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중수청법 시행령안에 "우선 수사권 훼손"
현행법과 충돌 등 반대 입장 밝혀
검찰청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으로 분리·해체되는 10월 2일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교하지 못한 제도 설계로 인한 사법 현장의 혼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수청법의 허점과 불완전한 시행령 탓에 예정된 타임라인대로 정상적인 개청이 가능할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30일 오전 정례 브리핑을 열고, 행정안전부 중수청 설립지원단에 정부가 입법예고한 중수청법 시행령 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중수청법이 공수처법과의 정합성 등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공수처가 문제 삼은 부분은 다른 수사기관이 인지한 중대범죄를 중수청장에게 통보하되, 수사의 실익이 없는 경우는 제외하도록 한 시행령 제정안 조항이다. 현 제정안에 따르면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고위공직자범죄' 중 직권남용죄를 제외한 나머지 범죄가 모두 중수청의 수사 대상인 '중대범죄'에 포함된다. 따라서 단독 직권남용 사건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수처 사건이 중수청 통보 대상이 된다는 것이 공수처의 설명이다.
노홍석 공수처 검사는 "행안부 장관의 지휘를 받는 중수청이 공수처가 보안을 유지하며 수사 중인 사건 대부분을 알게 된다"며 "대통령실이나 국회의원은 물론 행안부 장관 관련 사건까지 지휘 라인을 통해 공유될 수 있어 공수처의 독립성을 형해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 검사는 해당 제정안이 공수처의 우선적 수사권을 규정한 현행법과도 충돌한다고 덧붙였다.
시행령 제정안 자체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제정안에는 중수청 수사관들의 수사 범위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고, 부·과 등 내부 직제 규정도 빠져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보완수사권 등을 둘러싼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가 선행되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며 "형사사법체계라는 큰 틀이 마련되지 않았는데 부품에 불과한 중수청의 기능과 구성이 확정될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수사 범위가 구체화돼야 조직 구성과 사법경찰관 채용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인프라 구축도 미비하기 때문에 정부는 중수청 자체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대신 경찰 시스템의 권한을 빌려 쓰는 임시방편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형소법 개정 논의는 오는 8월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 등으로 진척이 없는 상태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부 공식 입장으로 발표하고 관련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전건송치 부활 등 핵심 쟁점은 빠져 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형소법 개정 논의가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로 밀린다면 개청 준비 기간은 길어야 한 달 반"이라며 "그 짧은 시간 동안 거대 관청을 열 준비를 마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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