1월 16일 게재)도 있다. 죄를 짓지 않았지만 재소자들과 함께 철창에 갇힌 교도관들은 재소자 못지않은 빡빡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교도관들은 각종 대중매체를 통해 마치 '악의 화신'으로 묘사되는 이미지에 대해 아쉬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반은영 주거복지상담사(왼쪽)가 SH공사 임대주택 서울 신내 12단지에 위치한 방명순 할머니 댁을 직접 방문해 할머니를 보살피고 있다.
반은영 주거복지상담사(왼쪽)가 SH공사 임대주택 서울 신내 12단지에 위치한 방명순 할머니 댁을 직접 방문해 할머니를 보살피고 있다.
지난해 취재 당시 백령도기상관측소에서 근무하고 있던 직원들. 백령도 관측소 직원은 모두 9명이지만 4교대로 근무하기 때문에 함께 모일 시간이 거의 없다.
지난해 취재 당시 백령도기상관측소에서 근무하고 있던 직원들. 백령도 관측소 직원은 모두 9명이지만 4교대로 근무하기 때문에 함께 모일 시간이 거의 없다.

■항만청소선, 외딴섬 기상관측센터, 한우연구센터…공복인 줄 아셨나요?

공복시리즈의 또 다른 특징은 평소 국민들이 잘 알지 못했던 공복들까지 상세히 소개했다는 점이다. 공무원이라면 으레 경찰관, 소방관, 동주민센터 직원 등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묵묵히 헌신하는 공복들도 많다.

해양환경관리공단 소속 항만청소선(2015년 2월 5일 게재)은 평소에는 보기 힘든 공복들이다. 이들은 일명 '바다 청소부'로, 배들이 몰린 항구를 중심으로 쓰레기를 치우는 역할을 한다. 바다에 있는 쓰레기를 치우지만 대부분은 육지에서 나온 것들이다. 승무원들이 막대기로 쓰레기를 모으면 기계가 빨아들이는 구조다. 하루 3차례 청소를 진행에 평균 10t의 쓰레기를 수거한다. 어쩌다 바다에 버려진 귀중품을 찾아주는 경우도 있는데 물건이 많이 훼손된 상태여서 감사 인사는 받기 힘들다고 한다.

기상예측은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기계적으로만 작업을 진행할 것 같지만 우리 땅 최전방에 나가 기상상황을 직접 보고 4~5시간 후 서울 날씨를 예측하는 기상관측자들이 있다. 백령도 고층기상관측소(2015년 9월 3일자 게재)에도 직원 6명과 청원경찰 3명이 외로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반도 서쪽 끝에 위치한 백령도의 공기는 몇 시간 뒤 서울 날씨 예측과 직결된다. 전국 날씨와도 연관이 많은 탓에 백령도 관측소에는 다른 관측소에 비해 많은 장비가 구비돼 있었다. 북한과도 가까워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지만 관측소 직원들은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었다.

우수한 한우 품질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연구직 공무원들도 있다. 경북 축산기술연구소 한우연구실(2015년 6월 4일자 게재)에서는 유전적으로 우수한 씨수소(인공수정과정에서 정액을 제공하는 우수한 소, 축산농가 99%는 인공수정으로 소를 생산한다)의 선발 및 관리를 위해 밤낮 없이 연구 중이다. 한우 품질이 올라갈수록 축산농가의 이익도 늘어나고 국민들에게 질 좋은 축산물을 공급할 수 있다.

북한산 등산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북한산 인수봉대피소 강균석 반장(왼쪽)과 이동윤 대원이 백운대 초소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북한산 등산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북한산 인수봉대피소 강균석 반장(왼쪽)과 이동윤 대원이 백운대 초소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2015년 12월 22일 새벽 1시 서울메트로 지하철 1호선 동묘앞역 터널 안쪽에서 철도장비팀 대원들이 레일탐상차 운행 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2015년 12월 22일 새벽 1시 서울메트로 지하철 1호선 동묘앞역 터널 안쪽에서 철도장비팀 대원들이 레일탐상차 운행 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보도 이후 달라진 근무자세…뿌듯함 느낀다

공복시리즈에 참여했던 공복들은 하나같이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 되새기며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서울특별시 도시철도공사 도시철도 5678 역무원'(2016년 1월 28일자 게재)편에 등장한 청구역 안준영 역장은 "보도 후에 마음가짐에 변화가 있었다"며 "언론에서 취재하는 경우가 처음이기도 했고 다들 충실히 일하고 있었지만 (이번 보도가) 나름대로 일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북한산을 방문하는 등산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북한산 인수대피소 대원들(2015년 9월 11일자 게재)도 기사가 나간 뒤 일하는 데 큰 힘을 얻게 됐다고 전했다. 북한산관리공단 관계자는 "기사가 나간 후에 어려운 환경 속에 열심히 일하고 있는 인수대피소 대원들에게 많은 힘이 됐다"며 "북한산관리공단 내부적으로도 대원들의 근무에 더욱 관심을 갖고 인수대피소 운영의 문제점을 찾아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데 더욱 노력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서울서부지검 범죄자피해지원센터(2015년 12월 24일자 게재) 관계자는 "업무가 제도적으로 크게 변화된 것은 아직 없지만 주위 사람들이 범죄피해자지원 제도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해주는 계기를 마련해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비위 행위를 하는 공무원들을 감찰하는 행정자치부 조사담당관실(2015년 9월 24일자 게재)은 공복시리즈 기사 자체를 스크랩해 사무실에 곱게 코팅해놨다. 조사담당관실 담당자는 "보도가 나가고 팀원들이 다시 한번 하는 일에 대해 자부심과 사명감을 느끼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취재 당일 팀원들이 모두 긴장해 현장 감정 일정을 다시 확인하는 듯 꽤 분주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행자부 내 봉사활동 조직인 행복드림봉사단(2015년 10월 8일자) 관계자는 "남한테 알리려고 하는 봉사활동은 아니지만 취재과정에서 봉사활동 경험을 이야기하다 보니 오히려 내가 힐링된 느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5일 5678도시철도 안준영 청구역 부역장이 지하철 운행에 앞서 간밤에 선로 이상은 없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이날 선로 점검하는 데만 약 1400m를 걸었다.
지난 5일 5678도시철도 안준영 청구역 부역장이 지하철 운행에 앞서 간밤에 선로 이상은 없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이날 선로 점검하는 데만 약 1400m를 걸었다.

■공복 이렇게 많을줄…고마움 되새기는 계기

사회 곳곳에서 소리 소문 없이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지켜주는 공무원을 발굴, 활약상을 소개한 공복시리즈는 독자들에게도 고마움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공복시리즈를 읽은 독자들은 공무원들이 이렇게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지도, 이만큼 고생하는지도 몰랐다며 신선한 충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부산에 거주하는 독자 박모씨(60)는 "1, 2년 동안 공복시리즈를 보면서 내가 몰랐던 공무원이 이렇게 많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기자들이 실제 현장을 누비고 써서 그런지 생동감이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학교 과제 수행에 도움을 받기 위해 공복시리즈를 처음 접하게 됐다가 거의 모든 시리즈를 읽었다는 대학생 노모씨(23)는 "방송이나 다른 매체에서 시간적 제약으로 다루지 못한 공무원들의 이야기를 지면을 통해 세세하게 다뤄줘 마음에 들었다"며 "생각보다 많은 일들에 공무원들이 관여하고 있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email protected] 박나원 이승환 김성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