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 중기·소상공인 "3高에 최저임금 오르면 못버텨" [최저임금 인상폭 논란 (상)]
소상공인 87% "임금 부담 크다"
급격한 인상, 고용악화 부작용도
영세사업장 지원책도 병행돼야
"반도체·정보기술(IT) 대기업의 성과급에 속으면 안 됩니다. 중소기업들은 매달 직원 월급을 어떻게 줄까 전전긍긍하며 정말 하루하루 버티고 있습니다."
인천서부산업단지에 위치한 주물기업 임원 A씨는 21일 "지난해는 그나마 최저임금 인상률이 낮아 어떻게든 버텼는데 올해 만약 대폭 오르게 되면 가뜩이나 대출도 안되는데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천서부산업단지에는 한때 40곳이 넘는 주물기업들이 용광로에서 불을 뿜었다. 하지만 지금은 계속되는 경영악화와 이로 인한 경영승계 포기로 10곳도 채 남지 않았다. 특히 매출의 10% 이상이 인건비로 나가는 이 업체에 큰폭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가슴을 철렁이게 하는 일이다. 이 업체의 최저임금 인력 비중은 전체의 40% 정도로 대부분 외국인이다. 일이 숙련되면 임금이 오른다. 이 상황에서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6.3% 오른 시급 1만2000원을 요구하고 있어 시름이 커지고 있다.
소상공인 업계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소상공인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저임금 인상 관련 소상공인 영향 실태조사'에 따르면 87%가 현재 최저임금 수준에 대해 '부담이 크다'고 호소했다.
서울에 사무용품 업체 2곳을 운영하고 있는 B씨는 "아들까지 직원 6명을 두고 있는데 임금을 주고 나면 정말 마이너스가 나 내 월급은 못 가져갈 때도 있다"며 "아들 월급도 제대로 못 주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 업체의 인건비는 퇴직급여 등 복리후생비를 포함해 매출의 20%를 차지한다.
서울 중구의 족발집 사장 김모씨 역시 "최저임금이 1만2000원으로 정해져도 근무 강도가 높은 음식점은 그 이상을 지급해야 아르바이트생을 구할 수 있다"며 "최저시급이 오를 때 식재료 가격도 같이 오르지만, 음식값은 소비자 거부 반응 때문에 마음대로 인상할 수 없어 결국 폐업하는 업장이 줄줄이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은 자영업자들을 폐업으로 내몰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4년 폐업 신고 사업자는 100만8282명으로 처음 1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와 올해는 이를 웃돌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자영업자 실업급여 지급액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정도로 소상공인 경영난이 극심한 상황이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가 2021년 이후 노란우산(소기업소상공인공제) 폐업공제금을 지급받은 폐업 소상공인 82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5 폐업 소상공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폐업 사유(복수응답)로 '수익성 악화, 매출 부진(86.7%)'을 가장 많이 꼽았다. 특히 수익성 악화 및 매출 부진의 원인으로 내수 부진에 따른 고객 감소(52.2%), 인건비 상승(49.4%) 등을 지목해 최저임금 인상이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악화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아르바이트생들 사이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고용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성북구 한 카페에서 일하는 대학생 이모씨(24)는 "요즘 1만원으로 점심 한 끼 사 먹기 어려워 최저임금이 오를 필요는 있지만,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 근무시간이 더 줄거나 해고될까 걱정된다"며 "이미 올해 초 같은 시간에 일하는 동료 2명이 떠났다. 16% 넘는 인상은 지나친 만큼 적당한 선에서 조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 시 영세 사업장에 대한 보완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단순히 영세 자영업자에게만 전가하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카드 수수료 부담 완화, 배달 플랫폼 수수료 체계 개선, 사회보험료 지원 같은 직접 지원책과 무인 주문 시스템 도입, 디지털 전환, 경영 컨설팅 등 생산성 향상 뒷받침도 필수"라고 조언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박성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