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 작곡·작사가 "더 깊어진 엘사의 내면...자매 성격 반영한 음악"[인터뷰]
크리스틴 앤더슨-로페즈와 로버트 로페즈 부부
[파이낸셜뉴스] 뮤지컬 '겨울왕국'의 작사·작곡을 맡은 크리스틴 앤더슨-로페즈와 로버트 로페즈 부부가 6일 서면 인터뷰에서 "개봉 전 디즈니가 전화를 걸어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리고 싶다고 했다"며 "디즈니 시어트리컬 그룹과 함께 작품을 만드는 것은 늘 버킷리스트였다"고 밝혔다.
1000만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이 내달 13일 한국 초연의 막을 올린다. 샤롯데씨어터 개관 20주년 기념작으로 선보이는 이 작품은 지난 2018년 3월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해 뉴욕타임스로부터 "브로드웨이 블록버스터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디즈니 역사상 영화 개봉 전에 뮤지컬 제작이 결정된 최초의 사례이기도 하다.
로페즈 부부는 2014년 '렛 잇 고'와 2018년 '리멤버 미(Remember Me)'로 두 차례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은 세계적인 음악가다. 특히 남편인 로버트는 오스카, 에미, 그래미, 토니상을 모두 두 번 이상 수상한 '더블 EGOT'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브로드웨이 초연을 앞두고 배우들이 처음 오케스트라와 함께 넘버를 연습한 '시츠프로브(Sitzprobe)'는 두 사람에게도 잊지 못할 순간으로 남아 있다.
크리스틴 앤더슨-로페즈는 "오케스트라가 첫 화음을 연주하는 순간 이미 몇몇 배우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며 "'안전벨트를 꽉 매라'고 외치는 듯한 음악적 반전이 이어졌고, 배우들이 일제히 환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바로 이런 순간 때문에 우리가 뮤지컬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배우들이 처음 완성된 편곡을 듣고 자신의 캐릭터를 새롭게 발견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그는 "올라프 역 배우가 편곡을 듣더니 '이제야 이 장면을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며 "배우들이 오케스트라를 통해 곡의 진짜 색깔을 발견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고 말했다.
로버트 로페즈 역시 "마치 크리스마스 같았다"며 "배우들이 '내 노래는 어떻게 편곡됐을까' 하며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들처럼 설레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처음 받은 '겨울왕국'의 콘셉트 아트도 떠올렸다.
로버트 로페즈는 "어린 엘사가 손에서 눈송이를 만들어 내고, 안나가 그 사이를 뛰노는 그림이었다"며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우리 두 딸이 떠올랐고, '이 이야기는 반드시 뮤지컬이 되어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가장 많은 시간을 쏟은 부분은 새로운 오프닝이다.
로버트 로페즈는 "오프닝 한 곡을 완성하기 위해 스무 개가 넘는 버전을 새로 썼다"며 "초기에는 영화의 '얼어붙은 심장(Frozen Heart)'을 확장한 다소 어둡고 미스터리한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전환점은 오리지널 연출가 마이클 그랜디지의 아이디어였다.
그는 "북유럽의 첫 장면부터 부모의 죽음, 이어지는 여러 사건을 음악이 한순간도 끊이지 않는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자는 제안이었다"며 "장면마다 박수를 치며 호흡을 끊는 대신 모든 에너지가 마지막에 '태어나서 처음으로(For the First Time in Forever)'에서 폭발하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극이 시작되자마자 관객에게 엄청난 양의 서사와 시각·음악적 충격을 동시에 안겨주는 오프닝"이라며 "관객들이 극장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정말 기대된다"고 말했다.
브로드웨이 무대는 영화의 이야기를 단순히 옮기는 데 그치지 않았다. 영화가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인물의 내면을 새로운 노래와 장면으로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뮤지컬에서 새롭게 추가된 엘사의 두 솔로곡 '위험한 꿈(Dangerous to Dream)'과 '괴물(Monster)'은 영화보다 훨씬 깊은 심리를 들여다본다.
크리스틴 앤더슨-로페즈는 "'위험한 꿈'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지만 감히 꿈꿀 수조차 없는 사람을 위한 노래"라고 소개했다.
로버트 로페즈는 "'렛 잇 고'를 1막 마지막으로 옮기면서 엘사가 성을 떠나는 장면을 새롭게 만들어야 했다"며 "두려움이 최고조에 이르는 순간을 음악으로 표현했고, 결과적으로 공연에서 압도적인 장면 가운데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2막의 핵심 신곡 '괴물'은 '엄청난 힘을 가졌지만 그 힘을 사용해서는 안 되는 사람의 고뇌를 담았다. 영화에서는 짧게 지나갔던 장면에서 출발했다.
로버트 로페즈는 "영화에서는 엘사가 아렌델의 겨울을 끝내려다 실패하는 장면이 비교적 짧게 지나간다"며 "뮤지컬에서는 그 감정을 끝까지 파고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엘사가 얼음 궁전 안을 초조하게 서성이며 '숨겨야 해, 느끼지 마, 참아야 해'를 되뇌는 바로 그 순간이 노래가 시작돼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음악도 기존 디즈니 스타일과는 다른 방향으로 접근했다. 그는 "데미 로바토의 강렬한 팝 발라드를 많이 연구했다"며 "엘사의 고통을 담아낼 거대한 팝 발라드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크리스틴 앤더슨-로페즈는 음악의 박자에도 엘사의 심리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때의 엘사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안나를 자신의 손으로 위험에 빠뜨렸다고 믿는 순간"이라며 "패닉과 공포, 멈출 수 없는 불안감을 표현하기 위해 곡을 일반적인 박자가 아닌 7/8박자로 썼다"고 말했다. 이어 "박자 자체가 끊임없이 흔들리고 앞으로 쏠리는 느낌을 준다"며 "그 불안정함이 엘사의 심리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로버트 로페즈도 "한마디로 '멈추지 않는 불안한 에너지'"라며 "그 감정을 음악으로 구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크리스틴 앤더슨-로페즈는 두 자매의 가사부터 다르게 접근했다고 말했다.
그는 "엘사의 가사는 훨씬 내성적이고 명상적"이라며 "오늘 밤 내린 하얀 눈은 온 세상을 뒤덮고(Snow goes white on a mountain tonight)'처럼 자연을 비유로 삼는 표현이 많다. 그녀의 가장 깊고 조용한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반면 안나는 정반대의 인물이다. 그는 "안나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 하는 캐릭터"라며 "'사랑을 알기나 해?(What Do You Know About Love?)'처럼 말 하나하나를 힘 있게 내뱉는다. 빠르고 크고 흥분된 목소리로 자신의 감정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전형적인 외향형"이라고 말했다. 이어 "엘사는 자신의 목소리가 세상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끊임없이 감추려 하지만, 안나는 자신의 감정을 세상을 향해 적극적으로 드러낸다"며 "그 차이가 음악과 가사에도 그대로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