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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막힌 게임시장 돌파구… '포스트 차이나' 베트남 주목

김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베트남産 누적 다운로드 세계 2위
세제 혜택 등 정부 파격 지원 확대
e스포츠·콘텐츠 산업 성장 이끌어
동남아 최대 게임 허브로 급부상
넥슨·엔씨도 현지 개발 거점 구축

꽉막힌 게임시장 돌파구… '포스트 차이나' 베트남 주목

【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김준석 특파원】 "미국 버지니아대학교에서 유학 중인데, 이 행사 보려고 잠시 귀국했어요."

지난 18일 베트남 하노이 꽌응어 체육관 앞에서 만난 스무살 대학생 풍씨는 설레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한화생명e스포츠(HLE)가 개최한 팬 소통 행사 '2026 HLE 팬페스트'가 열린 행사장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타를 보기 위해 찾은 팬들로 북적였다. HLE는 2024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베트남에서 팬페스트를 열고 있다. 2024년과 2025년에는 호찌민에서 개최했고, 올해는 처음으로 하노이를 찾았다.

3600석 규모의 행사장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특히 100석 한정 VIP 티켓은 판매 시작 2분 만에 매진됐다. 현장을 찾지 못한 팬들을 위해 진행한 온라인 생중계엔 최대 9000명이 동시 접속하는 기록을 세웠다.

현지에서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비롯한 e스포츠가 축구 다음으로 인기 있는 스포츠라는 평가가 나온다. 베트남의 뜨거운 e스포츠 열기는 최근 급성장하는 게임 산업과도 맞닿아 있다. 한때 글로벌 게임 산업의 변방이자 아웃소싱 기지로 여겨졌던 베트남은 이제 동남아를 대표하는 게임 강국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젊은 인구와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 정책이 맞물리며 게임 개발과 e스포츠, 콘텐츠 산업 전반이 급성장하는 모습이다.

■'메이드 인 베트남' 게임 누적 다운로드 세계 2위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방송통신전자정보국(ABEI)과 데이터 분석기관 센서타워 등이 최근 공동 발간한 '베트남 모바일 게임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 개발사들이 제작한 게임의 전 세계 누적 다운로드 수는 49억건을 돌파했다. 이는 중국(53억건)에 이어 세계 2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분당 약 9300건의 '메이드 인 베트남' 게임이 전 세계에서 다운로드되고 있는 셈이다.

게임 퍼블리셔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베트남의 게임 퍼블리셔 수는 전년 대비 27% 증가한 2679개로 집계돼 세계 6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게임 시장이 성장 둔화를 겪는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시장 규모 역시 가파르게 확대되고 있다. 베트남 게임 시장은 지난해 약 16억~17억달러 규모로 성장했으며, 업계에서는 2029년 24억달러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전체 매출의 상당 부분이 해외 시장에서 발생한다는 점도 주목된다. 미국과 일본, 한국, 유럽 등에서 거둔 수익이 늘면서 게임 산업은 베트남의 대표적인 디지털 수출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게임 산업 진흥 위해 세제 혜택까지 부여

게임 산업 성장의 배경에는 베트남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다. 베트남 정부는 올해 게임 산업을 처음으로 6대 국가 핵심 문화산업 가운데 하나로 지정했다. 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산업 육성 전략을 수립하고 게임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세제 혜택과 인프라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정부 산하 방송통신전자정보국은 최근 게임 박람회 '베트남 게임버스 2026'과 아세안 11개국이 참여하는 '동남아시아 e스포츠 컵'을 잇따라 개최하며 베트남을 동남아 게임·e스포츠 허브로 육성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인재 양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지 대학에는 게임 디자인·개발 전공이 신설되고 있으며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협력한 교육 프로그램도 잇따라 도입되고 있다.

■한국 게임사들 '포스트 차이나'로 베트남 주목

베트남 시장이 급성장하자 한국 게임업계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2024년 베트남 최대 IT 기업 VNG와 합작법인 'NCV 게임즈'를 설립해 동남아 시장 공략에 나섰다. 넥슨은 2019년 서비스 운영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2022년 자체 개발 법인인 넥슨데브비나를 세우며 현지 개발 거점을 구축했다. :

업계에서는 베트남을 '포스트 차이나' 시대 핵심 전략 시장으로 평가한다. 중국 시장의 규제 강화와 성장 둔화 속에서 베트남이 1억명 인구와 90%를 웃도는 스마트폰 보급률, 풍부한 개발 인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은 더 이상 게임 소비 시장에 머물지 않는다"며 "개발과 퍼블리싱, e스포츠, 콘텐츠 비즈니스가 함께 성장하는 동남아 최대 게임 허브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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